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제도·정책의 싱크 탱크 자임한 서울무용협회 첫 토론회 성황
무용계 제도·정책의 싱크 탱크 자임한 서울무용협회 첫 토론회 성황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7.07.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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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무용단체 이대로 좋은가” 열기 가득,연속 정책세미나 첫 번째 공론의 장 마련

 ‘국공립 무용단체 이대로 좋은가’ 라는 주제로 서울무용협회(회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주최한 정책세미나가 열띤 토론의 장으로 펼쳐졌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혜화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무용계의 싱크 탱크를 표방하며 지난 3월 발족한 서울무용협회 연속 정책세미나의 첫 번째 장이었다.

▲지난 12일 서울무용협회 주최로 열린 '국공립무용단체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이날 세미나에는 무용계 인사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을 비롯 국공립무용단체 관계자 및 전·현직 예술감독, 무용계 지도자 등 70여명이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정재왈 금천문화재단 대표가 좌장을 맡아 4시간 30여분간 발제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새로운 문화정책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기조발제를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화정책 발생의 역사적 기원을 서구의 상황을 중심으로 짚고 한국 문화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무용 등 공연예술분야는 다른 예술분야 발전에 견인차 역할"

이 교수는 “해외시장 팽창과 제작환경 변화로 한국의 문화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맡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문화정책 수립 방향은 기획력 있는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어야 하며, 특히 “무용을 비롯한 공연예술 분야는 그 종합적 성격으로 인해 다른 예술 분야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새로운 문화정책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이어 국공립 무용단체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진단하는 세 편의 논문 발표가 이어졌다. △ 이주영 전 국립극장 기획위원의 ‘국공립 무용단 레파토리 운영현황 및 개선방안’ △ 박성혜 전 국립현대무용단 선임연구원의 ‘국공립 무용단의 창작활성화 방안’ △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적 이념과 향후 진로’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이주영 전 국립극장 기획위원은 “작품창작과 제작의 핵심을 레퍼토리”로 바라보면서 일정한 ‘검증’과 ‘과정’을 거친 것이 ‘극장레퍼토리’라고 규정했다. “국공립무용단의 경우, 레퍼토리에서 극장레퍼토리로의 개념적 전진과 실천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극장레퍼토리 구축 순환 구조 결정의 세 요소인 정책 결정, 제작 환경, 환류의 측면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혜 전 국립현대무용단 선임연구원은 국공립무용단의 예술감독 제도에 비중을 두고 ‘예술감독과 단장의 분리’를 통해 ‘예술적 창작 작업과 행정 업무의 분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를 통해 “예술성과 실험성이 강한 작품으로 전환하여 미학적 선두를 지속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아울러 “보다 더 심화된 제작지원 시스템”의 구축과 “보다 전문적인 인력 배치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립무용단 <향연> 민간단체 지원금 전용, 비정상적 급조, 김상덕 예술감독 선임 과정 문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국립극장 산하 국립무용단이 2015년 제작한 ‘향연’의 제작과정에 드러난 구체적인 문제점을 언론보도를 인용해 지적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초예술분야의 민간단체 지원금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예산 약 6억 원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요구에 의해 국립극장으로 흘러간 사실”이라며, 이 작품이 “세간의 평가와 달리 비정상적인 절차로 급조된 작품”이란 점을 꼬집었다.

▲지난 12일 서울무용협회 주최로 열린 '국공립무용단체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이 이택광 교수의 기조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또한,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과정과 관련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한 경력의 소유자를 안호상 국립극장장의 추천으로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 예술감독의 자리에 오른 것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성 교수는 “국공립무용단의 역사적 흐름을 정교하게 되짚으면서, 단체가 지향해야 할 예술적 이념과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무용단체는 각기 표방하는 예술적 이념을 명확히 하고, 이에 적합한 무용가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예술감독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정책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이명박 정부 이후로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잔존하고 있던 국가주도하의 경제적 성과주의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염 소장은 “국가주도로 문화적 성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답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나버렸다”고 진단했다.

"국공립무용단 예술감독 교체후 전임 감독 작품 사장되는 일회성 시스템 문제"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현직 국공립무용단 예술감독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공립무용단이 당면한 문제들을 생생하게 토로했다.

김긍수 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한국도 이젠 발레강국으로 발돋움했다”면서 “서양 명품발레 위주의 수입에서 이제는 한국적 발레 창작을 통해 국제무대로 진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국공립무용단은 예술감독 교체 후 전임감독 작품들이 사장되는 일회성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극장레퍼토리 개발이 가능하려면 고정극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우수한 극장레퍼토리가 생산되려면 이에 걸맞은 제작환경 조성이 급선무라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하다고 강조했다.

"국공립단체 예술감독 예술성 철저히 검증된 사람 임명해야"

배상복 전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국공립단체 예술감독은 그 단체의 얼굴이자 이미지”라면서, “예술적으로 철저히 검증된 사람이 감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당국도 “예술감독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간섭을 최소화하여 작품생산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조성을 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평호 전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무용단원과 행정 요원들은 신분이 보장된 반면, 예술감독은 비정규직 신분으로 2~3년의 짧은 임기로 인해 예술적 성취를 내기가 어렵다”면서 “이러한 불합리한 비대칭 구조를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지금 전국의 각 국공립무용단체의 경우, 예술감독, 단장, 상임안무자 등 호칭이 천차만별이라”면서, “호칭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역할과 의무가 다르게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건비 대비 작품제작비의 불균형 및 예술단체장-예술감독-단원 등에 대한 평가시스템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용계도 블랙리스트 존재, 그럼에도 '예술 존엄 가치 지키려는 노력 없었음' 반성해야"

정기헌 무용평론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무용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이전의 호불호 식의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색깔과 다르다면 이를 철저하게 색출해서 박멸하려한 것은 문화의 다양성과 혼존을 말살시키려 한 작태로서, 우리는 ‘야만의 시대’에 살았던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럼에도 “예술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무용계에서는 없었다는 것에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면서, “국공립무용단의 존재이유와 역할은 물론이요, 예술적 존엄의 필요성을 반추하면서 블랙리스트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정책과 관련 거시적인 영역에서 미시적인 영역에 걸쳐 이뤄졌고, 또 이론적 접근에서 현장의 구체적 목소리까지 다양한 관점과 의견들이 표출됐다.

문체부, "토론회 제기된 문제들 정책 반영 적극 검토하겠다"

이날 토론회 전체를 지켜본 문체부 전통공연예술과 박상희 사무관은 “국공립무용단 관련 무용계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서울무용협회 주최로 열린 '국공립무용단체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한 무용계 원로 중견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 (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이날 세미나에는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김복희 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채상묵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박상환 성균관대 교수, 윤덕경 서원대 교수, 최창주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홍금산 전 국립국악원무용단 예술감독, 이노연 전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긍수 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백현순 한국춤협회 이사장, 이택광 경희대 교수,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 윤미라 경희대 교수, 문영철 한양대 교수, 배상복 전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 김평호 전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용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이주영 전 국립극장 기획위원, 박성혜 전 국립현대무용단 선임연구원, 이건미 단국대 교수, 남도현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기헌·김예림 무용평론가, 김지영 창무회 안무자, 국공립무용단 행정·홍보 담당자, 언론인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무용협회는 향후 무용계 제도·정책을 의제화하여 지속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필요한 경우 이날 다룬 국공립무용단에 대해서도 세부 주제별 심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전문가 토론회를 추가로 개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예술지원심의, 무형문화재 제도, 무용콩쿠르 문제 등을 의제화한 세미나 개최를 통해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