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아름다운 슬픈 날’의 김순택 배우께
[윤중강의 뮤지컬레터]‘아름다운 슬픈 날’의 김순택 배우께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7.07.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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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DIMP 창작지원작 ‘아름다운 슬픈 날’은 팩션(faction) 뮤지컬입니다.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투척사건(1927. 10. 18)을 바탕으로,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습니다. 임성주의 극본과 연출이었고, 김순택 배우는 장진홍(張鎭弘)이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했습니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인물을 이렇게 생생하게 만들고자 애쓴 모든 분께 우선 감사드려야겠습니다. 

장진홍선생은 1895년 7월 27일(음력 6월 6일) 경상북도 칠곡 태생입니다. 유교적 교육을 받고 의협심이 남달랐던 장진홍은 의혈단에 가담하서 활동을 하죠. 조선은행 대구지점 투탄의거를 배후에서 진두지휘한 인물이 장진홍입니다.

그는 아쉽게도 이듬해 일본에서 잡히게 됩니다. 일제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사형이 선고되자, 선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의사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진홍의사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만들어진 것은 무척 뜻 깊은 일입니다. 그것도 대구를 중심으로 해서 말입니다. 

특히 김순택배우가 장진홍의사를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선, 많은 분이 긍정적이었을 겁니다. 작품을 보는 내내, 당신의 진정성이 객석에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이 작품에선 당신 스스로가 장진홍이어한다는 믿음과 열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의시와 열사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관순열사나 안중근의사를 특히 잘 기억하는 건, 영화와 뮤지컬을 통해서 그 분들이 잘 그려졌기 때문일 겁니다.

더불어 이런 작품을 통해서 특정 배우가 자연스레 연상되기 마련인데, 이제 ‘장진홍의사 = 김순택배우’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작품은 수정을 거쳐서, 훌륭한 작품으로 거듭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보완한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일제강점기의 다른 의사와 달랐던  ‘장진홍의사’의 활약상이 더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건 ‘푹탄제조법’과 연관될 겁니다. 이 작품에선 그저 몇 마디의 대사로 처리하고 있는데 좀 아쉽습니다.

거사를 앞두고 봉화산에서 폭탄 실험을 하는 장면을 넣었으면 어떠했을까요? 근거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작품을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요소가 적잖을 것 같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장진홍은 신분을 위장하고, 조선팔도를 다니면서 책장사, 약장사를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나올 법 합니다. 김순택배우 특유의 연기적 스펙트럼을 통해서, 관객들은 공감의 폭이 더 넓혀질 수 있을 겁니다. 

뮤지컬 ‘아름다운 슬픈 날’에서, 장진홍과 함께 이육사(1904~1944)를 병치한 것은 매우 좋은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시 ‘광야’, ‘청포도’, ‘바다의 마음’에서 출발한 무지컬넘버가 제 가슴에 파고 들었습니다.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시대의 아픔을 느낍니다. 

앞으로 이 작품의 든든한 기반이 되는 건, 역시 최귀섭의 음악입니다. 특히 그가 작곡한 뮤지컬넘버는 8090의 가요적 감수성을 잘 승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의 뮤지컬넘버의 트렌드와 달라서,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대한민국 뮤지컬의 세대별 확장을 위해서라도,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더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장진홍선생은 1930년 6월 30일(음력 6월 5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자결하여 순국하고 맙니다. 일제에 의해서 치욕스런 사형이 집행을 당하기 보다, 차라리 순국을 택하신 거죠. 1930년 6월 5일(음력) 밤 11시 경이라고 하더군요. 선생의 생일이 6월 6일이고보면, 여기서도 뭔가 많은 얘기와 의미가 내재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꼭 장진홍 의사가 주인공인 이 뮤지컬을 보게 되길 바랍니다. 물론 첫 단추를 잘 끼워준 김순택배우를 중심으로 해서 말이죠. 최근 장편소설 ‘세 여자’을 읽었습니다. 작가 조선희는 작품 속 세 여자를 오래도록 자신의 내면에 두고 발효시켰더군요.

책을 읽다보면 정말 세 여자가 꼭 그렇게 존재했던 것과 같은  ‘박진감’을 경험합니다. 장진홍을 중심에 둔 이 작품도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뮤지컬 ‘아름다운 슬픈 날’이 관계된 모든 분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사과처럼 천천히 익어가길 바랍니다.
 
지금 이 뮤지컬은 풋풋하다지만, 맛은 아직 덜 들었습니다. 품종이 좋은 사과가 차츰 차츰 빨갛고 탐스런 사과로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덩달아 설레고 뿌듯한 일입니다. 대구에서 거행된 역사적 사실을, 대구의 무대에서 계속 볼 수 있다는 것과, 거기서 대구사람들의 특별한 활약을 본다는 건 참 기쁜 일이겠죠. 뮤지컬 ‘아름다운 슬픈 날’과 김순택 배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