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국제영화제의 빛과 그림자
충무로국제영화제의 빛과 그림자
  • 김아나 시민기자
  • 승인 2009.09.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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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의 낯선 영화 골라보는 재미… 홍보부족, 영화제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 너무 많아

제3회 서울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지난달 24일 개막식을 갖고 9월 1일까지 9일간의 일정에 마쳤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열렸던 이번 충무로국제영화제에는 고전 영화를 비롯해 총 40개국, 214편의 최신작과 화제작들을 서울의 중심지인 충무로와 명동 일대에서 선보였다. 서울 충무로국제영화제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갖고 펼쳐진 9일간의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 제3회 충무로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14편의 영화, 골라보는 재미

‘옛날, 오늘 그리고 내일’라는 타이틀 아래 총 40개국의 214개의 영화가 서울의 중심인 충무로에서 상영됐다.
‘어제’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마릴린 먼로의 고전 영화들과 한국이 낳은 60년대 최고의 영화배우 신성일의 영화들로, 60년대 영화를 사랑했던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오늘’은 세계 우수 영화제 수상작, 거장 감독들의 신작 및 화제작을 통해 현재 영화계를 재조명해 보는 기회가 됐으며, ‘내일’은 신인 감독들의 영화와 대학생 단편 영화제를 통해 앞으로의 영화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었다.

▲ 충무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한 원로배우 황정순씨(가운데)를 맞이하는 정동일 조직위원장(오른쪽)

하지만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했던 작품들은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칠레나 스페인 그리고 브라질 등의 영화들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접해본 적이 없는 영화라는 이유로 꺼렸던 외국 영화들을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이미 여러 영화제에서 엄선된 우수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스페인 영화 ‘7minutes'를 관람한 한 여성 관객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외국 영화들과는 주제, 내용, 인물 모두가 새로웠다. 또한 그들만의 사고방식이나 문화 등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평했다.


여성 관객과의 인터뷰

-영화제에 참여한 소감은?
영화제에 와본 것은 처음인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에 새삼 놀랐다. 평소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한정된 국가의 영화 외에 여러 나라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그동안 스페인이나 브라질 영화를 접해 보았는지?
충무로국제영화제에 와서 처음 봤다. 스페인 영화 ‘7minutes’와 브라질 영화 ‘만약 내가 너라면’은 항상 보던 미국식 할리우드 영화와는 주제, 인물, 내용이 모두 달라서 새로웠다. 그들만의 사고방식이나 문화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 충무로국제영화제 문화공연 '남산공감'이 한옥마을 무대에서 열렸다.

-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가장 좋았던 점은?
곳곳에 부스가 있어서 찾기도 쉬웠고 많은 스태프들이 친절해서 쉽게 영화를 찾아 기분 좋게 관람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상영관들이 서울의 중심지에 있어서 접근성이 용이했다.

-충무로국제영화제가 개선해야 할 점은?
홍보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3회째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제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고, 어떠한 방법으로 참여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도 너무 많은 것 같다. 관객이나 참여하는 사람들이 너무 국한돼 있으며, 영화의 질이나 양에 비해 참여에 제한이 있어 아쉽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충무로영화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의 축제가 돼야 할 충무로국제영화제

관객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아직까지는 소수의 관객들만이 즐기는 축제이다. 벌써 제3회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최 지역(서울 중구)을 방문하는 일부 방문객과 관련 업종 종사자들만이 충무로영화제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일은 충무로영화제가 추구하는 것이 그 개최에 있을 뿐, 일반인들이 충무로영화제에 어떠한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는 제시돼 있지 않음에 기인한다. 물론 개최 지역에는 영화제 운영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와 스태프들로 운영되는 많은 부스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방문객 이외에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 다반사다.

▲ 충무로국제영화제의 이덕화 집행위원장

또한 국제영화제라는 명칭과는 달리 영화제는 평소 국내에서 비교적 상영 횟수가 적은 해외 영화 몇 편을 국내의 일부 관객들이 즐기는 양상을 보였다.

‘국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충무로영화제는 외국에 충분한 선전이 되지 못한 채 국내 영화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축제란 그 스스로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을 가지고 그들로 하여금 일탈의 수준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충무로영화제는 소수의 관객들만이 즐기는 국내 영화제로 축제만이 가지는 광대한 매력의 빛을 바래게 하였다.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의 축제가 될 때, 서울 충무로국제영화제는 그 이름 그대로의 힘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충무로는 1980년대까지 영화와 관련된 감독과 배우는 물론 제작사 등이 밀집해 한국 영화 산업을 이끌어나갔던 ‘한국 영화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가 점차 위축소돼가면서 충무로는 ‘한국 영화의 메카’라는 타이틀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충무로를 다시 한번 영화계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서울 충무로국제영화제이다.

서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강력한 장점과 1900년대 한국 영화의 메카였던 만큼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후의 서울 충무로국제영화제는 국내, 그것도 일부에서만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아닌, 전 세계가 보고 듣고 즐거워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