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김용문의 막사발 혼, 도판과 화선지에 옮겼다.
도예가 김용문의 막사발 혼, 도판과 화선지에 옮겼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8.02.05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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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나무의 단상‘展 오는 13일까지 ‘나무화랑’에서 열려...

인사동에서 도예가 김용문의 도판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산과 나무의 단상‘이란 제목이 붙여진 도판화전은 오랜만에 보는 그의 귀국 전시로, 새로운 수묵드로잉까지 보여주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용문 하면 막사발이 먼저 떠오르고, 막사발 하면 머리말아 올린 김용문의 상투가 연상된다.

▲ 도예가 김용문씨, (사진=조문호)

가히 전설적인 장인이다. 젊은 시절부터 옹기에 매료되어 다양한 옹기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의 예술세계는 막사발을 만드는 도예에 한정되지 않았고 퍼포먼스에서 글과 그림까지 전방위 작가다. 그러한 다양한 작업들도 결국은 막사발을 위한 부대작업에 불과할 것이다. 오죽하면 ‘나는 막사발이다’라는 책까지 펴냈겠는가?

토우와 도자기로 삶의 애환을 담은 퍼포먼스도 여럿 있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단양 충주댐에서 가진 ‘수장제’였다. 84년 단양 하방리를 지켜 온 좌청룡과 우백호, 전주작, 후현무의 네 풍수 동물을 토우로 빗거나 조각해 많은 이주민들이 울부짖는 통곡에 장단 맞춰 댐 속으로 잠기게 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최고의 퍼포먼스라 메스컴에서도 일제히 나발 불었다. 그리고 87년 대학로에서 가진 ‘옹관장전’도 파격적이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화가 강용대씨가 상여에 실려 가는 모습, 큰 칼로 옹기 작품을 내려치는 무속인 무세중씨의 모습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다.

인사동에서 한 전시도 여럿 기억난다. 인사동 거리에 좌판 깔아놓고, 푼돈 받고 토우 파는 전시에서부터, 인사동에서 제일 넓은 ‘아라아트’ 전시장 바닥에 수천 개의 막사발을 펼쳐 전시를 하는 등 특이한 전시가 많았다.

33x33cm 도판2 2017

그는 홍대미대 공예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토속적인 막사발에 승부를 걸고 활동 해 온 작가로, 지금은 터키 국립 하제테페대학교 도예과 초빙교수로 떠난 지가 8년째라 자주 볼 수 없는 작가다.

경기도 오산, 충청도 괴산, 전라도 삼례 등지로 막사발 박물관을 옮겨가며 ‘세계막사발축제’를 36년째 이끌어 왔다. 또한 세계막사발심포지엄 19회, 국내외에서 가진 개인전도 43회나 개최했다.

투박한 토속적 미감의 막사발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도예가 김용문의 도판(陶板) 그림전은 산과 나무를 대상으로 한 추상화인데,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예술혼을 담아냈다.

67x67cm 화선지3 2017

우리 문화의 속내가 들어다 보이는 대개의 작품들은 지두문(指頭紋) 기법으로 이루어졌다. 지두문(指頭紋)이란 유약이 마르기 전 빠른 손가락 놀림으로 풀, 나무 등의 문양을 그려 넣는 기법인데, 손가락이 스쳐간 자국들은 우리 선조들의 멋이고 아름다움이다.

대개의 지두화(指頭畵)가 둥근 접시나 정사각형 도판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보통 지름 25cm정도의 작은 작품서부터 지름 70cm가 넘는 대형 작품 등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수묵드로잉전은 김용문씨의 또 다른 미적영역 확장이었다. 다들 자기 영역 밖의 작업을 하다보면 다소 어설퍼 보일 때가 더러 있으나, 거침없이 그려낸 그의 솜씨는 달랐다. 이는 막사발에 길들여진 원숙한 솜씨와 오랜 세월 몸에 베인 지두문 화법이 그대로 화폭에 옮겨 진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88x58,5cm 화선지7 2017
 
67x67cm 화선지1  2017

주로 먹과 안료, 붓과 지두문으로 표현한 드로잉은 때로는 힘이 솟는 박진감이 넘치고 때로는 막사발 질감처럼 투박하거나 거칠도록 자유롭게 넘실댄다. 여지 것 보아 온 수묵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폭발력을 가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우리 민족의 미감을 드러낸 인물상에서는 마치 자애로운 불상을 닮은 듯 편안하다.

88x58,5cm 화선지4 2017

어떤 작품은 난을 치듯 나무나 잡초를 그리기도 했는데, 흥선대원군의 난이 여인네의 여림이라면, 김용문의 난은 남정네의 투박함으로 말할 수 있겠다.

지난 31일 가진 개막식에서 보여 준 강만홍교수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도공들의 원혼을 불러 모우는 것 같은 동작으로 작품에 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 전시는 2월 13일까지 ‘나무화랑’(02-722-7760)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