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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강현 교수 “해양문화 진흥, 대한민국을 해양부국으로”
“나를 밟으며 개척해야 발전할 수 있어, 획기적인 방법들에 지자체 관심가져야”
2017년 08월 25일 (금) 12:08:17 이은영 편집국장/정리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삼면이 바다인 나라 대한민국. 해운업, 조선업 등의 발전은 바로 바다와 인접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른다. 군사 보호지역으로 막혀있는 곳도 있고 지자체의 무관심도 존재하고 있었다. 바다를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함에도 그에 대한 생각과 실천은 사실상 전무에 가깝다.

지금 그 해양문화를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생각하는 이가 있다. 바로 본지가 만난 주강현 교수다. 지난 7월 국회 내 바다 연구모임인 해양문화 포럼이 창립됐을 때 그는 “해양문화 진흥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바다와 면한 도시의 재생과 미래전략을 수립하자”는 제안을 했다. 해양문화 진흥이 곧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그의 신념이 표출된 순간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관점을 선보이고 각종 저서를 펴내며 ‘지식노마드’로 불렸던 그는 이제 ‘해양인’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다. 그가 펼치고 있는 해양문화 발전의 길을 묻기 위해 본지가 그를 찾아갔다. 그의 꿈이 그의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고 있었다.

   
▲ 주강현 교수 (사진=정영신 사진가)

현 상황에서 해양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조금만 더 가면 바다인데 피할 수가 있나?(웃음) 왜 봤냐는 질문이 나올 수 없다. 보기 싫어도 보게 되는 것이 바다다. 다만 이 바다를 연구 주제로 삼은 것이 놀라운 거다.

한국은 해양문화를 창조했다. 이를 만들어냈다. 나를 밟고 가며 개척해야 발전할 수 있다. 내가 20대 때 희곡작가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혁명적인 내용이 많았다. 참 옛날 이야기이긴한데(웃음)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한다. 어려운 시절 자기 과거 팔아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그게 싫다.

지난 7월 국회내 바다 연구모임인 해양문화 포럼이 창립됐다. “바다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라고 기조발제를 하셨는데

해양문화포럼은 국회 최초의 연구다. 준비는 이전부터 했는데 선거 때문에 미뤄졌고 나도 외국에 나가 있어 늦게 시작했다.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려한다. 대형 크루즈를 띄워 그곳에서 심포지엄도 하고 공연도 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운․항만․물류 등 하드웨어적인 해양관에서 해양문화 진흥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로 중심을 전환해야 한다. 바다와 면한 도시의 재생과 미래전략 수립, 해양관광과 예술, 환경과 평화 등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이 해양부국, 문화부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체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데 해양 쪽은 잘 모르는 것 같고 인프라를 안 가지고 있다. 레제 관광과가 해수부에 있는데 하드웨어는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없다. 바다가 인접한 지자체도 바다를 잘 모른다. 

이는 누구를 비난할 필요가 없고 각자의 한계가 다 있다. 문체부는 개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지자체 역시 바다에 관심을 갖게 하고 해수부는 소프트웨어를 갖추게 해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발트해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 곡물창고를 그단스크 호텔처럼’이라고 하면서 한국도 해양 문화·인프라를 활용하자고 주장했는데

그단스크 호텔이란 곳이 바로 곡물창고를 활용한 곳이다. 곡물창고에 쌀포대를 올려 놓고 4층 호텔을 만든 것이 지금의 그 호텔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해양이 변하면 다 변한다. 우리의 해양 인프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진해사관학교도 일제 시대 건물인데 최근에 이전했잖나. 그 건물의 일부를 우리가 가져가 활용할 수 있다. 최대의 문화 시설을 지을 수 있는 곳이다. 등대 구역 같은 곳은 보존이 잘 되어 있지 않나. 조금만 리노베이션을 해도 충분하다. 

지금 섬 주변에 군사 보호시설로 묶인 곳이 많은데 국방부와 타협해서 군사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지금 주목하고 있는 것이 그 부분이다. 안되면 내가 먼저 시작하려한다(웃음).

우리는 너무 부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새것 콤플렉스’가 있는 것일까? 이상한 집이라고 해서 그것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부수고 새 것을, 그것도 고층 건물을 지으려한다. 다 부수고 건물 지어 임대료 받아먹겠다는 생각만 하니 뭐가 되겠는가.

해양아카이브 자료센터 같은 것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어야할 것 같다. 지금도 몇몇 사람들을 보면 바닷가를 보며 생각하는 것이 기껏 카페나 레스토랑 짓는 것이다. 그것도 문제라고 본다. 

오는 10월말에 제주도에서 국제해양문화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에 국제협회를 만드는데 NGO 파트를 만들려한다.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고 민간도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 민간의 역할이 각각 있다.

   
▲ 주강현 교수는 지자체가 해양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섬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고 하는데

섬은 둘 중 하나다. 개발하거나 보전하거나. 개발을 하려면 확실하게 개발해야하는데 개발이 되려면 같이 가야하는 것이 바로 요트다. 

유럽 섬의 상당수에는 요트가 들어오는데 우리는 그것이 없다. 생각해보라. 요트 500개가 마련되면 요트에 5명이 타도 2천 5백명이 섬을 오갈 수 있다. 요트야말로 주민 친화작업이다. 요트가 내려오는 곳에 수산시장을 열 수 있고 카페도 열 수 있다. 자갈치시장에 요트가 들어오면 손님을 더 불러올 수 있다. 서울의 인구를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장치인데 그 부분이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잘 안하고 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를 보면 ‘군사 보호지역’이라는 점과 안전 사고의 우려다. 군사 보호지역의 경우 누가 어디서 왔는지를 공개한다고 한다면 쉽게 사람들이 올 수 있겠는가? 사고가 우려된다고 하는데 혹시나 섬에 온 사람이 요트 타고 월북이라도 할 것이라 생각하는건가?(웃음)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시스템의 문제, 인식의 문제가 있다보니 요트 같은 주민친화형, 어촌친화형, 근접성 친화형 제안이 안 되는 거다.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이걸 해야 그림이 만들어진다. 

최근 여수를 다녀오게 되면서 여수엑스포장을 둘러보고 왔다. 건물 활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활용 방안이 마련되어야할텐데

여수세계박람회 때 방문 책 다 내가 정리하고 해양문학관도 다 내가 만들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마쳤는데 공간 문제가 나왔다. 전시관을 아름답게 하기로 했는데 건설사에서 그 계획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사실 그 방안은 지금도 나름대로 연구를 하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것이 사실 예산을 엄청 낭비시켰다. 배후 도시가 없으면 사람들이 수용이 안 된다. 관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한다.

<세계 박람회의 역사>라는 책을 쓰셨다. 박람회 전문이론가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박람회의 역사와 실체, 이론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책을 낸 것이 이채로웠다. 특히 마지막 장에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 질문을 해보고 싶다

박람회는 미래를 제시하는 엑스폴로지(EXPOLOGY) 구축의 성격을 지닌다. 역사학, 도시사, 건축학, 미술사, 산업기술사, 생태학 등의 중요한 융합적 학제적 연구대상이자 융복합적 개념을 갖는다.

사회체제의 선전, 제국주의의 팽창, 식민지의 산물 등 여러 의미가 나오지만 일단 박람회에 온 사람들은 유토피아의 관점에서 관람을 하지 않나. 그래서 지금도 박람회가 끊이지 않고 열리는 것이고. 

자동차 모터쇼 같은 것도 일종의 박람회다. 오토바이 박람회가 열리면 오토바이 광들이 수만명씩 오는데 오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껴안고 좋아한다. 사실 내 눈에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웃음) 그만큼 오토바이를 좋아한다는 의미잖나. 하나의 장이 마련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박람회는 자본주의의 꽃이기도 하다. 환상을 충족해주니까.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물론 박람회가 있다. 주로 곡식왕, 탈곡왕 등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심인 박람회인데 사실 자본주의가 잘한다. 첨단의 건축 시설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자기 나라 자랑도 할 수 있다. 마치 올림픽처럼 말이다. 

이렇게만 보면 유토피아라고 볼 수 있지만 디스토피아적 부분도 존재한다. 가령 전쟁이나 무기 박람회 같은 경우 보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면 모르지만 무기나 전쟁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된다면, 혹은 다른 박람회에서 그와 비슷한 불안감 등을 느끼는 부분도 있기에 그런 것이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유토피아를 뒤집으면 디스토피아가 된다. 불과 10년전만해도 낙후됐다고 하던 제주도가 지금 오히려 유토피아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바뀌는 게 지금의 모습이다.

   
▲ '해양문화 진흥'에 앞장서고 있는 주강현 교수 (사진=정영신 사진가)

민속학에 조예가 깊으셨는데 그런 의미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낙안읍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한참 상황 설명을 들은 후) 일단 그곳은 사람이 사는 도시다. 읍성은 오래된 도시라는 것이다. 그것을 fake, 즉 가짜 민속이라는 의미로 여기기도 한다. 

낙안읍성은 물론 고풍스러운 멋이 있지만 들어가보면 초가집이 일룰적으로 쫙 있다. 분명히 도시라고 하는데 도시적인 기능이 없다. ‘가짜 민속’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어떻게 보면 만들어진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와 섞이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섞는다고 해도 원형을 보존하고 주민의 불편함이 없어야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외국의 경우 새로운 것은 외곽에 세운다. 원형을 지키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특히 관이 그 안에서 장난을 치려고 하니까 안된다. 쓸데없는 예산 낭비를 하면 안 된다. 고풍스러운 곳에 콘크리트 같은 것을 넣는 것이 아니라 원형을 살리는 차원에서 섞여야한다는 것이다.

해양사·문화사·생활사·생태학·민속학·고고학·미술사 등 전방위적 학제 연구를 수행하며 대표직인 ‘지식노마드’인이자 해양문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내가 직접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변한 것이다. 내 자신이 ‘해양인’이 된 것이다. 평생을 하다보니 그렇게 바뀐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설픈 교수들은 해양인이 아니다. 어민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은 아니지만 도전적인 어민의 모습을 품고 있는 이가 바로 해양인이다. 거칠어보이지 않나?(웃음) 내 인생에 그게 생긴거다.

항상 머릿속에 전 세계를 항해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미 많은 항해를 했고 2007년에는 큰 배로 태평양을 횡단했는데도 그렇다. 이번에 발트해를 돌았는데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지막에는 태평양을 쭉 돌려고 한다.

그렇게 건강한 해양인으로 탄생한 거다. 그 속에서 나온 과감함을 우리 후배님들이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포항에 환동해문명사박물관을 만들자는 새로운 생각을 내놓는 것도 그런 과감한 사람들이다.

혹시 앞으로 다른 분야에 더 접근할 생각은 있는지?

이번에 <우리 문화 수수께끼> 합본을 냈다. 사진도 새로 하고 내용도 새로 해서 새롭게 만들었는데 주독자인 청소년들을 위해 가격도 대폭 낮췄다. 대중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데 다른 쪽을 파고들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이제는 해양만 파고들기에도 바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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