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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중계]“4,50년간 변하지 않은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가 최선일까?”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문제와 4차산업혁명시대 미술계의 방향과 전망을 중심으로’ ②
2018년 03월 29일 (목) 19:33:20 임동현 기자/정상원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

<1편에 이어>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908

 

제 2주제-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문제를 통해 본 국공립미술관의 역할과 전망

발제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문제 해법과 과제> 하계훈 미술평론가

   
▲ 하계훈 미술평론가

법인화가 좋으냐 나쁘냐 양자택일을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법인화, 민영화 논란이 제기된 것이 10년 전인데 찬반을 물어보면 대답을 잘 못하지만 조건만 잘 맞으면 법인화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다. 독점적이다. 어느 분야나 경쟁과 긴장감이 없다는 것은 활동과 운영의 효율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본다. 

정부가 제도로 무엇인가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오류다. 정책을 소집단 이기주의로 하려는 것도 문제고, 관료주의적인 운영으로 모든 것을 끌고 갈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관영화던 법인화던 민영화던 의사결정 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전에 1년 2개월간 관장이 공석이 된 적이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기획운영단장이 관장 직무를 대행하면서도 미술관이나 문화관광체육부에서 별다른 문제점이나 위기를 못 느꼈다는 것이다. 

정부와 문체부 입장에서는 관장이 없어도 오랜 경험을 가진 행정공무원이 기획운영단장으로 있으면 미술관이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는 곧 학예연구적인 차원이 아닌 일반운영 차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서는 문화가 잘 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국립현대미술관이 잘 되어야한다’ 이런 식으로 말해놓고 정작 관장이 1년 2개월 부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이런 법이 생기면 잘 되겠지, 저런 제도를 만들면 잘 되겠지. 책임운영제도가 형성되면 잘 될 것이다. 무슨무슨 제도로 운영하면 잘 될 것이다. 그 어느 의견에도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미술관을 바라보는 의사결정자의 의식이 중요하다. 

답답한 것은 내년이 국립현대미술관 건립 50주년인데 50년을 운영해도 운영 원칙이 달라진 것이 없다. 소장품 관리, 운영 규정 등을 살펴봐도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최근 몇 년간 세 번의 개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적은 부분만 수정한 것일 뿐 예전 기준에 맞춰 계속 운영한 것이다. 

지난 4,50년 동안 운영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얼마나 변화가 많았겠나. 그런데 그 변화를 다 무시하고 40년 전 기준이 유효하니까 그대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게 사실이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말이다.

해외 학예사들의 공간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공간은 마치 동굴같았다. 관련 자료와 책들로 둘러쌓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실을 가면 너무 말끔하다(웃음). 이는 제대로 공부를 안하고 있다는 증거다. 

프로세스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행정 위주로, 관료주의적 행정으로 운영됐다. 비슷한 체급의 외국 박물관들이 어떤 구조로 운영해왔고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는 것도 필요한데 우리는 행정 조직이 비대해지고 오히려 학예 조직은 더 작아지고 비정규직으로 이뤄지면서 행정공무원들이 학예사들에게 ‘우리가 못하는 것 하라’ 식으로 일을 하고  관장 없이도 출퇴근 잘하고 도둑만 안 맞으면 된다는 식으로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법인화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이런 이분법적 의견 제시에 앞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본질적인 문제에서부터 변화가 요구된다. 관료주의, 행정 위주, 변화 없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관영화던 법인화던 민영화던 아무 의미가 없다.

김찬동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

   
▲ 김찬동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

법인화는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본다. 좀 더 효율적인 경영마인드로 운영되어야한다는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화가 안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상황에서 법인화를 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병행해야하는 과제가 있다. 강제로 하는 것에 변화와 발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관장이 부재해도 미술관이 관리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 파견된 고위공무원인 기획운영단장이 정부 입장에서 운영권을 행사하고 학예 영역은 학예사들이 대부분 관장하는 상황에서 관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반 없다. 관장이 아무런 자율과 책임을 질 수 없는 현 시스템은 매우 비정상적인 조직운영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들며 시기상조라고 주장하지만 장단점의 문제는 지난 10년간 충분히 논의됐고 글로벌한 경쟁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세계적인 추세로 경쟁력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단, 법인화를 위한 선결조건이 있다.

먼저 미술관은 ‘비영리적이며 지속가능한 기구’이기에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며, 이 영역에서 국가의 지원은 당연한 의무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재원을 계속 지원하는 것을 제도화해야한다.

또 기부 제약을 완화해 기업이나 민간의 작품 기증을 원활하게 하고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등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익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소장품 구입과 수증, 자체 기획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의 강화가 필요하다. 선진적인 미술관 문화를 조성하는 방안을 먼저 해결하면서, 이를 법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 조건들이 해제된다면 법인화를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영순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

   
▲ 김영순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

민영화는 공허한 예찬론이다. 왜 지금 새삼 ‘국립현대미술관 민영화’가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의 해법안으로 상정됐을까? 이미 김대중 정부 때부터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도 입법까지 갔지만 공공성 훼손과 미술관 문화 침체 우려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며 무산됐다. 그런데 또 미술관 운영의 유일한 해법으로 민영화가 등장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

행정직 공무원의 비율이 비대해지고 ‘공무원들의 행동과 사고까지를 지배하는 관련법과 규정’을 문제로 진단하면서 미술관의 업무가 전문직 관장과 학예인력이 중심이 되어야하고, 이런 불균형한 인사비례 구조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재정자립의 한계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경기도 미술관의 경우, 행정직이 퇴각하고 전문가 관장과 학예직만 남았지만 예산 수립과 각종 행정상의 운영에서 곤란을 겪은 바 있다. 전문 관장과 학예직이 주도하는 미술관 경영이 균형을 잃지 않을지 의구스럽다.

여기에 민영화 이후 직원들이 신분 보장이나 복리 등 개인 욕구 실현을 목표로 강성화된 노조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프랑스나 영국, 일본 등은 근대기에 문화 정체성을 이미 정립하고 그에 걸맞는 수장품 확보와 담론이 구축됐지만 한국은 민영화 안에서는 여러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외국처럼 인류문화유산을 대표하거나 국내외 관객을 대거 유인할 작품을 소장하지 못하고 기부금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미술관 운영의 자율성이 오히려 불순한 자본에 예속될 위험이 있다. 선진국을 모델로 한 일본 미술관의 독립행정법인화가 재원확보에 실패하며 무산된 예가 있다.

현 문체부 소속 공무원 중 재무 및 홍보 마케팅 부문을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해 이들이 기부금 확보, 홍보 마케팅 및 수익사업을 전담하고, 학예실은 전문 연구기관으로 미술관 소장품 및 전시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에 기초한 기획을 생산해야한다. 

전문가 출신의 경영 능력을 가진 인물을 관장으로 학예-행정-홍보 마케팅의 트라이앵글로 분장되고, 운영안을 협력하며 추진한다면 효율성을 실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형걸 Goodwill Advisory 대표

   
▲ 김형걸 Goodwill Advisory 대표

문체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정부예산에서 미술분야 예산규모 중 국립현대미술관의 운영예산이 지난 2017에는 예산의 55%, 올해는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립현대미술관의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국현 운영이 우리나라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지금의 문제는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 조직에서 벗어나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 미술계가 해결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할 듯 하다. 

관장이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관장이 비전을 가지고 크게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여건을 마련해야하는데 그렇다면 정부가 독립성을 인정하고 관장에게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게 해야한다. 

지금처럼 국립현대미술관이 국가기관일 때는 ‘정부조직법’, ‘국가공무원법’,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앞의 법률들을 개정해야하는데 국현만을 위해서 이 법들의 적용에 예외를 인정하거나 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 법들의 적용을 받지 않는 법인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법인화는 당장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국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보장해 독립시키고, 관료제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완전 독립은 어렵지만 중간 형태로 법인화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정부지원예산 축소 우려는 현재 수준의 정부지원예산유지를 보장하면 해결될 것이고 주무부서가 아닌 이유로 문책이 일어나지 않아 부패로 흘러갈 수 있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에 맞춘 법령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본다.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국가 주도로 가다보니 예술계의 정부 의존이 너무 심하고, 창의적인 시도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관과 민이 어떻게 협치를 이루고 주도를 할 수 있을 지를 논의할 시점이 왔다. 

김영순 위원님께서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셨는데 법인화는 민영화와 틀리다. 경영을 민간에게 맡겨 경쟁력을 높이되 정부의 공익적 기능은 그대로 수행한다는 의미의 법인화다. 

일본의 실패 사례로 전문성과 자율성, 공공성을 살리지 못하는 상업화의 연장선상으로 이해가 되고 법인화가 된 경기도박물관과 미술관이 공무원의 본청 복귀와 관장의 지위 변화 등을 보였음에도 인원 감축 및 예산 삭감으로 진행되는 모습이 나오면서 법인화에 대한 거부 반응이 더해졌다.

여기에 법인화가 곧 민영화라는 인식, 학예인력의 지위 불안정 등도 법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인화가 되면 학예인력이 공무원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되는 점을 학예사 대부분이 우려하는데 민간인 신분이라고 그 자체가 불안정한 지위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공무원 신분일 경우 관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업 확장시 공무원 TO에 묶여 새로운 인력은 계약직으로 고용해야한다. 

책임운영기관제는 오히려 직영체제보다 안 좋다. 권한없이 책임만 부여된다. 일례로 책임운영기관제로 운영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성과주의적 평가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미션과 비전을 대국민 서비스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시의 기획력보다는 관람객 수, 전시회 수, 교육 프로그램 수 및 참여자 수 등으로 성과지표가 매겨진다. 

직영에서 법인화로 전환한 국립해양박물관은 법인화 이전과 이후의 예산 비율이 큰 차이가 없었다. 아마도 이번에 국현 법인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국립해양박물관의 예로 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단순히 수익의 구조만 볼 것이 아니라 조직의 변화로 인해 전문성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법인화에 따른 성과지표는 무엇이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는 지금 다시 논의될 때라고 본다. 비단 국립현대미술관뿐만이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 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 논의가 다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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