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시인 "도종환 장관, 적폐 청산에 과감히 나서라"
이시영 시인 "도종환 장관, 적폐 청산에 과감히 나서라"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7.08.1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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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쓴소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이전에 집행기관 수장들 퇴진시켜야"

이시영 시인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이전에 실제 집행기관의 수장들과 고위 직급 인사들의 책임을 물어 퇴진시키라"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쓴소리를 전했다.

이시영 시인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도종환 장관이 SBS에서 한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면서 "도 장관의 '선의'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선량한 시인이기보다는 촛불혁명이 만들어준 새 정부의 문화정책 수반으로서의 비전 수립과 철저한 개혁을 통해 문화계 오랜 고질인 '적폐 청산'에 과감히 나서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 도종환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그는 "예술원법 개정을 통해 기존회원들이 새 회원을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을 철폐해야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예술원이 있다는 것을 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면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6개월 플러스 3개월을 소비하는 것보다 우선인 것은 한국문화예술위, 한국출판산업진흥위, 한국문학번역원 등 블랙리스트 실제 집행기관의 수장들과 고위 직급 인사들에게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 퇴진할 사람은 퇴진케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 정권의 기관장 임기를 보장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정치의 세계는 시처럼 '선의'와 '인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이 중요한 한 축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물갈이 인사"라면서 "도 장관의 나이브한 언술들과 업무 스타일이 재고되어야한다. 자를 건 자르고 도려낼 건 도려내라. 그것이 겨울 내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 이시영 시인

이시영 시인은 "방송과 언론에 좋은 이야기나 하는 것은 시인으로서는 폼날지 몰라도 장관으로서는 아니다. 그에게 지워진 임무는 너무 엄중하고 때는 시급하기 짝이 없다. 그는 지금 자꾸 그 '때'를 놓치고 있다"며 쓴소리를 마쳤다.

한편 도종환 장관은 장관 내정 후 인사청문회에서 "(기관장들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을 했기 때문에 보장하겠지만 기관에 따라 다른 부분은 있을 것"이라며 임기는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은 이시영 시인의 글 전문.

도종환 장관의 ‘선의’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나는 그가 지금 선량한 시인으로서보다는 촛불혁명이 만들어준 새 정부의 문화정책 수반으로서의 ‘비전’ 수립과 철저한 개혁을 통해 문화계의 오랜 고질인 ‘적폐 청산’에 과감히 나서기를 바란다.

가령 예술원법 개정을 통해서 기존회원들이 새 회원을 투표로서 선출하는 방식을 철폐해야 하며(교황 선출도 아니고,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예술원이 있다는 것을 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6개월 플러스 3개월을 소비하는 것보다 우선인 것은 한국문화예술위, 한국출판산업진흥위, 한국문학번역원 등 블랙리스트 실제 집행기관의 수장들과 고위 직급 인사들에게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 퇴진할 사람은 퇴진케 해야 한다.

몇몇 신문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 정권의 기관장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정치의 세계는 시의 그것처럼 ‘선의’와 ‘인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이 중요한 한 축이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박근혜 정부를 거쳐 임기를 이유로 새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예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부 산하 한예종 황지우 총장은 관용차를 북한산에 잠시 세워두고 사진 몇 컷을 찍었다는 이유로 당시 유인촌 장관에게 쫓겨났다.) 비겁하고 비루하기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섰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물갈이 인사’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접견해야 할 인사도 많고 참석해야 할 회의도 많겠지만 나는 도종환 장관의 나이브한 ‘언술’들과 업무 스타일이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자를 건 자르고 도려낼 건 도려내라! 그것이 겨우 내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명령이다. 방송에서 언론에서 좋은 이야기나 하는 것은 시인으로서 폼나는 일인지 모르지만 ‘장관’으로서는 아니다. 그러기에 그에게 지워진 임무는 너무 엄중하고 때는 시급하기짝이 없다. 그는 지금 자꾸 그 ‘때’를 놓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