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현'을 통해보는 질곡의 현대사, 남산예술센터 '에어콘 없는 방'
'피터 현'을 통해보는 질곡의 현대사, 남산예술센터 '에어콘 없는 방'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8.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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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 이성열 연출가와 한명구 등 실력파 배우들 참여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한 신작 <에어콘 없는 방>(원제 <유신호텔 503호>)이 오는 9월 14일부터 10월 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에어콘 없는 방>은 1906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 상해, 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은 실존 인물 '피터 현'(1906~1993)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가 경험한 파국이 낳은 다면적이고 경계적인 역사성과 정체성을 다룬 작품으로 지난해 제6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 연극 <에어콘 없는 방>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피터 현은 1919년 3.1운동 당시 한국 독립운동을 상하이와 전 세계에 알린 현순 목사(1880~1968)의 아들이자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불리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평양에서 박헌영과 함께 처형된 앨리스 현(1903~1956)의 동생이다.

극의 배경은 1975년 8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단 하룻밤, 아버지 현순 목사가 건국공로자로 추서되고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기 위해 해방 이후 30년만에 한국을 찾은 70세의 피터 현이 머무는 유신호텔 503호다.

방 안에는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 1936년 대공황을 맞은 뉴욕, 1945년 9월 미군의 남한 진주와 해방 후 혼란한 남한,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휩쓸던 미국, 1953년 휴전 협정이 한창인 한국, 1975년 극단적 유신 독재정권 하의 서울까지 폭넓은 현대사가 어지럽게 뒤엉키며 공존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뉴욕 연극계에 뛰어든 희망찬 젊은 피터와, 굴곡진 현대사를 겪으며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앓는 늙고 초라한 피터가 등장한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즐거운 복희>를 연출한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연극 <만선>과 <레드>에서 한 인간의 집념을 극한으로 보여주며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던 배우 한명구를 비롯해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김현중, 최원정 등 실력파 배우들이 참여한다.

남산예술센터는 벽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벽산희곡상과의 교류를 통해 지난 2012년 <878미터의 봄>, 2013년 <아버지의 집>, 2016년 <곰의 아내>, 그리고 이번 <에어콘 없는 집> 등 네 편의 수상작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한편 관객참여 프로그램 '남산여담'이 운영된다.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예술센터를 자세히 살펴보고 실제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극장투어 '어바웃스테이지'가 9월 23일 오후 1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며, 당일 공연 후에는 이성열 연출가와 조만수 드라마터그, 한명구 김현중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피터 현을 추적하는 시간을 운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남산예술센터 누리집(www.nsartscenter.o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옥션티켓,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예매사이트에서 예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