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오늘의 한국미술,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특별기획]“오늘의 한국미술,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 임동현 기자/정상원 인턴기자
  • 승인 2018.03.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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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중계]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문제와 4차산업혁명시대 미술계의 방향과 전망을 중심으로’①

제 1주제-오늘의 한국미술계를 진단한다

발제 <현 단계 한국미술의 주요 현안 과제>-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현재 한국 미술계와 앞으로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동안 정리해온 작업을 토대로 내용을 구성했다. 문제가 없었던 때는 없었지만 항상 새로운 과제가 있었고 누가 혼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선진 모델을 모방하는 것이 절대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하나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번 주제가 참 쉽지 않다. 문제 해결 능력의 성장은 미술인들의 연대와 소통을 통해 그 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 신속한 대안과 명쾌한 문제 해결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발견하고, 공감하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다.

▲ 한국 미술계 발전 위한 포럼 1차 토론

문화예술은 제도로 만들고 따라가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기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 후에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공감하는 것이 먼저여야한다.

지금 한국 미술계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경쟁력에 비춰 한국 미술계의 총합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이는 미술계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 이런 자리에서 선언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연대하도록 격려하는 방법이 문제 해결에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생태계모델 PPT를 보여주며) 30년 전만해도 미술생태계에 대한 도식화가 불가능했다.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지금 갖춰진 것의 절반이 없었다. 국공립 미술관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가 90년대인데 지금 20여개 정도 존재한다. 정착단계로 봐야한다.

자연생태계는 피라미드 먹이사슬구조지만 미술 생태계는 상호 윈윈해야만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생태계 모델이 지금 시점에서야 확립된 것은 한국 미술계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 처음 예술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취업시장을 위해 업계로 나가는 점이 일반적인 순환구조다.

지금 이러한 생태계 순환에서 문제점은 상호적대적인 태도다. 미술관과 공공기관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의 전시는 꺼리는 경향이 있고, 수상경력이 작가의 몸값을 높인다고 인식해 작가에게 상을 주는 자리도 피하려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 그 중에서도 특히 아동 교육이다. 취향이 유아 시기에 정해지는데 한 번 정해지면 바뀌기 힘들다. 식습관은 7세 때 만들어지고 언어는 12세, 미술에 대한 취향은 13세 이전에 확립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미술교육은 ‘잘 그리는 교육’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미술을 사랑하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미술을 늘 보고 즐기는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에 포인트가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 미술교육은 100년이 뒤쳐져있다.

물론 이건 미술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정부 차원에서 협의해야 해결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인 사회 교육, 방송 등 매스미디어, 미술관 박물관, 작가 및 전문가 재교육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공공미술관 제도를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외국 미술관과 토대가 다르다. 한국이 외국과 같은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수 법인화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법인화를 한다했을 때 법과 제도로 원활히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재정 자립조건이 낮다. 국립현대미술관의 1년 기부금액은 법인화를 가능하게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적 합의와 행정 시스템의 지원 조건도 부족하고, 선진국에 비해 뒷받침할 여러 토대가 부족하다.

전부 고려해보면 지금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충분한 점검이 필요하다. ‘국가 뮤지엄 위원회’가 이런 문제와 맞물려 있다. 국가 뮤지엄 개발 정책의 수립과 단계별 네트워크 성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공미술관 고용안정화’의 경우 미술관 계약직을 정년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거듭 심사숙고해야한다. 지금 우리가 필요하다고 미래세대에 짐이 되지는 말아야한다. 인력 순환이 안 돼 손해를 볼 수도 있으므로 여건을 고려해야한다. 현재 공공미술관들 상호 네트워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인프라 상생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추급권의 경우 영국은 750억원이지만 우리나라는 1/10인 75억원이다. 또한 양도세가 미술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추급권으로 매년 작가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양도세 정도 밖에 안되는 점이 문제다. 작가 직거래 관행의 미술시장 편입 유도가 필요하지만 공정가격 형성에서 시작해 여러 문제들이 걸리고 있다.

미술시장의 정립과 선진화 과제에 대해서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되 상한가격을 정해 신진작가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예술인 복지법의 경우 적극적 개념의 ‘예술가 복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지원금을 선착순으로 분배하는 등의 방식은 문제가 많다. ‘작가 보상금’으로 이제 전시를 함에 있어 작가가 돈을 내는 경우는 없어졌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예를 들어보겠다.  2000년 창립 당시 첨단기술 쇼윈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이런 전시가 많이 상실된 상황이다. 따라서 국제 미디어아트 쇼윈도우 역할로 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예술 과학 산업 협력망의 허브 역할과 기반시설을 지향하고 있고, 백남준 아트센터는 첨단미디어아트 기획전, 학술적 연계 및 협력망으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4차 산업시대를 맞아 3D 프린터 등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이를 주목해야한다. 소장이 아닌 소통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술비평이 20년 전엔 활성화됐다가 지금은 추락한 느낌이다. 현대미술에 관한 책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도판 사용료가 비싸고 저작권 문제 때문에 출판에 어려움이 있고 나와도 천 권 이상이 안 팔린다. 평론가나 기획자 등 중간 역할을 해야할 이들의 관심이 소홀한 것이다.

결국 이 문제들은 한 사람의 스타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협력해서 해결할 문제다.

이선영 미술평론가

▲ 이선영 미술평론가

한국 미술이 양적으로 확대된 것이 20년 전이다. 20여년동안 공공 영역에서 건물이나 재단이 많이 생겼지만 건설 비용만 100억이 들고 운영비로만 100억이 든다. 그러나 지금까지 건설만 생각하고 이후 유지비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이라고 본다.

문화관련 공공기관이 늘어나면서 공공성은 많이 가졌지만 예술성은 떨어진다. 공공성 예술성 대중성이 돌아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돈에 의해 작가가 자기변환하는 문제점도 있다. 예술인 복지제도와 관련해서 ‘예술가’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한다. ‘최소한의 간섭’이라는 면에서 사회가 부를 만들어냈을 때 그 부가 잘 분배가 되기 위해서 예술가들이 헌신해야 한다.

발표에서  ‘상호적대적인 부분이 문제점’이라고 꼽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술인들 자체가 미분화돼 있기 때문에 서로 경쟁자 무드가 조성돼 있다. 자기 분야만 단련하는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비슷한 일을 반복하면서 전문화가 되지 않고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미술계가 레드오션이 됐다. 이런 점이 소통과 연대를 막고 있다. 예술계에 들어오는 돈이 너무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미술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미술 매개자들의 중요성에도 동감한다. 미술이론의 경우 미술이 아니라 인문학으로 친다. 미술대학에 포함시켜야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지정해서 미술 매개자들의 힘을 키워야한다. 감상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미술인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판이 마련되어야한다.

대중의 설득과 보편화를 미술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다보니 기관지가 있어도 자신의 소신이 아닌, 돈의 논리에 주관을 버리는 현실이다. 앞으로 신경을 써야한다.

김용호 한국미술협회 사무처장

▲ 김용호 한국미술협회 사무처장

나는 본래 화가고 제도에 대해 와닿지가 않는다. 일단 그림이 팔리지 않는다. 그림이 안 팔리는데 양도세니 뭐니 하는 것은 남의 이야기로 들린다. ‘아티스트피’(미술인보수제도)가 실행된다고 하는데 이것도 일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교육도 필요하지만 성인들 교육도 중요하다. 거금을 들여 투자하는 이들은 소수고, 심지어 어느 정치인은 ‘예술인은 거지’라며 비굴하게 취급하기도 한다. 이들이 배워야한다. 다들 관심없어 할 수 있지만 잘 이뤄진다면 저변 확대를 통해 한국 미술계의 질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바라는 것은 수당을 기술 노동자 정도만 줬으면 좋겠다. 밥을 못 먹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리겠는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복지법안이 필요하다. 아티스트피같은 동떨어진 개념의 정책보다는 현실적인 복지법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술품 세금납부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지역문화재단 문제도 심각한데 중앙만 우대받고 지역은 천대받고 있다. 보존 보호하면서 지역을 지역 특성대로 키우는 방안이 필요하다.

양기영 민족미술인협회 정책위원

▲ 양기영 민족미술인협회 정책위원

지금 미술계의 문제는 미술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의 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레퍼토리가 희생양 한명이 죽어야 끝나는 구조이다. 죽으면 논의가 다 증발되고 그 악순환이 자꾸만 반복된다. 왜 그런 상황이 왔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없어서 그렇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미술계가 노력해야 한다. 비단 미술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분야가 취약하다.  세대의 언어가 다르고 감성도 다르기에 머리로 이해를 하려해도 안 된다. 오늘날 예술이 해야하는 일이 그것이다.

지금 문화소비계층은 성과주의와 각자도생에서 생존하느라 이미 번 아웃 상태다. 미술인의 무모한 도전에 갈채를 보낼 여력이 없다. 더 이상 국민을 계몽하려하면 안된다. 국민 니즈를 읽지 못하면 결국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실행했던 방식을 정리해야한다. 방만하고 안일하게 남발한 사업부터 개선할 시점이다. 오직 현장의 목소리를 끝없이 묻고 물어 사업 실행 결과를 채집해야한다.

<2편에 계속>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