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바보야, 문제는 게이트키퍼인 ‘관료’ 때문이야
[특별기고] 바보야, 문제는 게이트키퍼인 ‘관료’ 때문이야
  • 남정숙 문화기획자
  • 승인 2018.01.29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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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숙 문화기획자

2017년 12월 도종환 장관은 블랙리스트 TF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문화비전 2030-사람이 있는 문화’의 기조와 8대 의제를 발표했다. 

도종환 장관이 제시한 새 문화정책의 8대 의제는 다음과 같다.
1. 개인의 창작과 향유 권리 확대
2.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
3. 문화다양성 보호와 확산
4. 공정 상생을 위한 문화생태계 조성
5. 지역 문화 분권 실현
6. 문화 자원의 융합적 역량 강화
7.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 혁신
8.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확대 

도종환 장관께서 블랙리스트로 촉발된 문화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씻어 내고 문재인 정부의 문화 백년지대계의 초석을 세우는 심정으로 결연함을 보이시니 우선 반갑고 환영한다.

그러나 장관의 결연함뿐, 내세우신 비전들이 이전에도 틀어줬던 흘러간 옛 노래처럼 그저 선언적이고 공허한 메시지로만 들린다. 그리고 촛불 문화예술인들의 기대와 열망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생각에 찐고구마 1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도종환 장관은 혹시 ‘대통령만 바뀌었지, 나머지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국민들의 자조 섞인 푸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 

문화예술인들도 그렇다. 문체부 장관만 바뀌었지, 문체부 개혁, 문화예술 지원시스템, 문화예술기관 인사시스템 등 어느 것 하나 안 바뀌는 구나. 

그렇지. 단단하고 견고한 구태 속에서 장관인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탄식하고 있다. 

지금은 비전보다 적폐청산이 먼저야!!
문화예술인들이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문화정책이 아니다. 

문화정책들은 죄가 없다. 

문화정책이 잘못되어서 블랙리스트가 생겼나? 아니다. 

문화예술계 현장에는 문화예술정책과 따로 도는 문화예술 생태계가 있다. 

문화정책은 이명박근혜 정부 때 것을 써도 되고, 훨씬 더 이전 정부의 거의 비슷비슷한 정책들을 시대에 맞게 몇 개 고쳐 써도 된다. 

문제는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장관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 마다 바뀌는 문화정책에 온 신경을 쓰느라 정작 수십 년 동안 문화예술인들에게 자행되어 온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차별에 대해서는 접근하지도 못하고 끝나기 일쑤라는 것이다.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차별은 누가 하는가?

공권력의 포지션에 있는 자가 한다. 그리고 같은 문화예술가이면서도 공권력에 빌붙어서 한 자리 차지하거나 공권력에 부역하는 자들이다. 

블랙리스트는 문화예술계의 오랜 적폐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아니, 블랙리스트는 그에 비하면 세발의 피라고나 할까? 

문화예술인이었던 도종환 장관은 문화정책이라는 두꺼운 화장발 밑에서 수십 년 동안 썩은 적폐들이 주동하는 문화예술계 생태계를 알고 계시는가? 아니 아직 모르시는 것 같다. 

도종환 장관이 야심차게 하시려는 새 문화예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적폐부터 청소하고 새로운 생태계 구조를 만드신 후에야 새 정책과 비전이 실효를 거두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적폐들의 비웃음 속에 이용만 당하시기 십상이다. 

국가지원금의 게이트키퍼인 관료가 문제야!!
블랙리스트는 결국 ‘국가 지원금 분배의 문제’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화예술계가 예술가들이 중심이 아니라 ‘관료’가 중심이 되어 문화예술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므로 도종환 장관께서 하실 일은 문화예술 지원구조의 재설계가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임은 분명히 알고 계실 것이다. 

촛불혁명이 일어나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블랙리스트가 청산되었는가? 

블랙리스트를 촉발한 ‘관료’들이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한 적이 있었는가? 

지금도 이들은 자신들에게 예산권과 인사권을 부여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개선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조직과 지원시스템의 개혁을 국민과 현장예술가들이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프로세스의 길목을 지키는 이를 찾아낸다면 그 일은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블랙리스트를 촉발한 문화예술 지원금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 : 방송용어로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은 ‘관료’들이다. 

길목에서 돈과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문체부와 산하기관의 ‘관료’들이 주인공이었고, 이 ‘관료 중심’의 게이트키핑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촛불예술가들의 염원을 해결하는 것이다. 

문체부 내 몇몇 게이트키퍼인 ‘관료’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블랙리스트가 일어 날 수 없으며, 이들 몇몇 문화권력이 된 ‘관료’들과 결탁한 문화예술 기업가, 교수들이 지원금과 자리를 차지한 것이 화이트리스트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관료중심의 화이트카르텔이 본격적으로 거대자본을 마련한 것이 18년 전이다. 18년 동안 비정규직 예술가들을 착취하면서 이들은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문화계 하나회인 이들이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문재인 정부 곳곳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다시 길목을 지키는데 힘쓰고 있다. 

▲ 문화예술계 관료중심 카르텔

보수와 진보정권의 문체부 장관 누구도 ‘관료 중심’ 문화예술 생태계를 바꾸려고 한 사람은 없다. 문화예술계의 ‘관료 중심’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관료들에 의한 문화예술인 착취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심장이 썩었는데 반창고만 교체하는 격이다. 

따라서 도종환 장관님께서는 3월 문화정책과 비전을 발표하시기 전에 조국 민정수석처럼 문체부와 산하기관들의 적폐구조를 밝히시고 이후 문체부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새 정책과 비전을 발표하시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진언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