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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 위에서 타오르는 99편의 시(詩) ‘검은 시의 목록’
'블랙리스트 시인' 99명 참여, '시인은 여전히 주눅들지 않았다' 보여줘
2017년 02월 12일 (일) 20:03:53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지난 11일 광화문광장 ‘블랙텐트’에서 ‘검은 시의 목록’ 출간 기념 시낭송회가 열렸다.

이날 낭송회에서 ‘블랙리스트 시인 99명의 불온한 시 따뜻한 시’를 펴낸 안도현 시인은 “블랙리스트가 아닌 무지개리스트”라고 표현하며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시인들을 검은 색 한 가지로 칠하려 했지만 시인은 한 가지 색으로 칠하고 억압할 수 없다” 고 말했다.

   
▲ 시인이자 국회의원인 도종환이 문화계블랙리스트 생성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가 이시백 선생은 축하 인사말을 전했고, 가수 손병휘의 노래공연, 그리고 시인들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시 낭송에는 도종환, 정우영, 권민경, 안상학, 천수호, 천지인 시인이 참여했고 원로시인 강민 선생과 방동규 선생이 참석해 후배시인들을 격려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과 다른 길을 걷는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시행령 폐기를 촉구했다는 이유로 그 각각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연극계, 음악계, 미술계, 문학계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문화계 인사들 중, 시인들도 많이 포함되었다.

   
▲ 원로시인인 강민선생(앞줄 좌측)과 방동규선생(앞줄 좌측 두번째)과 시낭송회에 참여한 시민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시인들의 시를 안도현 시인이 엮은 '검은 시의 목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얼마나 비극적이고 잘못된 일인지 밝혀야 한다는 의미에서 99명의 시인들이 자신의 시 한편씩을 내놓아 만들어졌다.

   
▲ 소설가 이시백선생이 축사를 하고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들의 시(詩)만을 엮은 시집이지만 정치적인 색깔을 띤 작품이 아니라 시인들만의 자기 개성이 잘 드러난 시(詩)다. 시인들은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사회 부조리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한, 아름다운 세상과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는 시(詩)를 썼다.

   
▲ 가수 손병휘씨가 공연을 하고 있다

‘검은 시의 목록’ 시인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들을 옥죄려고 한 위정자들에게 시인들은 여전히 주눅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詩)로 알린다.

이날 시인 자격으로 참석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랙리스트 생성과정을 10여분 간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광기의 시대를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가 국력이 되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난 4년 동안 문화가 폭력인 시대가 됐다. 문화가 곳곳에 스며들게 하겠다는 약속이 지금의 블랙리스트"라면서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든, 포함이 되지 않아도 자괴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객석에 앉아있는 도종환시인(우측)과 작가회의 사무총장 정우영시인(좌측)

블랙리스트명단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촉구 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지자, 2014년 서울시장 박원순 지지자도 포함되었다. 이후 예술계 검열논란이 일기 시작해 박근형연출가와 이윤택 연출가의 작품이 심사 1위를 받았는데도 지원 작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화예술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앞서 생각하게 해주고, 때로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또 우리 일상의 삶을 빛나고 소중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를 위해선 그 사회가 허락하는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고 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22조에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지며,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서 보호 한다’고 적혀있다.

   
▲ 작가회의 사무총장 정우영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송

‘검은 시의 목록’ 시집에서 부는 바람에도 일렁이지 않는, 검은 눈 위에서 타오르는 99편의 시의 글자를 만나보자.

   
▲ 광장극장앞에서 도종환 시인

이날 도종환 시인이 낭송한, 문화계블랙리스트를 접하면서 쓴 시 ‘풀잎의 기도’ 를 여기에 싣는다.

 

풀잎의 기도

                    도종환

기도를 하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자 
풀잎들이 대신 기도를 하였다
나 대신 고해를 하는 풀잎의 허리 위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던 바람은
낮은 음으로 성가를 불러주었고
바람의 성가를 따라 부르던
느티나무 성가대의 화음에
눈을 감고 가만히 동참하였을 뿐

주일에도 성당에 나가지 못했다
나는 세속의 길과
구도의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원수와도 하루에 몇 번씩 악수하고
나란히 회의장에 앉아 있는 날이 있었다
그들이 믿는 신과 내가 의지하는 신이
같은 분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침묵했다

일찍 깬 새들이 나 대신 새벽미사에 다녀오고
저녁기도 시간에는 풀벌레들이 대신
복음서를 읽는 동안
나는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서 논쟁을 하거나
썩은 물 위에 몇 방울의 석간수를 흘려보내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다
그때도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풀들을 보았다
풀들은 말없이 기도만 하였다
풀잎들이 나 대신 기도를 하였다.

   
▲ '검은 시의 목록 시집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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