[1000만촛불]'다함께'와 더불어 자리매김한 코스프레
[1000만촛불]'다함께'와 더불어 자리매김한 코스프레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0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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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운 코스프레의 현장

지난 2016년을  보내는 12월 31일에도 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시민의 함성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묵묵무답이다. 똑같은 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권위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진정한 민주주의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요즘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에 ‘우리 다함께’을 넘어 개인적인 코스프레로 시선을 끄는 시민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경험이지만 이들의 개인적인 힘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촛불의 힘이 국민의 소망이다.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고 그에 대한 모든 억압적인 힘을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자들이 늘어날수록 국가의 힘은 강해진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자발적으로 서로 협력할 때 가장 인간답다. 권력과 불평등에 반대하며 자율적으로 광장에 나와 무정부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은 외부적인 통제 없이 독립적으로 자연스럽게 자기를 표현하고 있었다.

▲ 세월호를 기억하라는 종이배

우리는 각자 누군가의 코스프레가 되길 원한다. 최근 광장 집회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대통령 코스프레'를 그만두고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함성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허나 광장에 나와 개인 코스프레를 진행하는 시민은, 문화를 담아 현 시국을 대변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부당한 사회와 고통 받는 생활을 극복시켜 줄 영웅을 기다려왔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날 박쥐 모양의 배트맨 복장을 한 건장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드넓은 광장에 묵묵히 서있는 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 박쥐모양의 배트맨복장을 한 건장한 시민의 코스프레

궁중 광대들의 춤으로 시작해 민중문화로 확장되어온 탈을 쓰고 몸체만한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광장을 돌아다니는 시민도 만났다. 신분 갈등에서 생기는 문제를 풀기 위해 추던 탈을 쓴 시민의 모습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비꼬기 위한, 가면으로 위장한 최고의 민중예술을 보여준 문화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탈과 태극기를 들고 나온 시민의 모습

또한 목 빠진 역장의 분장을 하고 나와 ‘박근혜 퇴진을 기다리다 목빠진 역장’이란 띠를 두르고 이순신 동상 앞에 나란히 서있는 두 사람의 코스프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했다.

▲ ‘박근혜퇴진을 기다리다 목빠진 역장'의 코스프레

한 시민은 ‘부정부패 척결’이란 관을 개에게 끌게 해 광장을 걸어 다니고 있었고, 성효숙씨는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노란우산을 쓰고 광장에 나타나기도 했으며, 쓰레기통을 짊어지고 광장에 버려져있는 쓰레기를 찾아 거리를 청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 ‘부정부패 척결’이란 관을 끌고 가는 개
▲ 노란우산을 든 송효숙씨

이처럼 자발적인 행동으로 우리 시민 의식을 선진국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이 있었기에 2016년 촛불집회는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7년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거듭 나, 우리 스스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각자의 숙제로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