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도종환 장관, 앞장서기보다 뒤에서 밀어라
[탁계석의 비평의 窓]도종환 장관, 앞장서기보다 뒤에서 밀어라
  • 탁계석 평론가
  • 승인 2017.06.30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시성, 한탕주의 문화 더 이상은 곤란, 관 주도시대 끝내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지난해 7월에 발표한 국가브랜드 슬로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를 내렸다. 사실상의 브랜드 사망선고인 셈이다. 브랜드 출시 직후부터 표절 의혹으로 국민공감대가 어려워 당초 기대했던 국가이미지 제고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여기엔 문체부 자체보다 외부평가를 반영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또 이미 지난해에 최순실 국정농단 키워드였던 ‘K- 브랜드’ 역시 ‘K-스포츠재단’ 망령(妄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용 중단 결정을 했다. 박 前 대통령이 가는 곳 마다 그토록 외쳤던 K-POP 역시 한풀 꺽인 기세가 역력하다. 전 세계 문화원에 K-Pop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조성진이 쇼팽콩쿠르에 우승을 했을 때도 폴란드 같은 동구권 클래식 강국에서 국가정상의 만남에서 K-Pop 운운하는 대화로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폐지된 국가브랜드 슬로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도종환 문체부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시인이다. ‘문화 실세’가 아니라 '문화 실체‘인 셈이다. 안목과 정책이 남다른, 새로운 컨셉의 문화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 때문에 찜찜하게 제대로 사용 한번 못하고 수십억을 날렸지만 ’크리이티브‘ 브랜드 폐기 결정은 옳다. 크레이티브가 구호로 되는 것은 아니고 생활에서 예술에서 그 기초 체력을 돋우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 실적 논리에 함몰되는 숨쉬는 문화의 가치

지금 우리 문화는 마치 화물트럭이 고속도로에 진입한 것처럼 물량주의에 함몰되어 있다. 시장 논리, 상업 논리, 성과주의가 맹렬해 각 단체마다 문화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창조의 생태계인 예술가와 순수 작업들은 죽어가고 있다. 문화재단을 비롯해 예술위원회 등이 전과 달리 지원보다 자신들이 기획을 주도하면서 현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말은 백번 맞지만 이것 말고도 지원에 앞서 ‘좋은 것은 내가 먼저 한다’는 새로운 관주도 문화가 발생했다, 행정우월주의. 힘과 돈을 가진 관이 주도하면서 개인의 창의력과 역량이 죽어간다. 때문에 양적 팽창은 과다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

문제가 되고 있는 거창연극제도 개인 작가의 열정이 키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개인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다 좀 도움을 받으면 이런 불상사가 발생한다. 관의 갑질 일 것이다. 관의 속성상 공공기금이 투입이 되면 어떤 변형을 가져오고 망가지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럴때 예술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디테일의 문제를 도종환 장관의 문화부가 해결했으면 한다. 그러니까 전시성으로 앞장서는 문화보다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고 현장에 켜켜히 쌓인 문제들을 풀면 박수는 소문을 타고 퍼질 것이다.

도장관님 만세!  아니어도 시적(詩的) 감화가 스며드는 문화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 ‘국가브랜드위원회’ 의 어윤대 위원장에게 필자는 이런 글을 날렸다. 적어도 국가공무원은 구청공무원과 다르지 않는가. 생각을 해도, 발상을 해도 좀 차원이 달랐으면 한다. 첫 단추인 행정 일선에서부터 탁상행정을 붕어빵 만들듯 하고 여기에 포장을 위해 여기저기서 교수자문 받아 형식화해온 관행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이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정장(正裝)을 벗어던지고 산타폐를 몰고 왔던 이창동 장관의 정책은 펼쳐보지도 못했다. 김명곤 장관의 '한스타일'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유인촌 장관의 '오페라하우스 특성화'는 또 어디로 갔나?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장관의 힘이 막강하다고는 하지만 문화의 큰 흐름에서 보면 뭣하나 업적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문화가 나아갈 표지판 하나라도 바로 세워졌으면

따라서 ‘표지판’ 하나라도 바로 세워 바른 길로 갈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브랜드 만들어 나팔수와 동네북을 동원해 전 국민들에게 소낙비를 맞게 하겠다는 발상을 좀 접어 달라는 것이다. 시스템을 만들고 , 인사 등에서는 공정한 흐름이 공유될 수 있도록 해주면 조금씩이라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220억을 들인 뮤지컬 ‘마타하리’가 두 달 가까이 장기공연 되는 것은 시민에겐 어떤 문화 수혜일까?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롯데 청소년오케스트라로  입성(入城)하는 것은 트로이목마인가? 그 진의(眞義)와 파장(波長)은 무엇일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앞에 지휘자봉을 든 이 위대한 인물(?) 은 또 누구인가? 예당사장은 지난 4월 고향악축제 개막에서 지휘봉을 지휘자에게 건네는 쌩뚱맞은 이벤트를 왜 연출했을까? 이런 것들을 문화부 누구와 상의하면 좋은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앞에 지휘자봉을 든 이 위대한 인물(?) 은 또 누구인가? 

문화를 정밀하게, 분석적으로 흐름을 읽어야 한다, 우리끼리 수준 낮은 문화를 양산해서 뿌린다면 동영상이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SNS 시대다. 생태계는 다 망가지는데 돈을 뿌리면서 하는 문화가 TV를 타고 메스컴을 타면 공무원들은 브라보일까?

아참! ‘e 도움나라’인지 ‘e 방해나라’인지를 도종환문화관광체육부 장관님께서 꼭 한번 시연(試演)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현장의 바람이다.

'e 도움나라'인지 'e 방해나라'인지 장관께서 시연해 주었으면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절 의혹이 있는 크레이티브를 내린 것은 새로움을 향한 출발의지다. 이젠 '무엇을 한방할까!' 보다 조용히 오르막을 오르는 고통의 언덕에서 등 뒤의 바람이 되어 주려는 자세는 어떨까.

관 주도시대를 끝내고 민간주도, 관(官)의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전문 예술가 후원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양심없고 자존심없는 문화가 기승을 부리는 것에 기름(기금지원)을 붓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 호흡을 불어 넣어 공무원의 영혼부터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