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 한여름 밤의 축제-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 2017
[이근수의 무용평론] 한여름 밤의 축제-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 2017
  • 이근수 무용평론가/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17.07.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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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수 무용평론가/경희대 명예교수

무더운 여름 날 중복 더위를 넘길 수 있는 피서법으로 하늘거리는 선녀의상에 날아오를 듯 가벼운 발레리나의 춤사위에 빠져드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듯하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장광열)가 주최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7.21~22, 아르코 대극장)이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2001년, 격년제로 시작되어 2007년부터 연례행사로 진행되어 온 한 여름밤의 축제다.

올해는 강효정, 김세연, 이지영, 정한솔, 진세현 등 5명의 발레스타 들이 듀엣파트너와 함께 해외에서 초청되고 국내에서 코리아유스발레스타와 영스타 들을 초청해서 짜임새를 갖추었다. 예년에 비해 출연자들의 진지함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올해 처음 이 대회에 초청된 이지영(프랑스 마르세유국립발레단)의 모던 발레 두 작품(Extremalism, Crisi)이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두 작품 모두 에미오 그레코(Emio Greco)와 피터 숄텐(Pieter C. Scholten)의 공동안무작이다.

장신의 이지영은 자신보다 키가 작은 일본인 듀엣파트너 겐 이소미와 함께 춤을 춘다. 첫 작품인 ‘Extremalism’의 원 제목엔 창조의 힘(the Strength of Creation)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20년 전 시작된 에미오 그레코의 마르세유발레단과 피터 숄텐의 ICK암스텔담발레단의 협업을 기념하여 2015년에 제작된 원작은 두 무용단에서 30명의 무용수들이 출연한 대작이다. 그레코의 말대로 무용단 성장의 키워드가 협동에 있음을 강조한 주제(“It is a connection that will even grow”)를 듀엣으로 풀어냈다.

2부에서 보여준 ‘Crisi’는 두 사람이 공동 안무한 2006년 작품인 ‘Hell’의 일부분이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배경음악으로 지옥의 문 앞에서 전라로 춤추던 원작의 감동을 2인무로 보여준 소품이다. 

세종대를 졸업하고 2014년부터 조프리발레단에 소속되어 있는 정한솔 역시 이 대회에 처음 초청된 발레리노다. 한예종을 졸업한 신예 발레리나인 조희원을 국내 파트너로 선택했다. 그들이 2부 순서로 보여준 ‘Aria’는 김재덕 안무로 2016년 헬싱키국제발레콩쿠르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2인무다.

온 몸을 부드럽게 휘감는 동양적인 흰색 의상이 독특하고 부드러운 곡선에서 배어 나오는듯한 내밀한 에너지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점 강하게 변화한다. 1부 작품인 ‘파리의 불꽃’ 파드되는 그들의 현란한 테크닉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발레무용수로선 작은 키의 핸디캡을 극복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콜롬비아 클래식발레단(Columbia Classicsl Ballet)에 소속된 진세현도 이번 대회가 첫 출연이다. 워싱턴 키로프 발레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013년부터 클래식발레의 주역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워싱턴발레단 주역무용수인 브루클린 맥(Brooklyn Mack)과 함께 ‘Spring Waters’와 ‘해적’ 중 그랑 파드되를 춤추었다.

브루클린 맥은 근육질의 단단한 신체에 뛰어난 도약 테크닉을 갖춘 탁월한 흑인 발레리노다. 2부 순서인 ‘해적’에서 그들의 파트너링은 특히 빛났다. 

독일 슈트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강효정과 스페인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세연은 올해로 세 번 째 이 대회에 초청된 무용수들이다. 강효정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Bite’를, 김세연은 “Under my Skin’과 ‘La rose Malade’를 통해 베테랑 발레리나로서의 농염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1부 개막공연은 ’Korea Youth Ballet Stars‘ 단원 31명이 출연한 ‘In a row’(김건중 안무)다. 16명의 유소년소녀들이 무대 양 쪽에 8명씩 줄지어 앉아 손동작만으로 장단을 맞추고 15명 성인 무용수들이 볼레로 음악에 맞춰 원을 그리며 무대중앙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유쾌한 작품이다.

2부 공연은 김용걸과 김지영의 2인무로 시작된다. SPAF에서 초연되어 2014년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Inside of Life’(김용걸)의 핵심부분을 2인무로 압축했다. 원작에서 보았던 운명적 죽음의 현장이 검정색 의상, 슬픈 음악, 영상이 주는 허무감을 통해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국내 발레무용수들의 꿈을 키우고 해외무용수들의 기량을 국내 팬들이 확인하는 자리로서 이 대회가 더욱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