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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국 탐험가 “유라시아 대륙횡단도로 출발점인 한국, 자연이 준 물류루트 활용하자”
“‘디지털 실크로드 대장정’ 꼭 복원시켜 지구촌 과제, 대화 나눠야”
2017년 11월 14일 (화) 18:26:27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1996년 한 젊은이가 세계 최초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시베리아 1만2000㎞를 횡단했다. 드넓은 시베리아, 그리고 러시아 전역을 돈 젊은이는 러시아를 ‘자원의 보고’로 여겼고 부산에서 러시아, 유럽에 이르는 ‘아시안하이웨이’를 꿈꾸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과 디지털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환경문제 등 지구의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알게 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대장정’을 추진하고 있다.

탐험가 김현국.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에 눈뜨고 체호프의 <사할린 섬>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현에 옮긴 이의 이름이다. 한 때의 원대한 계획이 좌절되기도 했지만, 지금 그는 방송과 강연을 통해 그 꿈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한동안 외로운 길을 걷기도 했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이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오늘도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탐험을 추진하고 있다.

   
▲ 김현국 탐험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1995년부터 러시아의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가는 유라시아 대장정을 여러 차례 했는데 계기가 있다면

군 복무를 할 때 '해외여행 자유화' 붐이 일기 시작했다. 공산국가들이 무너지면서 규제가 풀리고 누구나 해외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던 때였다. '제대하면 여행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제대 후 일본에 갔다가 인도에 갔다. 

인도 뭄바이에 갔는데 도시 전체가 도서관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석굴암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뭄바이에 다녀오면서 다른 유물에도 장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 것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인도와 네팔이 국경이 맞닿아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국경을 왔다갔다 넘어가는거다. 그 앞에서 한국 사람인 나만 꾸물거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고립된 섬에 살고 있던 나였다. 책을 보면서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는 꿈을 꾸었지만 실제로 국경을 넘어서 다니는 것에는 엄청난 압박감이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인도에 3년을 있었는데 그 때 '여행이란 참 좋은 거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의 길'을 만든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많은 나라 중에서도 러시아에 집중한 이유가 있다면? 러시아에 호감이 있었던 것인가?

러시아를 좋아하기보다는 내 유전자에 러시아가 연결됐다고 생각한다(웃음). 특히 북방계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큰아버지께서 항상 약주를 드시면 만주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소년 독립군 이야기도 해주셨다(필자 주:그의 큰어머니는 '1인창무극'으로 명성을 떨쳤던 故 공옥진 선생이다) 

그 영향인지 대학교 때는 '돌격대'로 시위에서 돌도 던졌는데(웃음)... 아무튼 그 영향이 러시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68억의 인구, 지하자원의 보고이자 국경도 붙어있고 우리의 원형이자 미래가 들어있는 곳이라고 본다.

러시아는 90년대에 이미 자본주의화가 되었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소련'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선뜻 들어가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마치 적국에 들어간다는 느낌이었다(웃음)

96년부터 횡단을 시작했다

러시아에 처음 갈 때만 해도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 있는 자료도 소련으로 불릴 때 나왔던 것이다. 그것 하나 들고 하바로스크로 갔다. 그곳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교사님을 만났다. 많은 조언을 해주셨던 분인데 그 분이 '새로운 것을 개척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들어가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일단 잘 곳을 만들었는데(웃음) 그 때 읽은 것이 안톤 체호프의 <사할린 섬>이었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인데 그 책에서 시베리아가 얼마나 큰 지를 '정적'으로 표현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넓다는 것이다. 시베리아 열차가 놓여지던 시기에 죄수들을 동원해 노동을 하는 열악한 인권의 모습을 보며 '인민의 삶을 보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은 가짜'라고 스스로 비판하는 부분도 봤다.

'그래, 체호프가 갔던 길을 나도 가서 그 느낌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횡단을 했다. 체호프처럼 말을 타고 가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돼서(웃음) '현대판 말'로 여겨지는 모터사이클을 탔고 그렇게 8개월간 1만2000km를 횡단했다 체호프가 제 탐험 스토리를 세련되게 만들었다(웃음).

선교사님이 말씀하신 '새로운 개척지'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 물론 초원이라고 해서 드넓은 자연과 자원의 보고라고만 생각하고 갔다가 모기떼에 불개미가 우글우글한 진흙탕이었던 적도 있었지만(웃음). 

지금 우리나라는 고립된 섬에 있는 5천만명이 뭔가를 선택해야하는 구조인데 누군가가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런데 국가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결정했다. '내가 하자. 내가 개척해서 먹고 살 것을 찾아보자. 이 나라를 몸으로 체험하자'는 생각을 했다. 러시아에서 공부를 하려다가 돈이 부족했고 결국 돈을 버는 것에 전념하자는 생각으로 쌀장사를 했는데 120개 민족으로 이루어진 러시아는 쌀과 빵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거기다가 '신러시아' 시대와 맞물리면서 일본인들이 초밥집을 열었다. 쌀장사를 하면서 러시아의 곡물 시장을 이해하게 됐고 걸어다니면서 생각이 더 넓어졌다. 

유명한 작가들이 언론을 통해서 러시아를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자신이 러시아를 많이 아는 것처럼 말하는데 겨우 며칠 다녀오면서 러시아를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참 마음이 그렇다. 러시아가 얼마나 크고 넓은 나라인데 단 며칠만에 알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강연을 하는 김현국 탐험가

그 무렵에 실크로드와 '운명적으로' 만났고 '실크로드 대장정'이 기획됐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해서 여덟 길이 전 세계와 연결되어있고 그것이 실크로드와 만나게 된다. 제 탐험의 주제가 '이동이란 행위가 어떤 결과를 만드나'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이동이 간다라 미술을 만들고 석굴암으로 이어진 것을 주목하고 있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로 동시다발적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1985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중국까지 광케이블이 개통됐다. 이를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2000년 타임지 표지에 징기스칸이 나온 적이 있는데 바로 그의 인재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개방. 도전정신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광케이블이 깔린 실크로드, 눈에 보이지 않는 '뉴 실크로드'가 펼쳐지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는 대중이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지구를 살리는 부분에 우리의 생각을 담을 수 있다. 그것이 실크로드 탐험이었고 2000년부터 '실크로드 탐험 대장정'을 준비했다. 

예를 들어 오염되어 가는 카스피해의 철갑상어알은 유엔에서 보존하는 자원인데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초등학생, 중학생이 오염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제결합이 가능하다. 카스피해의 오염을 인터넷으로 전 세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넓힐 수 있다. 이 하나의 행위가 5억명 이상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신경했다. 거기다 2001년에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중앙아시아가 미군 기지가 됐고 그렇게 실크로드 대장정이 부도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야심만으로 이 대장정이 이루어졌다면 정말 교만해졌을 것이다. 이 실패는 내가 감당해야할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시안하이웨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

2010년에 러시아 횡단 고속도로가 완공됐고 2014년에 한러 무비자협정체결협약이 나왔다. 이 때를 맞아 아시안하이웨이6번도로를 계획화한 'AH6, 트랜스 시베리아 2014'를 내놓았다. 

아시안하이웨이6호선은 부산에서 시작하여 국도 7번을 타고 동해시와 북한의 원산과 나진 그리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연결되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우수리스크 그리고 중국 수분화와 하얼삔을 거쳐 다시 러시아 치타로, 치타에서 울란우데와 이르쿠츠크와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국제고속도로 네트워크 중의 하나이다.

이 국제고속도로를 따라 자동차와 같은 성능을 가진 모터바이크로 달리면서 한반도에서 출발한 인적, 물적 자원이 유럽까지 자동차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할 때 기차와 배, 비행기에 대해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를 확인했다.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로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장점이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 그리고 러시아횡단도로. 우리는 돈 한 푼 안들이고 경쟁력있는 생명줄을 둘이나 마련했다. 우리가 잘 살려면 남북관계도 물론 개선되어야하지만 다양한 물류루트를 만들어야하는데 이들이 모두 자연이 준 우리의 물류루트다.

   
 

문제는 이런 안을 내놓고 '좋다'라고 해도 '통일이 되어야'라는 조건을 단다는 것에 있다. 물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인 점은 알지만 여기서 대륙의 변화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멈추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소련이 해체된 지 2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우리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을 때 툰드라 오지까지 중앙아시아의 과일과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상권이 이뤄졌고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팔며 생필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터키인들은 러시아에 대형마트를 열었다. 과거 러시아가 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듯 지금은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횡단도로 완성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시안하이웨이6호선과 연결됐고 유라시아 대륙횡단도로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됐다. 

우리에겐 유라시아 끝까지 연결된 국제고속도로네트워크가 있다.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된 러시아횡단보도를 저는 통행료 없이 달리고 있다. 우리로부터 전지구적인 오프라인이 완성된 것이다. 우리가 출발점이다. 이 길이 만들어낼 변화가 남북의 분단된 길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분명히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문화예술에도 중대한 영향이 미칠 것이다. 화가들이, 작가들이, 문화인들이 암스테르담까지 한번에 간다고 생각해보라.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바로바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광대한 계획이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당하는 느낌이 든다

지난 2014년, 2016년, 그리고 올해 아시안하이웨이의 경쟁력을 체크하기 위해 계속 러시아를 찾았다. 하지만 러시아에 간 사람은 저 혼자였다. 문화예술인들과의 동행도 계획하고 여러 가지 동행 계획이 있었는데 정작 간 사람은 저 혼자였다. 지난해 광주에서 전시를 가졌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서울에서도 전시를 요청하고 전국으로 확산될 분위기였는데 하필 그때 ‘촛불 정국’이 돼서...(웃음)

하지만 올해 갔을 때 10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났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은 인터넷을 보고 나와 같은 길을 가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 대학생도 있었고 조기퇴직한 분, 60대 어르신도 계셨다.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늘어났다. ‘아, 내가 없어도 이분들이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게 디지털의 힘이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불린다. 이 곳에 있어도 러시아의 상황을 듣고 알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를 들고 정보를 따라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자신의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시대다. 

   
▲ 광주아시아전당 전시에서 공개된 김현국 탐험가의 모터사이클

21세기의 탐험가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1세대는 신대륙 발견의 시대였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듯이 말이다. 지구에 있는 대륙이 다 발견되자 우주까지 나갔다. 2세대는 내면의 한계에 대한 도전의 시대다.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 산을 처음 등정하고 라인홀트 메스너가 무산소로 에베레스트 단독 등정을 한 것처럼 말이다. 그 시대도 거의 막을 내렸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서 멈춰있다.

21세기, 3세대 탐험가는 ‘지구촌의 과제’를 놓고 대화하는 사람이다. 자전거를 타고 대장정을 하면서 환경문제, 빈곤, 질병 등을 이슈화하는 단체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구가 앓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대화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3세대 탐험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실크로드 대장정’을 복원시키는 것이 지금 나의 유일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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