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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풀어놓은 '대중예술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다
[Book 리뷰] 시와 에세이로 대중문화스타들 소개한 장재선의 '시(詩)로 만난 별들'
2017년 10월 09일 (월) 12:57:29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팔십칠 년의 생애 동안/남은 것은/아쉬움이지요/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한국의 어머니로 불리며/연기에 몰두하는 동안/내 아이들에게/사랑을 많이 주지 못했어요(...) 당부하나니/지금 옆 사람에게 잘하세요/그렇게 살아야/후회하지 않아요'

누구의 이야기일까? 바로 지난 2014년에 우리 곁을 떠난 배우 황정순이 별세하기 2년 전에 우리에게 전한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이 말을 기사가 아닌 한 편의 시로 전했다. 생전의 배우 황정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 느낌. 인터뷰 기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심이 시의 운율을 통해 전해진다.

일간지 기자이자 작가인 장재선의 <시(詩)로 만난 별들>(도서출판 작가)은 그가 만난 대중예술인들을 다룬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은 그 대중예술인들의 말과 행동, 이야기를 시와 에세이로 풀어갔다는 데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한 예술인들의 뒷모습과 고독, 자존심 등과 더불어 작가의 자기 반성까지 '가장 감성적인 장르'인 시와 에세이로 풀어내는 모습은 '순수'와 '대중'의 만남이 가져오는 잔잔한 감동을 우리에게 던진다.

뛰어난 학업 성적을 뒤로 하고 배우의 길을 선택한 신구의 사연은 그의 활동을 정리한 에세이와 더불어 '니들이 인생을 알아?'라는 시로 소개가 된다. '점심 때 스튜디오가 텅 비면/밥을 먹지 않고/혼자 대본 리딩 연습을 했어/무대 위에 결결이/내 땀방울이 떨어졌지'라는 회고가 나오고 뒤이어 '젊은이들이/진지충이라며/고개를 가로젓는다지만/난 그래도 한 마디 할 자격은 되지/니들이 인생을 알아?'라는 일침이 나온다. 그가 왜 수십년이 넘도록 대스타로 자리매김했는지를 불과 몇 줄 만에 요약한 것이다. 시가 주는 강한 힘이다.

작가가 만났던 예술인들의 숨겨진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술자리의 취기 속에서도 신발을 직접 가지런히 정리하고 휴대전화에 일일이 문자로 답을 남기는 배우 최불암의 모습을 소개하며 작가는 '선생님을 몰라보는 곳에서 하룻밤만 함께 지내고 싶다'고 고백한다.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소년원 공연을 꾸미는 걱정, '한국인의 밥상' 스케쥴 때문에 건강을 다지는 절제를 다 던지고 하룻밤만 같이 있자는 고백은 그의 인품을 직접 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말일 것이다.

소박한 성품이지만 음악만은 최고를 추구했던 '가왕' 조용필, 편이 나뉘어진 영화인들을 같이 챙기려는 안성기의 '사소한 손짓', 할아버지의 '또 오라'는 말에 계속 이동 목욕차로 어르신 목욕 봉사를 하는 가수 현숙의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질투가 이길 수 없는' 차인표의 신실함과 '저 높은 곳을 향해서라면 천 번 만 번 몸을 바꾸겠다'는 엄정화의 열정, '남몰래 흘린 눈물 자국 지울 때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시간의 공을 쌓겠다'는 김윤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배우 수애와 김옥빈을 이야기할 때는 작가의 반성이 나온다. 사심을 담고 수애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작가는 수애가 한 질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큰 실망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그가 여러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피곤한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인터뷰와 촬영을 속전속결로 진행했어야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작가는 지나친 사감으로 인해 호감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 점만 놓고 섭섭함을 표시했다고 느낀다.

김옥빈 역시 영화 <박쥐> 시사회 후 인터뷰에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 만 22세의 배우에게 온갖 상징과 은유로 가득찬 영화를 언어로 설명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작가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작품의 감동에 취해 어린 배우에게 과욕을 부렸다고 반성한다. 이런 솔직한 감정이 담긴 에세이가 책의 재미를 더한다.

황정순, 김지미, 최은희 등 원로 예술인부터 소녀시대, 윤두준 등 젊은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을 감성적인 메시지로 전달한다. 혹자는 이 책에 '삐딱한' 시선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연예인 띄우기'라는 눈총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전하는 솔직한 감성의 글을 보게 된다면 그런 편견은 바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가 반짝일 때 나도 환했다'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예술인들에 대한 가장 감성적인 찬사를 담아낸다. 잊었던 우리의 감성, 세상의 뉴스와 가쉽을 쫓아다니느라 정작 잊어버리고 있었던 우리의 감성이 대중문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변해간다.

여기에서 감성의 힘이 드러난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없다면 나올 수 없는 표현들, 진심으로 그들의 미래가 잘 되기를 기원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접하면 이 책을 단순한 '띄우기'로 폄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이런 감성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당장 재미만을 쫓아가다보니 정작 우리가 지녀야 할 감성은 버리고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감성의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이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모처럼 책을 읽고 반성을 하게 되는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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