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블랙리스트 저항 연극인들 위한 '천막극장' 문열어
광화문광장에 블랙리스트 저항 연극인들 위한 '천막극장' 문열어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1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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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까지 시민과 함께하는 임시 공공극장 '블랙텐트' 개막식 가져

  지난 10일 문화검열 블랙리스트 저항 연극인들을 위한 광화문 광장극장 ‘블랙텐트’ 개막식이 열렸다. 블랙리스트에 저항하는 예술의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의미로 시작한 개관식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많은 연극인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텐트 안 열기는 뜨거웠다.

  개관식에는 한국민족춤협회의 비나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고사가 진행됐다. 시루떡과 명태 한 마리로 차려진 조촐한 제사상 위에는 돼지머리 대신, 황금돼지가 올려져 절을 올리고  저금통을 채웠다.

▲ 한국민족춤협회의 비나리 퍼포먼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90명이 않을 수 있는 객석과 조명이 준비됐다. 정부 지원금이 끊겨 무대를 빼앗겼던 예술인들이 스스로 설수 있는 무대를 만든 이날, 개관식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배우 명계남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해 광장극장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박수를 보냈다.

▲ 개관식에 참석한 시민들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은 이해성(극단 고래대표)씨는 "블랙텐트극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극장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공공극장에서 배제된 예술가들의 작품을 이곳에서 올리면서,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예술이 지녀야 할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 하겠다"고 밝혔다.

▲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은 극단 고래대표 이해성씨

  박근혜 정부를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그린 작가 홍성담의 전시가 무산되면서 현정권의 블랙리스트가 불거져 나왔다. 끝까지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주장한 조윤선문화부장관이 청문회에서 온 국민과 예술가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블랙리스트 명단이 소문이 아닌 현실화 되면서 명단에는 9473명 이름이 올라가 있다.

▲ 광장극장 ‘블랙텐트’개관식 고사상

  옳은 걸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 문화예술인들은 비정상을 정상화로 되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을 뿐인데,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그 당시 정무수석으로 있던 조윤선이 김기춘 비서실장 지시를 받으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고사상에 절을 하고 있다

  블랙텐트 외부에는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 라는 구호가 커다랗게 적혀있고, 김기춘과 조윤선이 포승줄로 묶인 모형이 만들어졌다. 광화문광장에 예술가들이 캠핑촌을 형성한지 68째다. 이제 광장극장인 블랙텐트까지 들어서 현재 광장에는 60여개가 설치돼 이들의 ‘노숙투쟁’은 박근혜가 퇴진 할때까지 이어진다.

▲ 블랙텐트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춘과 조윤선이 포승줄로 묶인 모형

  이제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이제껏 외면 받아온 연극을 볼 수 있다. 공연은 오는 16일부터 네 작품이 릴레이 공연으로 펼쳐진다.

  극단 고래가 처음 준비한 ‘빨간시’(1월 16일~20일)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헌시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1월 23일~24일)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시민들의 위로에 보답하기 위한 공연이다.

▲ 개관식에 참석한 시민들

  또한 유진규를 비롯한 마임이스트들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몸짓공연을 선보이고, 국가권력의 검열언어가 어떻게 폭력을 행사하는지를 살펴보는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은 오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 블랙텐트를 준비한 식구들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블랙텐트 극장 입장료는 후불제로 공연이 끝난 후 각자 내고 싶은 만큼 내면 되고, 공연시간은 매주 (월요일~글요일) 오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