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장소특정 공연 '천사-유보된 제목'
남산예술센터, 장소특정 공연 '천사-유보된 제목'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8.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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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극장 공간으로 들어가 접하지 못한 장소들 대면, 벤야민의 '고독한 성찰' 표현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2017년 시즌 프로그램인 장소특정 공연 <천사 - 유보된 제목>(연출 서현석, 아트선재센터 공동제작)을 오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인다. 

일반적인 공연은 극장이 주는 특수한 장소성과 시간성을 통해 완성되지만, <천사 - 유보된 제목>은 일반적인 치장을 하지 않은 극장의 공간 그 자체로 작품을 제작했다.
 
극장에 도착하는 관객은 MP3 플레이어를 지급받는다. 관람객 단 한 명을 위한 공연이 시간에 맞춰 시작되면, 지급받은 MP3 플레이어 속 지시에 따라 남산예술센터로 입장한다. 60분 동안 평소에 접근할 수 없었던 장소들을 대면하게 되고,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VR을 통해 그동안 살펴본 공간을 다른 관점으로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 발터 벤야민의 애장품으로 알려진 파울 클레의 <새로운 천사>

 
<천사 - 유보된 제목>이라는 제목은 나치를 피하는 긴 여정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인용한 것이다. 벤야민은 이 글에서 죽음을 앞두고 탈무드에 기반을 둔 종교학과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정치학을 기묘하게 섞은 자신의 역사관을 정리한다. 

벤야민은 자신의 애장품이기도한 파울 클레의 드로잉 <새로운 천사>를, 도래하지 않은 구원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섞인 그의 문학적 사상의 중심에 놓는다. 그림 속 천사의 얼굴에서 그는 순수함 속에 깊이 스며든 멜랑콜리와 공포를 발견하고 이를 현실에 대한 고독한 통찰로 이어냈다.

연출을 맡은 서현석은 영등포시장(<영혼매춘>), 세운상가(<헤테로토피아>), 서울역(<헤테로크로니>), 전시장(<연극-서현석展>) 등의 다채로운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으며 이번에 <천사-유보된 제목>으로 관객이 1인극을 하도록 만들었다.
 
남산예술센터는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계 안팎으로 동시대에 새롭게 시도되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들과 소통함으로써 현대예술을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6년 시즌 프로그램 <아방가르드 신파극> <변칙 판타지>로 극장의 관성을 깨는 시도를 했다면, 2017년에는 극장을 보다 과감하게 사용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60분 동안 한명의 관객이 극장을 여행하는 <천사 - 유보된 제목>은 하루 40명의 관객만 관람이 가능하며, 예매를 통해 사전 예약된 시간에만 공연이 진행된다.
 
문의: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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