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젊음의 에너지로 표현되는 '적벽가', 멋지다
[공연리뷰]젊음의 에너지로 표현되는 '적벽가', 멋지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3.20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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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춤의 화려한 대전 '적벽'

"멋지다!" 이 말 외에는 달리 이 공연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지난 15일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린 2018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멋지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공연이었다.

'판소리와 춤의 화려한 대전'이라는 소개문처럼 적벽은 판소리와 춤, 그리고 한 편의 마당극이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90분간 관객들을 이야기 속에 빠뜨리고 젊음의 에너지를 무한대로 표출한다.

▲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 (사진제공=정동극장)

지난해 '전통 ing' 시리즈로 대학로에서 첫 선을 보였던 <적벽>은 판소리 <적벽가>를 감각적인 판소리 합창과 역동적인 군무로 풀어낸 새로운 창작 판소리극으로 지난해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정동극장에서 다시 선을 보였다. 19명의 배우들은 노래와 춤으로 치열했던 적벽대전의 스토리를 재현하고 판소리와 창작음악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배우들의 춤은 상당히 질서가 있다. 이 '질서가 있다'는 점이 극중 춤의 가장 큰 무기다. 질서가 잡힌 군무는 춤의 화려함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하지만 질서가 있다고 해서 이들의 동작이 한정되어 있거나 딱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잘 짜여지고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자유로움을 잃지 않는 춤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주유 등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이 배우들도 군무의 한 일원이 된다. 즉, 이들은 특정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자신의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신에서는 춤을 추는 대열에 바로 포함된다. 조조가 중심이 되면 이들이 조조의 병사가 되어 춤을 추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이 작품은 특정 배우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팀원 하나하나가 다 주연임을 보여주고 있다. <적벽>은 이런 면에서 하나의 '팀플레이'로 봐야하는 것이다.

▲ 젊음의 에너지는 <적벽>의 가장 큰 힘이다(사진제공=정동극장)

하지만 아무리 춤이 화려하고 역동적이어도 여러 번 반복되면 결국 식상해지기 마련. 바로 그 시점에서 <적벽>은 조조의 '군사점고'를 보여준다.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조조는 도망을 가던 중 군사점고를 실시하는데 전쟁에 지치고 굶주린 병사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울부짖는다. 이 장면에서 <적벽>은 춤과 노래가 아닌 마당극의 모습으로 새로움을 보여준다.

조조와 정욱은 자신들의 위기감을 걸쭉한 입담으로 표현하고 병사들 역시 괴로움을 입담으로 표현한다. 한 편의 희비극이 펼쳐지는 순간, 배우들은 '막춤'스런 춤을 선사하기도 하고 연주자들은 때아닌 서부영화 주제곡 풍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마당극으로 표현되는 이 장면이 어쩌면 <적벽>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적벽>은 적벽대전과 전쟁을 이끈 영웅들의 이야기이며 한 편의 전쟁 스펙터클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전쟁을 하는 이는 바로 힘없고 굶주린 백성들이다. 판소리 <적벽가>도 바로 이 군사점고 장면에서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적벽>은 이 부분을 강조하며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아야하는 백성이 바로 전쟁의 진정한 주인공이며 영웅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적벽>이라는 공연이 두세명의 특정 배우가 아니라 모든 배우가 다 주인공이라는 공연의 구도와 일맥상통하다.

<적벽>은 판소리와 춤의 조화를 젊음의 에너지를 통해 보여주는 색다른 공연이다. <적벽>의 멋짐은 바로 젊음의 열정에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세상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젊음의 에너지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힘찬 모습을 보고 싶다면, 무엇인가를 통해 힘을 얻고 싶다면 <적벽>이 주는 젊음의 에너지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싶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에너지가 이 공연에 있다.

<적벽>은 4월 1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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