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오디션 탈락자 살리기, 목발 짚고 축구하자는 것
[탁계석의 비평의 窓]오디션 탈락자 살리기, 목발 짚고 축구하자는 것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6.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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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철밥통' 된 공공예술단체의 현실, 문재인 정부 해법 제시해야
▲ 탁계석 평론가

“이건 도저히 안됩니다”. 어느 지방 합창단에서 오디션하고 세 번 경고 끝에 탈락한 단원에게 떠나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는 노조의 응원을 받아 노동위원회에 재소를 했고 떠나기 수개월 전에 본인에 통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되어 복귀했다. 

몇 해 전 대구에서도 오케스트라 단원 10여명이 해촉되었지만 전원 복귀 명령이 떨어졌다. 제주에서는 고위직 딸이 누가 들어도 창피할 수준의 실력으로 합격했고 여기에 공무원이 알아서 처신함으로써 지휘자 재임용에 부정을 저질렀다.

공공예술 방치하면 한국의 예술은 하락한다

이처럼 공공 예술단체가 수준 높은 기량을 유지하며 좋은 예술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예술감독의 카리스마가 적용되는데 뚜렷한 한계가 있다. 때문에 민간예술단체는 운영비가 없어 출중한 실력의 해외파 들마저 갈 곳이 없고, 공공예술단체는 평생 철밥통이 된다. 이 같은 적폐(積幣)를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의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에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한 민간오페라축제 참가의 적정성이나 공연내용 부실, 국립합창단원 등급제로 인한 불평등 구조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업무 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7월 임기 만료인 합창단의 경우 수 개월 전에 채용공고가 나가야하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상처를 말끔히 씻어 내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아하~!'라고 박수를 칠만한 비전을 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 문화 경쟁력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 필요

한 합창계 인사는 “현재의 국공립 예술단체는 박대통령시절 설정된 국가주도의 문화예술 육성책으로 이제는 민간 자율경쟁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국제표준에도 맞는 것”이라고 했다.

오디션 탈락자를 계속 투입하는 것은 마치 축구경기에서 부상이 생기거나 팀플레이에 좋지 않은 선수를 빼는 것이 감독의 권한인데 공공예술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음정(音程)을 끌어내리고, 소리가 잘나지 않는 단원들이 되례 고참이 되어 지휘자를 쥐락펴락하는 경우도 있다. 55세~60세 정년(停年)을 채우느라 실버무용단이 되어 경쟁력을 상실한 단체들이 늘어난다면 예술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닌가.

고인물은 썩는 법이다. 누가 앞장서서 개선할 것인가.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될 것을 호소한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의 일성(一聲)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엄청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예술이 본래의 활력을 가질 수 있어야 문화도 살고 국민복지도 제대로 혜택 받을 수 있다. 정치인 장관이 아닌 문화를 아는 장관이 해야하고 이것이 전문성 정책 실현의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