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베르디 음악이 실종된, 패션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
[공연리뷰]베르디 음악이 실종된, 패션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
  • 장수동 오페라연출가/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 승인 2017.08.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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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성공기원 올림픽공원서 올려진 야외오페라 프레스리허설 현장스케치

2018 평창올림픽 성공기원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G.Verdi 작곡 오페라 La Traviata의 한국 제목)의 프레스리허설이 있는 지난 24일(목) 오전 내내, 연일 계속되던  장대비가 어김없이 내려 하루 순연된 공개 리허설이 과연 가능할까 싶어 내심 초조했는데 다행스럽게 오후 늦게부터 검은 먹구름들이 연한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하늘빛이 제법 청명해졌다.

▲국립극장 야외오페라 '동백아가씨'

트래픽이 심한 강남 길을 살살 운전하여 잠실벌 야외오페라 공연장에 당도하고 보니 88잔디마당을 둘러친 펜스가 이곳이 바로 국립오페라단이 1961년 창단 이래 처음 펼치는 야외오페라 공연장인 것을 실감했다. 개인적으로 비로 인한 야외오페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데 날씨는 모레 본공연이 시작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해서 다행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객석에 앉았다.

무대 앞에서는 프레스리허설 전에 이번 공연에 변사 역으로 출연하는 연기자  채시라의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주객전도의 개막 전의 모습이었다. 무대 뒤쪽에서는 비올레타역의 소프라노 이하영을 비롯한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공연 전 발성연습 소리가 그동안 호우성 비로 인해 제대로 하지 못한 무대리허설 과정을 알리듯 크게 들려와 객석까지 퍼졌다. 잠시 후, 무대감독의 간단한 공연에 앞서 무대 관련 메시지와 관객들에게 당부하는 멘트가 들리더니 바로 프레스리허설이 시작되었다.

휘어진 대형 LED스크린에서는 동백꽃의 색감인양 붉은 빛을 비추고 있고 4개의 원형판이 깔린 좌우 길이 20M의 경사무대와 3개의 다른 형태의 기능성을 살린 창살무늬 병풍 등 정제된 상징적인 무대가 눈에 띄었다.

객석이 어두워지면서 의사 그랑빌 역의 베이스 최공석이 병약해 질대로 병약해졌으나 오늘밤 연회를 준비한 코르티잔 출신(이 작품에서는 기생이라 부르기로 한다)의 비올레타역의 소프라노 이하영을 부축해서 무대 위로 등장한다. 이번 공연의 함축적 장면이다. 그 후 국립오페라단이 ‘명장’으로 소개한 프랑스 출신의 지휘자 패트릭 푸흐니에의 지휘로 무대 뒤에 포진된 오케스트라피트에서 서곡이 연주되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좌우에 설치된 사각의 LED스크린을 통해 프라임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 야외오페라가 베르디 오페라 <La Traviata>라는 오페라 속에 용해되어 있는 음악적 접근 방식에 인색함을 여지없이 보여주어 과연 이 자리에 작곡가 베르디 선생과 대본가 피아베가 함께 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서곡이 연주되는 내내 궁금했다.

▲▲국립극장 야외오페라 '동백아가씨' 주요 출연진

‘내 오페라는 음악 자체야!! 말이 대화를 만들고 그 대화가 오페라가 된거야!
음악에 충실하라!!’ 라고 했을까?

제1막/ 비올레타의 연회장
변사 채시라가 무대상수 쪽에서 나와 시대적 정황과 환락의 시간 속의 비올레타의 고단한 삶을 당대의 古詩的 표현으로 낭송하면서 무대하수로 사라진다. 상의는 꽃으로 장식된 한복 저고리인데 긴 치마는 검정 야외복 차림의 퓨전 한복 차림인데 작품 속의 인물, 그러니까 같은 기생으로 비올레타의 삶과 그녀의 속을 다 들여다 볼 수 있던 플로라 역으로 작품 속의 인물로 등장하든지, 아니면 이번 공연의 배경으로 삼은 조선의 정조 시대와 오늘을 관통하는 메신저로서의 현대적 복식-여기에 한복적 표현이 은유된-좋았을 거다. 정체성 없는 단순 해설자로 독립된 변사의 등장은 시선을 받을지언정 작품 속에 용해되지 않아 등장할 때마다 공연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무대로 등장하는 합창단과 무용단의 복식도 오리지널 작품속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기는 커녕 단순하게 남자는 유생복, 여자는 기생복, 무용단은 무용적 표현이 가능하도록 당의차림으로 단순화 시켜서 연출가의 의도가 무대와 마찬가지로 절제미에 방점을 두고 의상이 제작되었구나 생각하면서도 경사무대 위에서의 원활한 움직임을 고려하였는지 알프레도와 가스통,도비니 후작을 비롯한 남성 대부분의 도포가 잘룩해서, 한복적 자태가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무대 앞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지휘자와 조응하면서 자기 인생 자체가 환락이라는 비올레타가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나고, 그녀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알프레도(테너 김우경)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비올레타의 후견인이자 오늘 연회를 베푼 물주(?)인 듀폴 남작(바리톤 서동희), 같은 기녀 출신의 플로라(메조소프라노 김선정)와 그녀의 후견인인 도비닉 후작(바리톤 김인휘)의 존재와 역할은 야외오페라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단순함을 강조한 의도라기보다 작품의 디테일을 무시하고 시각적 효과에 매달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더 커졌다. Brindisi(축배의 노래)로 이어지는 합창, 알프레도의 고백, 병색이 짙어진 비올레타의 기침과 의사 그랑빌의 부축 그리고 무도회장에서 들려오는 왈츠의 삭제 등의 오페라의 어법 뒤에 혼자 남은 비올레타. 그녀의 아리아 E strano!(이상해라)는 그동안 수십 명의 남자를 상대한 기녀가 한 젊은 유생을 만나 점점 변화하는 심리를 보여주는 1막의 백미라고 할 텐데 계속해서 발광하는 LED스크린은 그녀의 예민한 심리묘사를 벌건 백주에 낱낱이 고하라는 양, 관객의 눈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참으로 ‘이상한’ 관객 강요의 무대였다. 비올레타 소프라노 이하영은 그 밝은 불빛 아래, 무대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며 전통춤 동작을 응용한 발림(연기)으로 나름대로의 비올레타로 접근하고자 최선을 다하였다. 다만 고음부에서는 상체를 들어 올리는 동작은 한 여자의 삶이 녹아있는 ‘女子歌’를 부른다기보다 무대 위에서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을 보는 듯 했다.

무대 위의 비올레타와 객석과의 객관적 여백이 아쉬웠다. 그것은 무대 뒤, 대형 LED스크린에서 보여주는 백모란, 홍모란이 그려진 –이걸 동백꽃이라 부르는지는 모르겠다-규방 병풍식 이미지가 한 코르티잔(기녀)의 삶의 상징이라는 연출의 의도가 오히려 음악적 상상력을 반감시키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국립극장 야외오페라 '동백아가씨'의 무대인사, 채시라.

제2막/ 파리 근교, 비올레타의 집
장면은 꽃이 만발하고 나비가 나는 팔곡병풍의 병풍으로 둘처진 규방의 처소로 바뀌면서
무지기(무지개) 속치마 차림의 비올레타가 등장하고 알프레도의 집을 벗어나 그녀와의 행복한 동거의 즐거움을 아리아로 노래하면서 시작된 2막. 테너 김우경은 본공연이 아닌 프레스리허설임을 감안한 듯 고음부분은 자기 소리를 조율하면서 야외무대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은 차라리 알프레도 아리아 후에 오리지널 작품처럼 비올레타가 조금이나마 쉬다가 등장하면 목 컨디션 조절이 좀 나았을 텐데 바로 1막에 입던 옷을 교체하여 부리나케 무지기 속치마 차림으로 등장하여 그 긴 시간을 찬바람을 마시며 앉아있던 비올레타.

왜 2막 장면도 야외가 아닌 규방의 화분 이미지 그림(영상디자인 김장연)을 스크린에 비쳤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연출가의 단순한 절제미의 의도 치고는 좀 궁색했다.

Madami gela  Valery? (여기가 발레리양의 집이오?)하며 등장하는 정자관을 쓰고 짧은 도포차림의 제르몽(바리톤 양준모)의 등장은 짧은 도포의 길이로 가부장적인 모습이라기보다 희화적으로 보였다. 이 장면부터 제르몽이 자기 아들과의 이별하라는 강요에 대한 비올레타의 답을 얻고 떠나기까지의 이야기가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1853년 베네치아 페니체극장 초연 당시,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은 신흥계급의  부르주아 상인들과 구태의 귀족들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렸던 가부장적 권위주의, 남의 삶을 송두리 채 내버린 가족이기주의,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사상, 길 위에 버려진 기구한 한 여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세상에 대한 외침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시아버지(본인은 부정하지만) 제르몽과 속옷 차림의 비올레타의 만남은 조선시대 정서로 보면 참으로 고약한 장면이었다.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정적인 무대가 불편했던지 회전 원형무대가 계속 돌아가면서 두 사람의 시선과 대화가 계속 어긋난다. 어긋남도 의도였나? 음악적 집중감을 현격히 떨어뜨린 점이다. 말이 대화가 되고 그 대화의 갈등이 음악이 되어 하나의 오페라를 이루는 기본적 오페라 무대어법으로 보면 정말 말이 안되는, 무대적 의도만 있고 음악의 내용은 두 사람이 헛발질하듯 하는 노래로만 남아있는 끔찍한 장면이었다.

회전무대를 통해 우연적 장면을 기대했다면 이건 ‘무대 언어’가 아닐 것이다. 2막을-음악적 내용을 무시한-을 보면서 무용극 ‘향연’과 ‘묵향’에서 보여준 비언어적 미쟝센의 정구호 연출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오페라인들이 이번 오페라의 연출이 꼭 정구호여야 하는가 갑론을박할 때, "한국오페라의 외연을 넓히고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건축이든 영화든 패션이든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오페라 무대에 진입하는 것은 긍정적 메시지라고 넓은 마인드로 지켜보자, 25억원 제작비의 오페라를 우리는 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성원하자"며 그들을 설득하던 나의 마음을 지울 수 밖에 없었다.

음악에 대한, 오페라에 대한 예의가 없구나. 자기 그림만 보여주는 스타일리스트구나... 그의 달란트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국립오페라단의 역할은, 음악적 부문을 잘 컨트롤하고 오페라적 언어로 무대를 꾸몄어야 하는데 야외오페라에 처음 도전하는, 익숙하지 않음인가 아니면 중도사퇴한 단장 부재가 원인인가 정작 주인 노릇을 해야 할 국립오페라단은 뒷짐을 지고 모든 것을 그의 손에 맡기고 면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인없는 국립오페라단, 26억의 국민혈세, 평창강릉동계올림픽을 위한 잠심벌 오페라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상념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2막이었다.

▲국립극장 야외오페라 '동백아가씨', 무대인사의 한 장면.

제3막/ 플로라의 연회장 혹은 투기장
스크린에는 조선시대 양반문화를 상징하는 책가도(冊架圖)가 펼쳐진다.
기녀 플로라의 연회장(기생집과 투전판)이 무슨 책방인가?

집시들의 춤과 투우사의 춤은 여성무용단의 머리에 쓴 탈들의 이유 없는 군무와 한명의 남성무용수(안무자 김재승)의 가면춤으로 대치되었다. 춤연출가로 데뷔한 정구호 치고는 땜질의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퓨전한복-한복전문가들이 보면 화를 낼-의 맵시를 보여주자는 의도라면 모를까 알다가도 모를 춤사위는 정체불명의 복식들이 장악한 무대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특히 투전판에서는 동전을 꿴 노름돈이 오가더니 비올레타를 향해 알프레도가 던지는 돈벼락은 그의 품에서 나온 지폐여서 참 편의적 발상이네 하면서 객석에서 실소를 자아냈다. 플로라와 그녀와 후견인인 도비닉 후작 그리고 의사 그랑빌의 존재는 무대 위에서 아무런 존재감도 없는 것이 작품의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데 한계를 느끼게 했다. 조역이 존재 이유가 드러나면서 무대를 지킬 때 작품의 구성이 단단해지는 것이다.

최소한 1864년 등장한 베르디가 온전한 자기의 삶을 바쳐서 오페라 <La Traviata>를 쓸 때에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그리고 제르몽을 축으로 하면서 무대 위 조역으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을 등장시킨 것은 당시 사회상을 그리기 위한 무대적 발상이자 장치였다. 텍스트에 충실하지 않은 무대는, 그것이 어떤 파격적 발상이고 한국적 감각의 무대이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무대의 진리다. 역사상 가장 특별한 무대라고 명명한 국립오페라단이 명심하고 공연이 종료되고 나서도 깊게 스스로 각인해야 한다. 텍스트에서 찾아라 그리고 음악이 중심인 오페라여야 한다.

(간주곡은 한 여인이 죽어가는 처연한 모습을 표현한 베르디의 하이라이트라고 명명하기에는 보론  <La Traviata>라는,이 이 오페라 보여주고자 하는, 객석의 관객도 3막 마지막 무대 위에서 진행된 대합창에서 벗어나는 그야말로 간주(쉼)인데 무용단이 군무로 디딤춤을 보여주고는-이 춤사위가 죽음의 상징하는 춤의 안무라면 참 딱하다- 무대 뒤 스크린 앞에 길게 도열하면서 간주곡이 무대전환용 음악으로 쓰여져 무대를 보면서 지휘하지 않아 가뜩이나 불만적으로 지휘봉을 흔드는 지휘자 패트릭 푸흐니에도 싫어할만큼-그래도 간주곡 장면의 연주도 본 공연에서는 보여주시라. 프레스리허설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무대 위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무튼 음악적 내용을 방해하는 춤 장면이었다)

제4막/ 겨울, 비올레타의 허름한 방
베르디는 오페라 <La Traviata>를 통해 비올레타라는 길 위의 여자, 한 코르티잔의 굴곡진 삶을 계절의 변화로 표현하고자 했다. 눈 내리는 밤, 홀로 가난하게 죽어가는 침대 위의 비올레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스크린은 붉은 컬러의 홍모란이 동백꽃으로 대치해 비쳐진다. 모란인가 가만히 봤더니 여전히 붉은 홍모란이 버티고(?)있어 엄청 불편했다. 4막이 시작되자 무용단이 덮어준 동백꽃이 수놓아 있는 대형 쓰개치마를 덮고 있던 비올레타가 장시간 무대 위에 엎어져 있었던 게 무리가 된 탓인지 제르몽이 보낸 용서를 편지를 읽을 무렵부터 사달이 났다.

결국 E tardi! (이젠 모든게 이미 늦었어!)하면서 시작된 주옥같은 아리아 Addio del Passato!! (지난 날이여, 안녕!)를 부르는데 계속 옆구리가 결리는지 제대로 숨을 못 쉬면서 노래도 팔세토(가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모레 공연을 위한 컨트롤이라고 보기에는 걱정이 앞선 모양새였다. 그 뒤의 Parigo o caro (파리에서 다시 한번?)의 이중창부터 마지막 5중창까지의 무대는 엉망으로 흘러갔다. (본 공연에서는 가수들의 열정으로 잘 하리라 믿는다). Joija!(내 이름은 환락!)이라는 마지막 외마디를 끝으로 쓰러진 비올레타가 동백꽃이 수놓아졌다는 쓰개치마를 끌어안고 무대를 사라지면서 공연은 끝났다.

알프레도, 제르몽, 하녀 아니나, 의사 그랑빌이 지켜보는 가운데 홀로 죽어가는 가난한 기녀의 모습이 마치 죽어서하늘로 승천하는 민비인양 國母로 처리해서 연출가의 뭔가 시각적 효과에 매달려 오페라를 그르치는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기녀인지 양반집 규수인지 국모인지 여기저기서 찾아 온 이미지들의 편린으로 꾸며진 공연과 무대는 왜 야외오페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는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끝까지 보려던 나의 생각을 지우게 하였다.

1년 전 기재부가 좀처럼 붐업이 안되는 동계올림픽 활성화를 위해 별도예산 45억을 책정, 한국형 오페라를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하라던 발상으로 시작된 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회에서 예산이 10억이 삭감된 35억으로 확정됐다. 당시 문체부 조윤선 장관시절, 25억의 야외오페라와 10억의 창작오페라 공연(이 사업도 올해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는 국립오페라단은 쉬쉬하고 있다)으로 쪼개지더니 오스트리아 보덴호수의 브레겐츠오페라 <마술피리>를 들여와 정명훈 지휘, 파운트니 연출로 공연한다고 퉁치다가 그것도 공수표로 날렸다.

그 사이,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는 예산이 확정 안되어 아직 작품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시간을 벌더니만 공연 3개월 전에 내놓은 대안으로 등장한 정구호식 <동백꽃 아가씨>였다. 마법의 무대라지만,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속담처럼 프레스리허설 현장에서 느낀 것은 LED와 경사 원형무대에서 펼쳐진 정구호의 무용패션쇼장에 다름없었다.

무슨 뮤지컬 극장의 반주용 섹션 밴드처럼 무대 뒤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형태의 뮤지컬식 발상으로 보컬(솔리스트성악가+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브랜딩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공연의 현장감을 높이는 야외오페라 관극의 최대의 즐거움을 저버린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났다.

무대적 표현의 극대화를 위해 오케스트라를 보이지 않는 무대 뒤 쪽에 배치해서 오로지 연주만 하라는 태도는 음향적으로는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나 야외오페라의 현장감을 살리는 데는 큰 마이너스였다. 그럴거면 왜 비싼 세금 들여서 외국지휘자를 초빙했나?

▲국립극장 야외오페라 '동백아가씨', 무대인사의 한 장면

우리의 옷을 입었다고 우리의 오페라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얼굴을 한, 우리의 영혼을 담은  오페라를 해야 그것이 이태리어로 부르는 베르디 오페라이든 독일어로 부르는 모차르트 오페라이든 우리식, 한국형-이런 용어 자체가 생경하   지만-오페라로의 접근과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14년 전 상암월드컵경기장 야외오페라 <투란도트>의 한국 측 협력연출로, 2012년에 몰아
 닥친 태풍으로 홍역을 치루며 진행된 연세대 노천극장 야외오페라 <라보엠>의 한국 측 연출로 참여하면서 야외오페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도 뇌리에 여전하다.

나는 이번 공연이 성공적이길 기원한다. 한여름에 펼쳐지는 야외오페라가 주는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관광오페라라고 폄하하여도 오랜 시간 이태리 오페라의 자존심을 지켜 준 ‘오페라 디 베로나’처럼 우리도 지속적인 야외오페라 공연이 이어진다면 오페라와 대중과의 소통도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지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끝까지 뒤에서 수고하는 국립오페라단 스텝들의 열정에 기대한다. 프레스리허설은 한 월간지 객원기자 자격으로 갔지만 오늘밤 첫 공연은 2만원 짜리 중간 위치의 티켓을 예매해서 구경 간다. 성공적인 공연을 기대해 본다.

장수동 (오페라연출가.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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