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바보’ 고 노무현 전대통령 8주기 추모, 시민문화제
‘아름다운 바보’ 고 노무현 전대통령 8주기 추모, 시민문화제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5.2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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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를 열어 갈 것이라는 기대로 함께해, 도종환 시인 '운명'시 낭독서 오열, 참석자들 모두 울려

지난 20일, 고 노무현 전대통령 8주기 추모, 시민문화제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고 노무현전대통령 8주기를 추모하는 반면, 새 정부를 이끌어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이들이 많았다.

▲ 한시민이 '고노무현 전대통령'의 웃는모습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의 주최로 열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와 토크쇼를 열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가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노란풍선을 흔들어 지지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토크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사람들에게 환환 웃음을 줄 뿐아니라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같다”며 “문재인대통령 시대가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고 말하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보냈다.

▲ '고 노무현 전대통령 8주기 추모, 시민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

지난겨울, 주말마다 촛불 물결을 이루었던 광화문광장이 이날만큼은 노란 풍선과 바람개비로 가득해 유명 가수들의 추모 공연도 이어졌다. 다만 가수 김장훈씨가 공연 전 경찰과 주차 문제로 다퉜다며 무대에 올라 경찰과 싸웠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욕설을 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 시민들은 이 손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무대에 오른 가수공연에 호응하는 시민들

고 노무현전대통령은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과 정의실현에 가치를 두고, 큰 나무처럼 시민들의 그늘이 되어 우리의 소리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들어줬다. 그는 자신의 삶보다는 억울한 누군가를 구하는데 노력했고, 강자에 맞서 약자의 편에서 최루탄을 맞아가며 민주주의를 외쳤다.

▲ ‘아름다운 바보’ 고 노무현 전대통령 8주기 추모,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불을 밝힌모습

지난 1988년 5공화국 청문회에서 장세동과 작고한 현대그룹 회장이었던 정주영 증인에게 허심탄회하게 질의해 주목을 받았지만 서민들 편에 서서 권력 남용을 막는데 온몸을 던졌다. 그는 ‘부림사건’과 ‘5.18민주항쟁’을 계기로 인권변화사의 길을 걸으면서 문재인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를 꾸려가면서 운명처럼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걸어왔다.

▲ ‘아름다운 바보’ 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앞에서 한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8년전인 2009년 5월 23일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는 내용의 유서를 컴퓨터에 남기고 봉화마을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여 서거하였다.

이날 고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대통령 대형 얼굴이 광장에 나란히 등장하자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공연모습

또한 문화제에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체험부스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마당, 봉하장터, 명계남 손글씨 전시, 판화가 김준권씨가 총기획한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촛불광장의 기록전’과 목판화 찍기, 걸개그림 설치전, 호남좌도필봉농악, 추모시낭송, 여태명, 정고암, 김성장의 서화 퍼포먼스, 한대수의 추모1인극을 펼쳐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촛불광장의 기록전’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공연모습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공연모습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공연모습

또한 서화퍼포먼스가 끝나고 광장바닥에 펼쳐놓은 현수막에 고 노무현전대통령을 추모하는 글과 그림, 문재인대통령에게 바라는 시민들의 희망과 염원을 담게 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시민과 함께한 예술난장’에 동참한 많은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을 큰 화폭삼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쓰고 그렸다.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한대수의 추모1인극 공연모습

멀리 전주에서 일부러 올라왔다는 김정대(65세)씨는 “고 노무현전대통령은 내 맘속에 살아계시기 때문에 늘 그리워했는데 오늘은 마치 노전대통령이 살아있는 듯 마음이 훈훈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같다”며 “좋은 공연들도 보고 잘 올라왔다”고 말했다.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공연모습

특히 이날 추모 무대에 오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헌시인 ‘운명’을 낭송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담담하게 시 낭송을 해나가던 도종환의원은 “보고싶은 당신/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았던 운명 때문에/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부분에 다달아 오열하기 시작해 시낭송을 듣고 있던 시민들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곳곳에서 흐느꼈다.

▲ ‘운명’을 낭송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도종환시인이자 민주당국회의원

도종환시인의 ‘운명’시 전문이다.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꾸어온 뜨거운 순간을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를

수만 마리 세떼들 날라오르는 날개짓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당신때문에 우리가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을

혐오 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5월이 오면

아카시꽃 하얗게 지는 5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단순간에 바뀌어 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런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지금 우리

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에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탁의 현실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았던 운명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난장’에서 준비한 서예퍼포먼스가 끝난후 시민들이 글과 그림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