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도우 화백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내가 그리는 것은 ‘우리’”
[인터뷰] 이도우 화백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내가 그리는 것은 ‘우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1.2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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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그림은 우리의 삶을 함축한다는 공통점 있어, 삶 자체가 바로 몸부림”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잡지회관에서 이도우 화백의 열네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그는 25년 동안 줄곧 누드화를 그려왔고 지금도 경북 경주에서 작업에 한창이다.

아직 보수적인 시선이 가시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누드화를 전문으로 그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아무도 전문으로 하지 않은 일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누드를 그려왔다.

▲ 25년간 누드화를 그려온 이도우 화백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의 누드를 그리면서 그는 몸이 표현하는 인간의 모습에 주목했다. 쉬운 붓질로 표현해도 되겠지만 그는 나이프 작업을 택했다. 조각같은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는 전문 작가가 되었고 이제 더 이상 그를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없다. 모두 그의 이름을 들으면 ‘전문 화가’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그림을 필설로만 설명하고 사진으로만 보여준다는 것이 참 아쉽다. 그가 나이프를 통해 드러내려는 질감과 입체감, 여성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 등은 직접 그림을 봐야만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작가의 말을 고스란히 쓰고 직접 그림을 본 기자가 사진을 찍고 그림을 표현하려했지만 그림의 감흥을 살린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간접 진술의 고통’이 이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새해에도 전시를 준비하고, 이전과 또 다른, 활발한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는 이도우 화백. 회화가 하향세를 긋고 있음에도 다시 회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언젠가 자신과 똑같이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하겠다’고 누드화를 그리려는 작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오늘도 그림을 그리는 이도우 화백의 진솔한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지난해 연말 개인전을 열었다. 늦었지만 소감을 듣고 싶다.

이번이 열네번째 개인전이었는데 이전보다 솔직히 긴장이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전시를 한다고 해도 겁이 없었고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이번 전시는 전시일이 다가올수록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

좀 더 완벽한 그림을 보여주고 싶고 그림을 걸어도 혹시 안 좋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들고... 이전에는 무조건 걸면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상대방이 어떻게 볼 지도 신경이 쓰인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웃음).

이번에 최신작을 전시했는데 전시회 제목도, 그림 제목도 모두 '詩가 된 여인'이다. 많은 장르 중 '시'를 택한 의미가 있다면

시와 그림은 똑같이 우리의 삶을 함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그린 그림 자체도 아름다운 몸매를 그리기 보다는 우리의 삶, 우리의 이웃, 즉 '우리'를 그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림이라는 것이 인생을 담는데 그런 면에서 시와 비슷하다. 시 자체가 삶이고 삶이 곧 시 아닌가. 그래서 삶을 함축하고 삶을 녹아내린다는 뜻에서 '詩가 된 여인'이라는 제목이 나온 것이다.

삶이라는 게 알고 보면 몸부림의 연속이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일을 위해 움직이는 것도, 심지어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일종의 몸부림이지 않은가(웃음). 그래서 한때는 '몸부림'이라는 제목을 붙일까 했는데 주변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다(웃음).

알고 보면 사는 것이 몸부림의 연속인데. 아무튼 그것을 버리니 더 좋은 제목이 나왔다. 그게 바로 '시가 된 여인'이다. 어찌 보면 ‘몸부림’도 포함이 된 거다(웃음).

▲ 이도우 화백은 누드화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20여년간 누드화를 작업하셨는데 누드화를 추구했던 이유가 있다면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보수적이다보니 사실 누드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리고 여자는 항상 그늘에 있었고 항상 남자의 밑에 있었다. 그런 부분이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성들은 풀지 못한 한, 응어리가 있다. 그것을 나는 화폭에 농축시켜 표현하고 싶었다.  

수채화나 정물화, 초상화는 누구나 다 하고 있고 다 그 분야로 가지만 누드는 간혹 그리는 이들은 있어도 전문적으로 하는 작가들이 없다. 남들이 안하는 분야,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누드화였다.

여성의 몸을 통해 우리의 삶,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칼라로 화려하게 시작했다가 이후 모노톤으로 그렸는데 화려함이 사라지니 그림이 가벼워보였다. 그래서 두껍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프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프로 그리면서 입체감을 강조하고 여인의 포즈를 강조하고 배경은 각 모델마다 배경을 달리하며 그 모델의 삶을 함축하는, 어떤 그림은 여러 색으로 그리고 어떤 그림은 먹으로 단순히 표현하며 각자 다른 느낌의 그림으로, 모델의 포즈와 입체감을 강조하는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다.

쉬운 붓질을 하지 않고 나이프 작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는 

로댕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꺼냈을 뿐이다’. 이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붓으로 하면 약하게 나온다. 질감의 느낌을 표현하려면 나이프에 물감을 많이 발라 그린다. 화강암으로 만든 부조처럼 보이게 하면서 배경과 더불어 인물이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그림이지만 조각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보는 이들도 질리지가 않고 볼수록 새로운 부분이 보인다. 사진만으로는 느끼기 어렵겠지만 직접 보면 인물의 두드러짐과 질감이 확연히 나타난다. 그것이 나이프의 효과다. 그림을 가까이서 직접 보면 지금 설명한 질감을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을 모델로 그림을 그려왔다. 일반인을 모델로 누드화를 그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상당히 힘들다. 그림 그리기보다 더 어렵고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직업 모델을 쓰면 쉽게 일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모델들은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포즈가 딱딱하고 정해진대로 나온다. 자연히 그림도 딱딱하게 나온다. 

반면 일반인 모델은 구하기가 어렵고 포즈도 엉성하지만 때가 묻지 않고 소박함이 느껴진다. 전달이 더 잘 된다. 뚱뚱하면 어떻고 마르면 어떤가. 몸매가 아름답다고 그림이 아름답지는 않다. 몸, 그 자체가 아름답기에, 그리고 그 몸이 삶이기에  여성들의 다양한 삶, 흘러갔던 나날들을 나이프로 덕지덕지 그려나가는 것이다.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어느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우리’를 그리는 작업이 내 작업이다. 내가 그 사람을 알아야 그림을 그릴 수 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같이 술도 마시기도 하고...(웃음)

그렇지만 강요를 하지 않는다. 서로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날 스스로 하겠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술 마실때는 하겠다고 해도 다음날 거절하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3~4년을 이야기해도 안하겠다는 이들도 있다(웃음).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다행히 요즘은 친구들이 모델을 섭외해주기도 하고 소개를 받기도 한다. 이전보다는 그래도 수월해진 부분이 있다(웃음).

▲ 이도우 화백의 '詩가 된 여인'

앞에서도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성향을 이야기했는데 아무래도 누드화를 그린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이들이 많을테고 이 때문에 오해나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상처는 받지 않았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많은 이들이 오해를 했는데 거기에 너무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길을 가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세월이 지나니 오해를 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오해를 풀고 작가로 인정해주고 있다.

사람 심리가 한길로 똑바로 가지를 못한다. 쉬운 길이 있으면 그 길로 가려하고 샛길이 있으면 빠지려고 한다. 그러나 가시밭길이라도 반듯하게 한 길을 가면 결국 인정받는 날이 온다. 

그리고 내가 올바르게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 삐딱한 행동을 한다면 사람들은 분명 나를 향해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내가 깨끗하고 바르게 행동한다면 남들을 신경쓸 이유가 없지 않나. 내가 반듯하게 일하고 한길을 추구하면 결국 인정을 받게 되어있다.

불의의 사고로 한때 방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네 살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심심하면 땅바닥에 그림 그리고 책에 만화 그리고 학교에서는 대표로 미술 대회에 나가는 족족 상을 받았다. 그런데 중학교 때 미술반을 안 갔다. 도구를 많이 가져가야했는데 그것이 귀찮아서였다. 나는 화가를 꿈꾸지 않았다. 돈버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학업은 졸업장만 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돈버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러다가 사고를 당했고 많이 다쳤다. 그러면서 사업의 꿈이 무너지자 엄청나게 방황을 했다. 그러다가 집에 화실을 짓고 붓을 잡기 시작했는데 당시 만났던 한 화백님이 ‘구상을 하지 말고 추상을 해보라’고 충고를 하셨다. 그 말에 오기가 생겼다. ‘그래, 해 보자. 이왕이면 아무도 안했던 것을 해보자’ 그래서 누드를 그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작업을 해왔다. 

‘누드는 벗은 것이 아니라 입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에게 우리가 ‘입는다’, ‘벗는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나무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알몸으로 태어나 알몸으로 살아왔다. 우리 자체가 아예 아담과 이브다. 흔히 누드라면 벗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림마다 모델들의 모습이 다르고 그에 따라 배경이나 색깔도 달리하고 있다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당당해하는 사람도 있다. 자세에서 자기 삶이 드러난다. 당당한 이는 자신감이 있고 외롭고 숨기고 고독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최대한 감추려하고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당당함을 표현하는 그림에는 칼라가 많이 들어가고 움츠러진 이들은 단색으로 그리고 그렇게 맞춰나가고 있다.

▲ 배경과 여성 모델의 조화를 살펴보는 것도 그림을 보는 방법이다 '詩가 된 여인'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이려 하는지

새해에도 전시를 준비 중이다. 올해 전시회에는 팜므파탈적, 도발적인 그림을 그리고도 싶은데 그러려면 모델을 잘 섭외해야할 것 같다. 사실 이번 전시는 정적인 그림에 치우친 느낌도 있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내년에는 동적인 느낌의 그림을 많이 전시하고 싶다.

화려한 것보다는 함축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아마도 ‘시가 된 여인’이 앞으로의 그림을 표현하는 말일 수 있겠다. 함축적으로 그리면서 도발적이고 적극적인 여인상, 동적인 작품을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변화는 계속될 것이고 분명 변화될 것이다. 모델 성품에 따라 그림 자체가 달라진다. 어떤 분들이 모델을 할 지는 모르지만 그에 따라 변화가 올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이고 쾌활한 모델을 만나면서 그림이 동적으로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미술계에 젊은 작가들이 많이 보이지 않고 특히 회화에서 젊은 작가들의 부재가 눈에 띄고 있다

시대가 다르다보니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젊은 작가들은 영상이나 설치 미술에 관심을 갖지 회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유행은 돌고 돌지 않나. 언젠가 ‘복고’에 관심이 모아지면 회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고 사람들도 다시 좋아하게 될 것이다.

회화의 전성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결국 언제 한 번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그 믿음으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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