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 온 극심한 경기 침체 아버지합창총연합회 결성
다시 찾아 온 극심한 경기 침체 아버지합창총연합회 결성
  • 정호연 기자
  • 승인 2017.01.05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외된 이웃과 고통을 나누며 희망바이러스 전파한다

1997년 IMF 때 창단해 22개의 아버지합창단으로 확대

아버지합창단은 1997년 IMF(구제금융)을 맞아 아버지들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합창단으로 그해 5월 16일, 자하문 터널 건너 한 작은 연주홀에서 20명의 아버지로 단촐하게 출발했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객석을 매운 가족, 동료들은 난생 처음 듣는 ‘아버지합창단’공연에 큰 감동을 했었다고 한다.

어머니합창단은 많고 남성합창단도 적지 않지만 유독 ‘아버지’란 이름의 합창단은 ‘우리아버지 합창단’이 최초다. 초대 지휘자로서 지금껏 지휘를 맡고 있는 김신일씨가 어느 날 탁계석 평론가를 찾아와 뭔가 의미있는 합창단 하나를 만들고 싶다며 자문을 구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버지합창단’이다.

▲ 아버지합창단 공연 모습

처음 맞는 IMF 상황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흔들리는 가정, 삭막해진 이웃들, 가정의 기둥인 아버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혼자서는 고통의 해법이 나오지 못했다. 힘을 뭉치면 나을 것이란 생각에서 아버지합창단을 만들었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고 탁 평론가는 말한다.

음정과 화음을 모르는 아버지들이 반 이상을 넘었다. 오디션 곡으로 가요를 부르는 이도 많았지만 '아버지'라면 받아 들여졌다. 음정과 박자를 외우기 위해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는 아버지들, 노래는 못하지만 함께 있고 싶어서 청소라도 하겠다며 자원 봉사를 신청한 아버지도 있었단다.

다양한 계층이 어울러져 위로와 일자리 창출도

김 지휘자는 "변호사, 의사, 검사 등 상위 계층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영업을 하다 실패하거나 실직하여 몰래 등산을 다니는 등 아내의 눈치를 살피던 이들이 상당수였다" 말한다. 그래도 노래 때문에 산다는 분들, 일주일 내내 이 시간만을 기다린다는 아버지들의 교감은 자연스럽게 사업적인 아이디어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한번은 각 분야에 능력있는 아버지들이 힘을 합쳐 동료 단원의 식당을 개업해 주었다. 이날 개업한 삼겹살 음식점에서는 아버지들과 테너의 합창이 열려 이내 화제가 되었다. 시쳇말로 '뉴스에 뜨면서' 이 식당은 여러 개의 체인점을 가질 정도로 사업이 번창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아버지들의 모임으로선 최고란 자부심이 지금도 대단하다.

아버지합창단은 단원의 친목이 첫째이고, 노래로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려는 봉사가 주된 의무다.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함께 목욕을 하고 더운 김이 나는 국밥 한 그릇을 대접하면서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초라한 낙오자가 아님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은 매년 예술의전당 등에서 아버지 합창단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여느 음악회와는 달리 십시일반으로 스폰서를 따서 진행하는 행사이지만 공연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야말로 훈훈한 가족음악회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사회봉사로 이웃의 고통을 껴안으며 보람과 자긍심 생겨

우리아버지합창단이 만들어진 해인 그해 12월에 진주아버지합창단이 창단됐고, 이듬해엔 서울아버지합창단이 탄생했다. 상당수의 아버지 합창단들이 탁 평론가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후에는 민들레 꽃씨처럼 자생적으로 퍼져나가 창립 20주년을 맞는 올해에 22개의 아버지합창단으로 확산되었다.

교도소나 청소년 교회시설을 찾아 봉사하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아이들이 ‘아버지’란 그 한마디에 눈물을 펑펑 쏱아내는 것도 보았고 아버지들이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노래한 추억, 대부(代父) 결연식을 맺어 고민을 해결해주며 작은 선물을 안겼을 때 삶에 지친 우리 아버지들이 오히려 힘을 얻었다고 한다.

서울아버지합창단 추동춘 단장은 법원 행정처에서 일하면서도 어려운 곳의 많은 이웃들에게 봉사한 공로로 여러 차례 수상을 하기도 했고 지난해엔 사단법인 ‘희망의 소리’에서 사회공헌 특별상을 받았다.

“각자의 역할을 해온 아버지합창단들을 이제 하나로 묶을 때입니다. 지원과 홍보를 체계화함으로써 우리 앞에 닥쳐온 경기침체와 우울한 세태를 이길 수 있도록 아버지합창단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어야 할 때다”.아버지합창단총연합을 결성한 탁계석 회장의 포부다.

▲ 지난해 12월 무대에 나온 아버지합창단

연합회 결성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경기도 문화과장 출신의 이강범 본부장이 가세했고, 합창단에 발이 넓은 아브라함음악사의 박진석 사장도 힘을 보태겠다며 나섰다.

“국가적 혼돈과 위기 앞에서 아버지합창단이 한 목소리로 희망을 전하고. 더욱 짙어만 가는 소외의 사람들과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弱者)를 향한 사회의 시선(視線)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버지합창단의 존재이자 역할이라고 강 본부장은 힘주어 말했다.

모두가 하나 되는 “2017, 대한민국 아버지합창 축전 열 것

그는 모두가 하나 되는 '2017, 대한민국 합창축전'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혼돈을 극복하고 국민들이 육체적, 정신적 갈등을 치유하면서 다시 하나가 되어 되어 시작하자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전쟁의 페허에서 요한 시트라우스의 왈츠가 나왔듯이 부정적인 뉴스만 양산되는 세태에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하여 가슴이 따뜻하고 훈훈한 사회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럴 때 만이 우리 마음도 치유되고 ‘하나’가 되는 동질감으로 세상은 한 걸음씩 희망을 향해 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