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이 문화 즐기는 세상, 그곳이 문화강국입니다"
[기자의 눈] "국민이 문화 즐기는 세상, 그곳이 문화강국입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5.10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정농단' 흔적 남은 문화단체 개혁, 지역 자체 문화활동 보조가 필요한 시점

문재인 대통령님, 먼저 당선과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해 겨울을 관통했던 촛불의 행진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국정농단 세력들의 구속,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겨울 광화문은 시민의 행렬과 함께 예술인들의 퍼포먼스와 '블랙텐트'가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죠. 광화문광장은 문화의 장이 됐고 그 공간이 촛불을 더 환하게 비췄습니다. 그리고 그 촛불의 힘이 대통령님을 만들었습니다.

▲ 9일 당선이 확정된 후의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대통령님께서는 지금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한다는 부담이 크실 겁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어떻게 협치를 해야할지, 중국과 미국, 북한을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할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 지, 경제를 어떻게 도약시킬 지 여러가지 고민들과 시련이 대통령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있다'고 말한 것을 실천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촛불 민심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날 때의 실망감과 비난도 대통령님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호'를 이끌어야하는 선장이기에 지금은 격려와 파이팅을 보내는 바입니다.

▲문재인 19대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님도 잘 아시겠지만 전임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전반에 내세웠습니다. 사실 취임 일성으로 '문화'를 내세운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죠. 그래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문화인들도 '문화융성'만큼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문화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라는 점을 인정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국정농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문화계입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문화융성'이 아닌 '문화흉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몇몇 소수의 힘있는 자들에 의해 문화 정책이 좌지우지되고 정부와 반대인 예술인들을 모두 '블랙리스트'에 올려 지원을 중단해 버렸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중에는 바로 지난 2012년, 대통령님을 지지했던 예술인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대통령님도 후보 시절 예술인들과의 자리에서 자신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에 대해 미안해하면서 정권을 교체할 이유가 생겼다고 말씀하셨죠. 그렇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갚을 때가 됐지요.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 유지. 당연히 약속할만한 일입니다.

대통령님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문화인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문화인들이 너도 나도 지지선언을 하면서 '예술인들을 지킬 이는 문재인'임을 각인시켰고 이에 대통령님은 예술인 복지정책에 대한 부분을 약속하셨지요.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정부와 지원기간, 문화계 간의 '공정성 협약' 체결, 예술인 체불수입 보장제도, 예술인 실업급여제도, 예술인복지금고 마련 등 예술인 복지 증진을 약속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예술인들이 살아야 문화가 살지요. 예술인들의 힘을 북돋아주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좋은 예술 작품들이 나오게 되지요. 하지만 문화정책은 이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 더불어포럼 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문재인,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에서 문재인과 문화예술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실 지금 문화계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국정농단의 후유증으로 문화단체, 문화행사를 보는 눈이 곱지 않습니다. 각 장르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고 여기저기서 불만을 쏟아내기에 바쁩니다. 국민들이 문화를 즐길 여유가 부족한 것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다 봐달라고 한다는 것은 참 무리한 요구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 두 가지만 부탁을 드리죠. 하나는 문화단체에 대한 개혁입니다. 지금 몇몇 문화단체는 여전히 국정농단 세력과 함께하며 전횡을 일삼았던 이들이 남아있습니다. 국립 문화단체를 우선으로 이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전횡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 첫번째 부탁입니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행사를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이 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여전히 '최순실-차은택'을 거론합니다. 왜 문화행사가 이런 비난을 받아야할까요? 국정농단 세력들은 이미 감옥에 있는데 왜 남아있는 이들이 이렇게 비난을 받아야할까요? 아직도 남아있는 국정농단의 흔적을 밝히고 지워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문화에 대한 믿음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국민들이 편하게 문화를 즐기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생활문화시대'. 대통령님이 내세우셨더군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 향유권 및 교육 확대, 문화체육관광 지출비의 세액공제 제도 도입 등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노력은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합니다. 학교에서 예체능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다보니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졌습니다. 클래식 공연 티켓 값이 40만원이라고 하면 무조건 고개부터 절래절래 젓습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업무, 비싼 티켓 가격 등의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 국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공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떠나 청와대로 가는 도중 차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문팬)

다행히 요즘은 지역마다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지역을 찾아다니며 문화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이전보다는 문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좀 더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합리적인 지원이 있어야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조건 지자체나 문화재단에 돈을 안겨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조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문화 생활을 아무 불편없이 하기만 해도 대통령님은 '문화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말씀드린 이 두가지는 문화매체의 기자이기 이전에 문화 생활로 나라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일개 국민의 입장에서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문화가 국민들을 어루만질 때 국민들은 힘을 얻고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친 하루하루, 그 하루하루를 따뜻하게 안아줄 문화의 힘. 그 힘을 모든 국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노력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일반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정보를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문화매체가 예술과 시민들의 간격을 좁히는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의 지원과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문화융성' 거창한 구호 붙일 필요 없습니다. '흉성'만 아니면 됩니다.  국민이 문화를 즐기는 세상.  그곳이 '문화강국'이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