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성 소설가, ‘남북한문학교류위원회’ 설립 주장
정소성 소설가, ‘남북한문학교류위원회’ 설립 주장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8.04.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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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문학 교류 중요성 강조, 분단 70년 이질성 극복위해 문학적 상상력 펼쳐야
▲정소성 작가(소설가,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소설가협회, '한국 소설문학 속의 통일문학' 심포지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가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이 오는 27일 예정된 가운데 온 나라가 평화를 염원하는 축제 분위기다.

이번 두 정상의 회담은 우리 측 지역인 파주 판문점에서 개최돼 이전의 1,2차 회담과는 훨씬 더 진전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남북한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 공연을 통해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학계에서도 남북한 문학 교류를 위한 움직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김지연)는 27일 ‘한국 소설문학 속의 통일문학’이라는 심포지엄을 열고 통일 시대에 대비하는 남북문학 교류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총 2개의 주제로 진행된다. 정소성 작가(소설가, 단국대 명예교수)의 ‘통일문학의 가능성에 대하여’에 이어 이정 소설가(통일문학포럼 상임이사)는 ‘왜 통일문학인가’를 발제하고 서기향 ·변영희 소설가가 각각 지정토론자로 나선다.

정소성 작가는 발제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우리에게 화해무드를 조성할 큰 기회라는 것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80년 5월 혁명으로 촉발된 민중의식이 남한 민족문학 태동시켜

정 작가는 “역대 북한의 정권지배자인 김일성과 김정일은 국가통치의 수단으로 유난스레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며 “김일성의 혁명성을 중점적으로 형상화한 장편소설들인 ‘불멸의 력사’ 33권과 김정일의 애국심과 천채성을 함양한다는 ‘불멸의 향도’ 12권은 북한소설문학의 대표작으로 여타 소설문학을 압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작가는 휴전 후 한국문단은 김동리를 중심으로 순수문학에 대한 반성이 일었으며 문학의 원초적인 인문성에 초점을 맞춘 그의 문학이 시대성이 없다는 앙가주망파의 도전이 승리하면서 한국문학이 지평을 넓혔다고 진단했다. 70년대의 백낙청과 고은 중심의 민족문학은 프랑스 문학, 즉 서구문학 사조에 저항하는 의미의 개념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정 작가가 바라본 남한의 자생적인 민족문학 태동은 80년 5월 혁명으로 촉발된 민중의식이 주된 요인이다.
자본주의 심화와 군부정치 강화로 핍박받은 민중들의 삶이 당대 소설의 주된 소재가 된 것은, 이 시기부터 풀리기 시작한 월북작가 작품의 해금과 북한작가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 작품 속 대남한관 부드러워져

그는 “북한 문학이 1990년대 들어오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 유화정책 영향으로 대 남한관이 부드러워 지는 뚜렷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면서 “체제 옹호라는 대전제는 바뀌지 않았으나 최근 역사, 이념 문학에서 사회 현실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문학 본연의 자세를 지향하는 듯한 풍조가 대두하고 있다”라며 변화하는 북한 문학을 고무적으로 인식했다.
이는 통일문학이란 관점에서 남북 문학이 단일 언어, 단일 민족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민족문학적인 요소로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있는 가능성을 둔 것이다.
끝으로 정소성 작가는 일제치하 KAPF(조선인프롤레타리아예술인동맹)의 주요 멤버였던 박태원이 남한에서 KAPF운동이 불가능해지자 월북한 후 숙청당한 후 죽어가면서도 최후로 쓴 소설이 ‘갑오농민전쟁’이었다“ 며 “남북 문인들의 문학적 상상력은 이제 오랜 방황에서 어떤 공동의 지붕을 의식하는 듯한 인식을 하게 된 시점에, 민족 문학으로서의 위상 회복과 남북한 교류를 위한 ‘남북한문학교류위원회’ 설립을 제창한다”고 밝혔다.

북한소재문학을 ‘색깔론’으로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 거둬야

이정 작가는 7차례의 방북 경험을 토대로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다른 점을 직시해야 충돌을 극복하고 통일 문학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문학의 필요성과 이유에 대해 ▲고유한 우리의 이야기 ▲감동스토리의 보고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유리 ▲민족통일에 기여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특별히 통일문학이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유리하다는 근거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시장에서 50만부 팔린 것과, 탈북민 장진성의 장편수기 <Dear Leader>가 북미지역 제외 전세계 영어권 국가의 도서판매 10위를 비롯 2014년 ‘올해 세계를 깨우친 베스트도서 10’의 8위 선정등 괄목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진성은 2012년 한국인 최초로 영국 옥스퍼드대 ‘렉스워너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가는 “프랑스에서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찬사를 받는 반디라는 가명을 쓰는 북한 작가의 소설집 <고발>은 2016년 20개국 18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려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며 "탈북민 장철한과 신동혁, 김유경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지금 통일문학이야말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앞장서 견인해 나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이 작가는 우리사회 일부의 통일문학과 북한소재문학을 ‘색깔론’ 등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 사회에는 통일문학, 북한소재문학을 ‘관념론’과 ‘색깔론’으로만 바라보려는 편협한 시각이 존재한다”며 “반디의 <고발>이 서울에서 출간됐을 때 우리 문단과 독서계는 문학적 가치 평가보다 북한 작가의 작품인지 진위에만 관심을 갖고 공방을 벌였다. 통일문학의 암초가 되는 이런 세태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소성 작가는 중편소설《아테네 가는 배》(1985, 동인문학상 수상)를 통해 공산위성국가 불가리아와 민주국가 그리스에서 주 북한대사를 지낸 불가리아 외교관과 남한의 어머니와의 사랑과 이산을 다뤘다. 그 외 《설향》, 《천년을 내리는 눈》,《암야의 집》,《겨울 강》,《바람의 여인》,《두 여인》, 《대동여지도 1~5권》을 통해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조명해 왔다.

이정 작가는 남북한 교류사업의 현장 속 사람들을 다룬 <압록강 블루>를 최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