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들여다보는 도시조명이야기]골목길 재생은 빛환경부터
[문화로 들여다보는 도시조명이야기]골목길 재생은 빛환경부터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05.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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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오래된 도시의 특징은 이리저리 발길 닫는 대로 만들어진 좁은 골목길이다. 전문가들의 계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길이 곧고 넓은 특징을 갖게 되는 것 편의성에 기인한 것이리라.

아주 오래전 송도 신도시의 경관상세계획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외국의 도시계획전문가가 한국 마을의 특징으로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작고 낮은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모습을 이야기 하면서 새로운 도시를 설계하면서 일부 그런 요소를 꼭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구도심과의 조화, 한국 전통의 도시의 모습과 동일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한국디자이너 측이 국제적인 위상의 신도시에 그런 요소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획기적인 모습, 반듯한 도로 주위에 알루미늄과 유리로 만들어진 세련된 하이라이즈가 서있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다. 속내는 개발사업 원칙에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토지사용이 더 문제였을 수도 있겠다.

도시의 조명도 큰 도로 우선으로 개선되다 보니 효율과 밝기가 가장 중요한 논리가 되어 기준이 되는 엘이디의 기본 모듈의 광량이 좁은 골목길을 비추기에는 이미 한참 넘어서 있다.

요즈음 도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한 큰 주제가 재생이어서 무조건 부수고 다시 만들고 하던 사업들이 기존의 것들을 들여다보고 신설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더라도 재생하여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방법을 택한다. 

지난 4월말 서울시는 폭 12m 이하의 보행중심 골목길과 그 주변의 낙후된 저층 주거지에 대한 일, 삶, 놀이가 가능한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골목을 발굴하여 북촌 한옥마을과 같이 찾아가고 싶은 테마형 골목길로 재생한다는 취지하에 노후 건축물에 대한 개선, 생활편의시설 그리고 커뮤니티 및 골목자치 활성화등을 핵심과제로 수립했다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시 예산을 들여 도시관리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관개선사업을 들여다보면 자치구별로 이미 이와 유사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개선하고 노후화된 건축물 혹은 도로를 보수하고 주민 편의를 위한 시설물이나 장치를 마련한다. 또한 경관 사업답게 미관개선을 위한 페인트 칠이나 플랜트 박스와 같은 계획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가장 여락한 부분이 야간환경 개선인 곳이 대부분이다. 낙후된 골목길 일수록 조명기구는 노후 되었거나 가장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는 장소에 설치되어 있어 기분이 씁쓸할 때도 있다. 좁은 길 일수록 사정은 더욱 여락하다.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벌레들이 달라붙어 제대로 된 밝기를 못내는 조명기구, 혹은 너무 밝아 그 빛이 주변 집들의 창문으로 새어 들어가 밤새 잠 못들게 할 것 같은 곳도 많다. 그렇게 많은 좋은빛 위원회 심의를 하는데도 골목길의 조명은 여전히 좋은빛이 못되고 있는 것이다.

골목길의 노후된 건축물을 개선하여 찾아가고 싶은 테마형 골목길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사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 골목길을 매일 밤 두려운 마음으로 귀가해야하는 주거민들에게 부녀안심벨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안전한 밤거리이다. 적정한 밝기가 만들어져 바닥의 높이 차이나 패임, 장애물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하고 골목길 어느 구석도 어둡지 않고 고르게 밝아야한다. 주변의 주거지에로 빛이 침입하지 않도록 낮은 키의 보안등과 그 높이에 맞는 적정한 광량을 내는 광원에 대한 기준도 생겨야한다. 좁은 골목길에 폴이나 전봇대가 별도로 서서 방해물이 되지 않도록 집의 담벼락을 내어주는 공공의 마음도 공유되어야한다.

이러한 기능이 충족된 다음 아름다운 골목길이 되어 사람들이 구경올 수 있도록 노후한 담벼락도 개선하고 작은 공간이나마 꽃밭도 만들고 낮은 의자로 쉼터도 만들어 일과 삶과 놀이가 있어 소소한 행복의 향기가 느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여러해 전 경리단길 관광명소화 사업으로 보안등 개선사업을 심의했던 일이 떠오른다. 경리단길은 서울에서 처음으로 지역의 이름으로 명소화된 곳이라고 한다. 좁고 낙후된 골목길에 특색있는 카페, 음식점들이 들어와 관광지가 되었고 밤에 주로 사람들이 오는데 낡은 조명기구가 거슬렸는지 자치구청에서 야간경관사업을 하겠다며 보안등 교체건으로 심의를 신청하였다.

‘경리단 길의 이미지, 이 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녹아있을 법한 ’시간‘이 입혀진 특별한 조명기구를 쓰시라. ’가로등을 줄여 놓은, 어느 동네에나 있는 하얀을 넘어선 파란 조명이 아니어야한다’는 심의안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경리단길 골목길에 가시면 확인하기 바란다. 차라리 아직 교체되지 못한 희미한 나트륨등이 더 낫지 싶은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