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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의 국악담론] 전통예술 지원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8년 03월 13일 (화) 11:44:19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sctoday@hanmail.net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우리나라 헌법을 살펴보면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있어 국가의 책무가 명시된 2개의 조항이 눈에 띈다.

하나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 헌법 제9조와, 또 하나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되어 있는 대통령 취임 선서에 관한 헌법 제69조이다.
 
헌법에 명시된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라는 용어는 일반사회에서는 서로 혼용해서 사용되고 있으나 헌법에서는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전통문화’는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영속성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문화로서, 과거의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기도 하고 미래로 가는 것을 말하며, ‘민족문화’는 ‘전통문화’에 우리 한민족의 특징, 즉 민족적 요소가 가미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나 그 두개의 용어는 절대적으로 구별되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혼용해 사용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헌법에서 언급한 ‘민족문화의 창달’이란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도 외래문화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변화시켜서 이를 우리에게 맞는 것으로 창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뜻한다. 

왜 헌법에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 혹은 민족문화의 창달’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을까? 전통문화 혹은 민족문화는 타 민족과 우리 민족을 차별화하게 하고, 우리 민족을 하나 되게 하는 문화 정체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통문화가 국가경쟁력의 소중한 자원이 되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에 활용되는 등 국익 증대에 크나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지원을 하도록 한 것이다. 

‘전통문화’ 혹은 ‘민족문화’는 두레, 향약, 단군사상, 조상숭배정신, 우리의 민족적 요소가 가미된 각종 종교와 사상, 세시풍속 및 놀이, 한식, 한옥, 한복, 우리말과 우리글, 지역의 방언, 전통예술 등을 두루 아우르는 말이다.

그 중 전통예술은 전통문화의 정수이다. 사실 K-pop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한국문화의 진흥도 그 근본에서는 전통과 민족문화의 계승과 발전과 창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예술은 크게 전통공연예술과 전통시각예술로 나눌 수 있다. 전통공연예술로는 전통음악(기악, 성악), 전통무용(정재와 민속무용), 전통연희(풍물, 가면극, 인형극, 판소리와 창극, 줄타기, 버나놀이, 재주넘기, 재담소리, 무속연희, 무예, 민속놀이 등) 등이 있고, 전통시각예술로는 전통서화(서예, 한국화), 전통공예(칠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유기공예, 자수, 매듭공예, 복식공예 등), 전통도예(토우, 옹기, 청자, 백자, 분청사기, 제와 등), 전통조각(불상, 불탑, 석등, 장승 등) 등이 있어 전통예술은 실로 다양하고 방대한 무형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예술은 장르별로 독립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 아니라 모든 장르가 서로 어우러진 융합형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풍물의 경우 그 안에는 음악과 노래와 춤과 극이 어우러져 있으며 농기에는 서예와 전통문양이 어우러져 있고 오방색을 기반으로 한 복식과 장고, 북, 꽹과리, 징, 법고 등 악기제작 공예가 어우러져 있다. 대부분의 전통예술이 그렇게 융합형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 후 지금까지 전통예술에 대한 지원은 전통공연예술에 집중되어 왔다.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전통시각예술에 대한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지원에 비해 전통시각예술에 대한 지원은 너무나도 적었다.

정부 부처 직속기관이나 산하 기관을 살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문화재청과 국립무형유산원, 국립민속박물관, (재)문화재재단 등에서 전통공연예술과 전통시각예술을 모두 지원을 하고는 있으나, 전통공연예술 지원기관으로는 국립국악원, (재)국악방송,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 방대하다.

허나 전통시각예술 지원기관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하나뿐이다. 또 하나 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있는데 전통시각예술 분야를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금까지의 전통공연예술 중심의 지원체계를 재점검하고 수정하여 전통예술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균형 잡힌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 혹은 부서가 필요하다.

아울러 전통예술의 보전과 계승도 중요하지만 옛것을 따르되(法古) 오늘날에 맞게 변용함으로써(創新) 더욱 강한 생명력과 경쟁력을 갖도록 해주는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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