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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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 승인 2009.09.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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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10



누  드
                                      이성부


  며칠 사이에 홀연
  그 무성했던 이파리가 모두 떨어졌다
  땡감 몇 개만 덩그라니 허공에 달려
  적막하다
  바람 불 때마다 조금씩 흔들거린다
  한번도 사랑을 묻힌 적이 없는
  알몸들이 익어간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아무 데도 기댈 곳 없어
  나는 내가 춥다
  더 많이 쓸쓸해야 한다

산을 좋아하고 산행을 자주 가는 시인으로 알려진 시인의 가을은 ‘누드’라는 시로 재탄생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주어진 삶의 고통은 시인에게 필수요 자유는 선택처럼 따라다니는 숙명이라면 더 많은 숭고한 삶의 고통과 자유를 위한 자연과의 교감은 통과의례라 본다.

다시 찾아 온 가을이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가을의 용기와 엄숙함에 동참하여, 우리 본연의 자세를 가다듬을 시기가 아닐까 한다.
그것이 성숙이거나 수확이라도, 아니 그 무엇과의 이별에 대한 아픔이라도 ‘나’를 부딪쳐 시인처럼 더 많이 쓸쓸하여 진정한 ‘나’를 찾기를,
이 가을의 바람이다.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