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는 성악가 최현수 교수
[단독]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는 성악가 최현수 교수
  • 이은영 기자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9.1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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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요강 유출’ 형평성 없는 징계, 그 뒤에는 ‘김종덕 문체부’가 있었다

최현수 교수는 왜 한예종을 떠나야했나?
문화계 "국립오페라단장 낙하산 인사 반대 '비대위' 참여에 '표적 보복'"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로 주목받고 있는 성악가 최현수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지난 2015년 1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 이날 영결식 순서에는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교수가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추모곡으로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보도자료에도 이 내용이 나왔고 언론들도 아무 의심없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

영결식이 진행되고 추모곡 순서가 됐다. 그런데 무대에 오른 가수는 최현수 교수가 아니라 고성현 한양대학교 교수였다. 갑작스런 교체였다. 한 방송사는 고성현 교수가 등장한 상황에서 ‘최현수’라는 자막을 띄우는 방송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정부는 이 해프닝을 ‘최 교수의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라는 국민적 행사를 개인의 사정으로 불참한다는 것은 뭔가가 석연찮았다. 동양인 최초로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고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최현수 교수가 국가의 초청을 단순한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같은 입시요강 유출임에도 다른 교수는  ‘봐주기’, 최 교수는 ‘해임’

해가 바뀌고 2016년 1월, 한 일간지의 단독 보도가 나왔다. 추모곡 가수가 갑자기 바뀐 이유가 최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때문이었고 이로 인해 한예종에서 해임됐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최 교수는 입시문제 사전 유출로 영결식이 열리던 당시 학교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고 다음날인 11월 27일 성악과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입시요강 유출로 공정한 입시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이 매체는 "기소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그런 이가 국가적 행사에서 추모곡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코멘트도 인용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최 교수는 지난 2015년 3월 하순경 해외유학중인 한예종 졸업생 제자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입시요강을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입시곡 발표를 20여일 앞두고 입시 요강을 제자에게 알려줘 비밀 누설과 함께 공무상 집행 방해를 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조사 결과였고 이와 별도로 최 교수는 검찰에 기소가 된 상태였다.

사정을 살펴보면 행정 지연과 착오로 인해 입시 요강 공지가 몇 차례 늦춰어졌고 , 그런 과정에서 최현수 교수는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고지된 줄 알고 몇 주 전에 제자에게 알려 준 것이 입시요강 유출로 비화한 것이다.

▲'최현수 교수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경

음악계 입장에서 보면 경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건이다. 사실은 ‘입시문제유출’이 아닌 ‘입시요강’  유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법과 예술의 관행 사이에는  엄연하게 높은 벽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최 교수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주변엔 이보다 더 추악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 교수가 입시 요강을 제자에게 알려주기 불과 얼마 전 A교수의 행동이 문제가 됐다. 그는 제자들과 있는 자리에서 '이번 입시에 이런 것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퍼뜨린 것이다. 그는 최 교수와 같은 자리에서 징계를 기다리게 됐다.

▲최현수 교수의 '블랙리스트 찍어내기'에 동조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봉렬 한예종 총장.(사진제공=한예종)

그런데 같은 입시요강 유출건임에도 불구하고 A교수에게는 ‘견책’, 즉 ‘다시는 그런 짓 하지말라’는 권고에 그친 반면 최 교수에게는 해임이 결정됐다. 같은 사건을 놓고 극과 극의 판정이 나온 것이다.  A교수의 경우는 ‘무의식 중에’ 일어난 일인 반면 최 교수의 행위는 의도적인 행위라는 것이 징계위원회의 판정이었다.

이에 대해 한 오페라 관계자는 “입시요강은 시험문제라기보다는 시험범위”라고 말한다. 입시요강이라는 것은 시험을 보는 곡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볼 곡들을 시험 6개월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고 시험 당일 학생이 뽑아서 그 뽑은 곡을 30~45초 부르는 형식이기 때문에 입시요강을 미리 알려준다해도 자신이 자신있어하는 곡을 부를 확률은 적기에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 관계자는 “입시요강이 발표되기도 전인 2015년 3월 중순 한 학생이 교수실을 청소하다가 책상 앞에 입시요강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걸 휴대폰으로 찍어 친구들과 공유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최 교수가 입시요강을 제자에게 주기 전인 시기에 먼저 유출된 것이다. 입시요강이 그렇게 긴밀한 것이라면 이렇게 방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업무 시간 40여 차례 도박장 출입과 학생 과외교습한 또 다른 교수는 보직 유지,아무런 징계 없어

이뿐만이 아니다. B교수의 경우는 지난 10년간 중고등학생 및 유학생을 대상으로 레슨비를 받고 과외교습을 했고 그가 가르친 학생의 입시시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으며 심지어 그 레슨비로 업무 시간에 40여 차례 도박장 출입까지 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었다.

현직 교수가 개인과외를 한다는 것 자체도 불법인데 여기에 도박까지 했고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B교수에게는 아무런 징계도 없었고 그는 지금도 학교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최현수 교수가 입시요강을 제자에게 먼저 알려준 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앞서 입시요강을 알려준 교수에게도 같은 처벌이 내려져야하겠지만 A교수는 견책으로만 그쳤다.

게다가 B교수는 언론에까지 비행이 공개됐지만 학교 측은 오히려 그를 비호하며 아무런 징계 없이 계속 학교에서 일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왜 최현수 교수에게만 이런 무거운 징계가 내려졌을까?

본지는 이 질문을 김봉렬 한예종 총장에게 보냈다. 김 총장은 “징계는 총장이 요청하지만 징계 수위는 징계위원회가 정하는 것이다. 총장과 분리되어 있다”면서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 교수를 감싸안으려고 많이 애썼고 B교수 문제도 징계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말하면서 “입시요강을 임의로 유출하는 것이 범죄라는 건 상식”이라는 말도 전했다.

그렇다면, 김 총장의 말대로 이 결정이 총장이 결정한 사항이 아니라면, 징계위원회가 어떻게 최 교수에게만 중징계를 내릴 수 있었을까?

“이름이 알려진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최현수 교수의 '블랙리스트 찍어내기'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사진제공=문체부)

2015년 2월, 오페라계는 시끄러웠다. H씨가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오페라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었다. 성악가, 오페라단장, 연출가, 평론가 등이 낙하산 인사와 관련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퇴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결국 53일만에 H 단장은 단장직을 사퇴했다. 예술계에서는 H단장을 지난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화이트리스트)로 지목하고 있다.

당시 H 단장은 경력 부족과 더불어 특임교수 경력을 위조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오페라계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 때 최현수 교수는 비대위에 동참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동참 입장만 밝혔을 뿐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에 띄었고 이를 알게 된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의 주동자를 최 교수로 생각했던 것이다. 최 교수 측은 “당시 총장이 최 교수에게 ‘단장 퇴임을 주동했다면서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유명 성악가라는 이유로 졸지에 주동자가 된 것이다.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것이 이 상황에서는 독이 된 셈”이라고 밝혔다.

이시기에 교수들과 음악인들의 부당함을 반박하는 기사가 신문에 공개되면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최 교수가 속해있는 한예종의 김봉렬 총장에게 압력을 가한 것이라는 것이 예술계 일각에서는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총장은 최 교수를 만나 “H씨을 내려오게 한 것이 최 교수다. 김종덕 장관이 최 교수를 힘들게 좀  하라고 말했다” 했고 다시 오페라융성위원회 발족 기사가 언론에 오르자 총장을 통해서 ‘해임’이나 ‘퇴직’시키라고 했다고 최 교수는 전했다.

이후 국립오페라단 단장 후임으로 김학민 단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오페라계는 또다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시작했다.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즉시 기자회견 일정을 잡았고 문체부 인사들은 예술인들에게 ‘회견에 참석하지 말라’고 연락했다. 문체부가 공식적으로(?) 예술인들을 겁박하며 회견 참석을 막으려했지만 최 교수는 결국 회견에 참석했다.

문체부 고위 간부들, 전방위 최현수 교수 압박

당시 최 교수의 생각은 ‘어떤 사람이 물망에 오르더라도 검증 과정을 오픈해 그 분야의 전문가와 상의해서 가자’는 것이었고 “자신이 공무원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술가이기에 양심에 거리낌 없이 자유의사를 밝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것을 문체부는 ‘반(反)정부 행위’로 몰아간 것이다.

문체부 직원들(C 문화예술정책실장, D 전통예술과장) 이 면담을 요청하였기에 최교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장시간 이야기를 했고 직원들은 이번엔 그냥 넘어가 달라고 요청했고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음날 새벽에 모임에 참석하는 길에 전화 연락이 와서 또 다시 모임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임병대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때 몇몇 교수들은 문체부로부터 불참종용을 받아서 불참한다고 최교수에게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최현수 교수는 이렇게 2015년 12월 교수직에서 해임되었다. 이후 2016년 1월 한 일간지를 통해 장례식 조가 취소이유는 ‘입시비리’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보도를 함으로써 그의 음악활동과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성남지청에 한예종 교수들 뇌물 받았다는 고발건 300여 페이지 삭제됐다는 의혹도 풀어야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총장의 의지만이 아닌 상부의 지시에 의한 것임이 여러 정황에서 발견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시행의 냄새가 짙게 배어나온다.

그리고 그해 5월, 성남지청에 한예종 교수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고발건이 접수됐다. 그런데 관련자를 조사하던 중 입시요강이 나오자 역추적해 최 교수에게 나온 것을 밝혀낸 성남지청은 이 부분을 수사해 사전유출 건을 ‘입시비리’ 건으로 파악하고 검찰에 기소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교수를 조사한 300여 페이지가 삭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로 주목받고 있는 성악가 최현수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는 고발자가 외부가 아닌 한예종 내부의 고발자였으며 고발인 이름을 가명으로 한 점, 다른 교수에 대한 수사 기록 없이 유독 최 교수에게만 집중 수사를 한 점 등은 ‘학교와 문체부의 최현수 죽이기’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기에 세부적인 재조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 교수 관계자는 “통화내역과 은행계좌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그 어떤 청탁이나 비리 흔적도 없었다. 결국 정부에 밉보인 최 교수를 잡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입시요강 유출’을 ‘입시비리’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최현수 교수는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범법자로 몰렸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블랙리스트 최대의 피해자가 최현수 교수’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문체부의 압력을 받고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최 교수를 살려야한다는 예술인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예술인이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정부와 학교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고 결국 국가적인 행사에 초청을 받았지만 하루 전날 총리허설 후 일방적으로 취소당하는 굴욕까지 겪는 상황.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이나 활동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활동이 제약당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현수 교수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첨언,

일반적으로 예체능 입시요강 자체가 일반 대입 필기 시험지처럼 정답으로 판가름이 나는 시험지 출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대학에서는 충분히 통용된다. 매년 시험곡 레퍼토리가 거의 95 % 동일하다는 점에서도 시험지 유출과는 다른 성격임을 말해준다. 레퍼토리가 10곡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어 곡을 조금 일찍 알았다고 해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일종의 시험 범위를 설정해 준 수준의 것이고 때문에 예술의 특성상 98% 그 개인의 능력에 의해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하더라도  법의 판단은 법원에 맡길 것이지만 예술계에선 이 일이 발생한 동기와 그 과정을 밝히면 또 다른 진실 규명이 될 것으로 본다. 그것은 문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의혹투성인 것이 허위로 나타나고  조작된 스토리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수사가 되면 이 문제는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이렇게 권력의 부당한 힘에 의해 왜곡, 조작된 사건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이를 꾸미고 기획하며 지속적인 음해성 공격을 멈추지 않는 세력들이 국가 발전과 사회에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적폐를 씻어내는 결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