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한 날에 돌아와요’ 광장극장블랙텐트에서 세월호 7시간 퍼포먼스
‘33한 날에 돌아와요’ 광장극장블랙텐트에서 세월호 7시간 퍼포먼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3.07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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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인의 비주류예술가들이 펼친 '거기 아직 사람이 있다'

3월3일 33팀 62명의 예술가가 행위하는, 세월호 7시간 퍼포먼스 ‘33한 날에 돌아와요’가 지난 3일 광장극장 블랙텐트에서 열렸다.

아프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7시간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건져 올려 결코 침몰되지 않을 진실을 찾아가는 7시간을 함께 공감했다.

▲ 문화가‘땅’이라면 예술은 거기에 피는‘꽃’이라는 유진규 마임이스트

그 어떤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그들의 7시간을, 도무지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그들의 7시간을, 고통의 ‘몸짓’으로 세월호에 희생된 304명의 넋을 위로했다. 오로지 7시간의 고통을 함께 공감하기 위한 이들의 처절한 ‘몸짓’에 7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45년 동안 ‘몸짓’으로 독보적인 마임이스트 유진규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우산을 쓰고 객석을 향해 진중한 메시지를 또박또박 전했다.

▲ '본능'을 재현한 서승아, 통미, 한영애 김희정, 이봉교씨의 퍼포먼스

“광장극장블랙텐트는 세월호이며, 초대된 관객은 304죽음의 영혼들입니다. 우리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설레임과 침몰과 죽음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홉명을 삼삼하게 떠 올리면서, 그날의 기억을 함께 합니다.”

▲ '글에 꽃피우다' 서예퍼포먼스의 신평 김기상

이날 비주류 예술인33팀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곳, 광장극장 블렉텐트에서 '거기 아직 사람이 있다' 는 세월호7시간의 대장정의 시간이 펼쳐진 것이다.

몰입하면 순수한 몸이 된다는 마임이스트 유진규는 1972년부터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만을 표현하는 마임의 길을 걸어왔다.

▲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거기 아직 사람이 있다' 퍼포먼스

몸이란 자기가 의식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영향으로 만들어진다. 그는 자신의 몸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세상을 달리 보는, 오로지 ‘몸짓’으로 성찰해왔다.

▲ 7시간 동안 시를 낭송하고 사회를 보면서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줬던 대장 유진규선생

이날 펼쳐진 ‘33한 날에 돌아와요’는 연극과 음악, 무용, 미술 등 주류예술에 끼지 않고, 실험적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비주류 예술인들이 모여 꾸민 무대로 ‘세월호 7시간’은 오랜만에 전위예술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코메디 서커스 쇼'의 김희명, 최대성씨

33인이 펼쳐나가기 때문에 준비하는 동안,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시집에서 발췌한 시 한편씩을 낭독해 세월호의 고통을 상기시켰다. 나희덕시인이 쓴 ‘난파된 교실’ 시를 읽어보자.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몇 개의 문과 창문만 열어주었더라면

그 교실이 거대한 무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몇 만 원짜리 승객이나 짐짝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닥에 잠겨 있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

구명복의 끈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교실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

책상 밑에 의자 밑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리와

유리창을 탕, 탕, 두드리는 손들,

그 유리창을 깰 도끼는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난파된교실 – 나희덕 -전문

▲ 'Mute'의 나비씨

가슴이 먹먹하게 내려앉을 무렵 고지훈씨가 라이브드로잉으로 ‘차오르다’를 펼쳐보였다. 투명비닐에 물이 차오르듯 마치 바닷물이 출렁인듯한 드로잉을 선보였다.

▲ '차 오르다' 라이브 드로잉 고지훈씨의 퍼포먼스

말의 질서와 말의 윤리 대신 온몸으로 저항하는 ‘몸짓’으로 세월호 7시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해 출연료 한 푼 없는데도 함께 한, 예술가들이 바다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를 광화문광장에 다시 끌어올렸다.

▲ '푸른요정'의 이정훈씨의 퍼포먼스

7시간 내내 중량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상상으로 물체를 만들어 질감을 느끼는 등 그 시대 상황 속에서 사회적 현실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세월호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바다 속을 비닐로 재현해 보여줬다.

▲ 'Mute'의 나비씨

동의보감을 지은 허균은 사람의 몸을 ‘자연을 닮은 소우주’로 봤다. 비닐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몸짓을 보면서, 몸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온전한 몸이라는 것을 재인식했다. 말 대신 몸짓으로 한시대의 아픔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표현해 내는 비주류예술가들의 몸짓은 또 다른 세계였다.

▲ '검은 바다속 노란리본'의 지윤, 박연술, 은숙씨

‘Never’을 진행한 권지인씨는 세월호 실종자 아홉명의 사진을 객석에 나누어주면서 한사람한사람을 불러내 비닐로 바다를 만들어 실종자를 살려내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몸짓이 언어가 되어 소통의 시간을 관객과 함께 공감했다.

▲ 세월호 희생자 아홉명의 사진을 들고 비닐속 바다를 건너 무대로 올라왔다.

광화문텐트촌 촌장인 송경동시인의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다시 하나 소개한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적 일자리를 덜어내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

그렇게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노동자 세월호에 태워진 이들이 900만 명이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할 곳들을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 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 넣었다

이런 자본의 재해 속에서

오늘도 하루 일곱 명씩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실히 침몰하고 있다

생계 비관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알아서 좌초해가야 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이들이 지하 선실에 가두어진

이 참혹한 세월의 너른 갑판 위에서

자본만이 무한히 안전하고 배부른 세상이었다

그들의 안전만을 위한 구조 변경은

언제나 법으로 보장되었다

무한한 자본의 안전을 위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법제화되었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안전의 업무가

평화의 업무가 평등의 업무가 외주화되었다

경영상의 위기 시 선장인 자본가들의 탈출은 언제나 합법이었고

함께 살자는 모든 노동자들의 구조 신호는 외면당했고

불법으로 매도되고 탄압당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자본의 이동은 언제나 자유로운 합법이었고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만 전가되었다

그런 자본의 무한한 축적을 위해

세상 전체가 기울고 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 처참한 세월호에서 다시 그들만 탈출하려는

이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세월호의

선장으로 기관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에어포켓으로

다이빙벨로 긴급히 나서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송경동 시인-

▲ 장정의 7시간 공연이 끝난후 출연진들이 모두 모였다

아직도 제대로 밝혀진 것 하나 없는 ‘대통령의 7시간’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경,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탑승자 476명중 295명이 수장되었고, 지금도 9명의 실종자는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었다.

전원구조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사망자 수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린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할 동안 사라진 ‘대통령의 7시간’은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 '푸른요정'의 이정훈씨

어둠은 빛을 이길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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