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창]도종환 컬처호(號)의 출항에 거는 기대
[탁계석의 비평의 창]도종환 컬처호(號)의 출항에 거는 기대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6.20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당한 고통으로 부터 국민들께 위안주는 문화를
▲탁계석 평론가/예술비평가회장

지원하되 간섭않으면서도 막힌 물꼬는 터줘야

19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취임사를 발표했다, 도종환 컬처호(號)의 공식 출항이다. 도장관은 일성(一聲)에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블랙리스트로 만신창이가 된 현실의 참담한 고통에 대한 위로이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특히 부처공무원을 향해 “여러분 자신부터 정서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되시라. 여러분부터 시를 읽고, 연극을 보고, 음악을 즐겨듣고, 스포츠를 즐기고, 자주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되라. 문화예술인, 체육인, 관광인들과 자주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 자주 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이 억압 받으면, 품질이 나쁜것이 기성을 부리면 국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것이 탁상행정에서 빗어낸 오류의 산물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재인대통령 정부의 기조(基調)이기도 한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천명해 예술인들의 자유스러운 활동을 보장할 것을 다짐했다. 아울러 눈앞에 닥쳐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 체육활동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 국민의 쉼표 있는 삶과 관광의 균형 발전, 지역문화의 고른 발전, 공정한 예술 생태계 조성 등을 강조했다.

국민 시인에 대한 문화 파급 기대가 각별하다

국민 시인이기도 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그만큼 각별하다. 문화가 국민 삶의 중심이 되기는 커녕 창궐한 부패(腐敗)로 인해 새 정권이 탄생한 만큼 혁신의 혁신을 통해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장관의 책임이 막중하고 권한 또한 강력하지만 문화란 속성이 지시나 하달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주어진 시간내에 어떻게 반전시키냐에 숙고(熟考)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문화 속성주의는 형식과 포장으로 이어지고  관주도 문화의 폐해로 나타난다는 것을 충분히 맛본 우리 사회다.

따라서 의욕이 과잉이 되면 질서나 문화생태계를 훼손하게 되고 거창한 구호일수록 사고가 빈발해진다. 그래서 캠페인이나 장기계획 발표가 후진국가일수록 전시성이 되고 만다. 문화부가 가장 작은 기능을 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려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놓아주고 가끔씩 막힌 곳에 물꼬를 터주는 기능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또한 봇물터진듯 욕구를 일시에 충족시킬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게 문화는 아닌 것이다. 도장관의 말씀대로 자주 예술체험과 현장소통을 강화하면서 문화가 숙성하도록 하는 것이 방법일 것 같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 영역은 방대하다. 아무리 유능한 장관이라 하여도 이 모든 것을 한 눈에 파악하고 진단을 하기란 쉽지 않다. 언젠가 한 지역 공연장이 놀랄 정도로 활성화되어 비결을 물었더니 잘 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일할 수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낙하산 인사로 인해 신망을 잃은 기관들이 문화부산하에도 많다. 적재적소 인재를 구해 잘 앉히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문화 욕구도 증대하고 있고 100세 시대를 사는 삶의 태도 변화에 선도적 기능을 가져야 한다. 예술적 기량은 이미 세계적이지만 국내 환경이 미흡해 좌절하는 예술가들도 너무 많다. 창작은 있지만 선순환 구조를 갖지 못한 패러다임의 교정도 필요하다.

현장과 소통하면 정책이 바로 선다

따라서 예술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일의 순서를 정해서 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변화가 올 것이다. 그간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막았던 전철에서 벗어나 뭣이든 받아들이고 겸허한 자세로 토론해나간다면 달라진 문화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어느 곳보다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문화예술계에서 무너지고 있는 예술교육과 현장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

시인장관답게 남긴 러디어드 키플링의 ‘만일...’ 이란 시처럼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시적(詩的) 감화로 따뜻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