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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원오 교수 “‘전통연희 재창조’ 꿈꿨던 사진실 교수, 전집 통해 꿈 이루어지길”
“전통연희의 악, 희, 극 전통 단절의 아쉬움 지적, 살아계셨으면 잘 했다고 칭찬했을 것”
2017년 09월 18일 (월) 16:27:00 이은영 편집국장 press@sctoday.co.kr

사진실 교수.  그는 한국 고전을 바탕으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는 새로운 인문학을 정립시키고자 노력했고, 전통 연희에 근간을 둔 혁신적인 예술ㆍ공연들이 창조되기를 꿈꾼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꿈을 앗아간 것은 병마였다. 긴 투병생활을 해왔던 그는 결국 2015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가 씨를 뿌린 전통 연희연구 방법론은 후학들에 의해 새로운 인문학의 꽃을 피우고 있고 그가 문헌을 탐험하며 찾아낸 보물창고는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로 이어졌다. 그토록 복원하길 염원하던 산대(山臺)는 2017년 국립국악원의 ‘산대희(山臺戱), 만화방창(萬化方暢)’ 공연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꿈꿨던 그의 소망은 이렇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바로 그 시기에 사진실 교수의 전집이 나왔다. 모두 9권. 그의 성과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 방대한 작업은 사 교수의 남편인 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와 그의 절친한 후배인 최원오 광주교육대 교수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실 교수가 가졌던 꿈, 그리고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길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우리는 최원오 교수를 찾았다. 그가 전하는 사진실 교수의 뜻을 들어보자.

   
▲ 최원오 교수 (사진=정영신 사진가)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해주신다면

사 교수가 우리 전통 연희에 대해 연구한 내용들을 집대성한 전집으로 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2권은 사 교수가 생전에 한국 연극사와 관련된 저술을 집대성한 것이고, 3~6권은 전통연희의 미학적 성격, 전승 과정 등에 대해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7~8권은 평소 사 교수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고, 마지막 9권은 전통연희의 현대적 재창조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행한 연구를 정리하여 전집으로 저술하는 일이 보통 작업이 아니었을텐데

힘이 안들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자료 정리, 교정, 출판까지 대략 20개월이 걸렸다. 전집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는 짧은 편이었다. 출판하려면 빨리 하자는 생각으로 만사 제치고 전집 출판에 몰두했었다. 

전집 출판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

사 교수와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고, 사 교수의 남편 분인 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와도 친한 사이였다. 사 교수의 업적이 정리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어서 사 교수 장례식 때 주 이사에게 전집 출판을 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었는데 주 대표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랬는지 뜻이 잘맞아서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제가 고전문학을 전공했는데 한 인물의 연구 성과에 대한 학문적 정리를 후학들이 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된 것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 선비의 업적이나 연구 성과를 본인이 아니라 제자, 가족, 주변인들이 그 선비를 추모하면서 학문적 정리를 하여 저작물을 만드는 지적 계승이 있었다.

지금은 이런 것이 사라졌는데 전집을 내놓으면 사 교수의 연구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이를 계승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전집 출판에 나선 계기가 되었다. 

사 교수님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책을 쓰셨는데 사 교수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는지 

학문적 바탕이 있었다. 제가 고전문학 중에서도 신화 쪽을 전공했는데 전집 2권 ‘한국 연극사 연구’ 서문을 보시면 사 교수는 악, 희, 극의 근원을 신화에서 찾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연희로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학문적 바탕이 있어서 서로 말이 잘 통해서 오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신화를 전공하는 사람이 많은가?

많지 않다. 다른 지역 전공자 역시 많지는 않다. 

교수님께서 보신 사진실 교수님은 어떤 분이셨나?

고증학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활용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통연희를 바라보려고 노력하셨다. 

사진실 교수 외에도 전통연희를 연구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지 않나.

전통 연희를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활발하게 연구하셨던 분들로는 사진실 교수, 고려대 전경욱 교수, 대구대 박진태 교수, 정형호 선생님, 손태도 선생님, 허용호 선생님 등.  이 정도 계신 것 같다. 이 중에서 조선의 전통 연희에 관해서는 특히 사진실, 전경욱 교수가 많은 자료들을 갖고 연구하셨고, 손태도 선생님은 두루두루 깊이 있는 연구를 하셨던 것 같다. 

   
▲ 故 사진실 교수의 생전 모습

전집을 저술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가

우선 사 교수 사후에 전집이 출판된 점이 아쉽다. 또한 본래 전집을 사 교수 1주기 때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출간기념회까지 계획했는데 여러 문제로 그렇게 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래도 결국 올해 6월 23일에 출간했는데 2주기에 거의 맞춰서 된 것은 잘 된 것 같다. 

요즘 우리의 전통연희에서 ‘희’만을 강조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저서에서 지적하셨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고, 사진실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하다

사 교수의 이론으로 우리의 연극 뿐 아니라 세계 연극사에는 악, 희, 극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기존 전통연희는 종합예술로서 세 가지가 어우러져 있었는데 근대 연극이 들어온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희’가 강조되었다.

이에 대해 사 교수께서는 전통연희가 종합예술로서 갖고 있던 악, 희, 극 의 전통은 단절된 것 같아 아쉽다고 느끼신 것 같다. 앞으로 세 요소가 잘 어우러져서 발전했으면 하는 희망을 이 책 속에 담아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번 전집 출판이 갖는 의미를 평가해주신다면

학문적 측면에서 학문의 대중화, 실용적 측면에서 전통연희의 문화 콘텐츠화 혹은 재창조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학문적 측면에서 의미는 어떤 것인가

학문적 측면에서 전통과 근현대의 우리 연극을 관통하는 사 교수의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 이론들은 연극을 공연하시거나 전공하시는 분들이 알고 계시면 좋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을 하시는 분들은 세 가지 요소를 잘 분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극 하는 사람들은 극에 치중하고, 농악을 하는 사람들은 악에 치중하는 등 분화된 측면이 강하다. 서로 어우러지는 측면이 부족한 것을 안타깝게 보는데 이번 전집 출판이 세 가지 요소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집 출간을 통해 사 교수의 학문적 성과들이 대중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점도 의미 있다고 본다. 

실용적 측면에서 의미는 어떤 것인가

9권의 제목이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꿈꾸다’인데 이는 사 교수의 소신을 잘 표현한 말이라고 본다. 사 교수는 법고창신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곤 했는데 이는 전통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해야한다는 본인의 소신을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다. 사 교수의 소신처럼 전집을 통해 현대 공연물로 전통연희가 재창조되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생전에 사 교수께서 전통연희의 현대적 재창조나 활용들을 강조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

생전에 사 교수는 공연 현장에 관심이 많아서 본인이 직접 극을 써보기도 하고, 공연 기획도 하고, ‘꿈꾸는 산대’ 같은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2007년도에는 국악방송 ‘전통문화 시리즈’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셔서 전통연희를 알리는 일도 하셨다. 방송에 임하시면서는 전통연희가 현대 공연의 소재로 이용되어서 많은 현대인들이 전통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셨다. 

사 교수께서 이처럼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사 교수가 재직했던 중앙대 전통공연학부가 예술 현장과 직결되는 곳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본인이 학문적으로 알고 있는 것에 비해 현장을 알지 못한다고 여겨서 스스로 현장을 알아보려는 노력 속에서 이런 활동들을 한 것 같다. 

사 교수님이 살아 계셔서 전집을 보셨다면 어떻게 평가하셨을 것 같은가 

잘했다고 했을 것 같다. 사 교수 성격이 싫은 소리를 못하는 편이라 칭찬을 해줬을 것 같다.

   
▲ <사진실 전집>

전집 출간을 마치시고 난 소감은 

사 교수의 연구를 자세히 보면서 형식이 바뀜에도 전통연희의 태생적 요소를 잘 간직하고 있는 점들이 신화 전공자가 아님에도 깊은 통찰력을 가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제 분야를 공부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어서 기쁘게 이 일에 임했던 것 같다. 전집을 만들고 나서는 좀 더 잘 만들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실 교수의 부친이신 사재동 교수(전 충남대 국문과 교수) 역시 불교 연희의 대가이신데 사진실 교수가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랬을 것이다. 전통적 요소 속에 불교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 사재동 교수께서도 사진실 교수에 대해 본인 이상으로 자기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면서 학문적 체계를 바꿨다고 높게 평가하셨다.
 
사진실 교수님이 후학들에게 전해주고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했는가? 

학문적으로 전통연희를 계승했으면 하는 바람, 전통의 재창조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것 같다. 하나가 더 있다면 교수이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관련 학과에서 전통 연희를 잘 활용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 즉 전통연희 교육자를 교육하거나 공연 기획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교수님의 근황이 궁금하다
올해는 연구년으로 쉬고 있고, 제주도에 있는 제주대학교에 교류교수 직함을 갖고 제주도에 남아있는 우리 무속 신앙, 신화를 연구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연구를 행하시는 이유가 있나?

제주도에는 우리 무속 신앙, 신화적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고, 이런 것들이 제주 도민들의 실제 삶 속에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들에 주목해서 제주도에서 연구를 행하고 있다. 

전통연희에 관한 지원 정책에 있어 정부에 바라는 점은? 

조선시대에 국가의 공연행사를 주관하는 산대도감이 있었다. 이처럼 국가의 공연행사를 주관하는 부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지원 방식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현재 국가기관의 지원은 행정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고, 그 외 분야는 외부 용역을 맡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전문가들이 관련 정책들을 관리하게 되었는데 이런 부분들은 시정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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