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광한루의 계관과 지리산 촛대봉
[독자기고] 광한루의 계관과 지리산 촛대봉
  • 홍경찬 <뭍으로 간 해녀> 저자
  • 승인 2018.05.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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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부사 이상억(1855년)은 광한루를 수리하고 나서 계관(桂觀)이라는 현판을 손수 써 걸었다. 달나라의 계수나무 신궁을 본다는 의미이다. 즉 옥황상제의 낙원이란 뜻이다. 황제의 눈에 비친 연못과 오작교가 은하수이다. 정인지가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라 칭한 후 광한루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광한청허부는 달나라의 옥황상제가 사는 궁전을 뜻한다. 은하수를 빗댄 국보는 통영 세병관도 있다. 은하수의 물을 길어와 병기를 씻고 언제든지 전쟁을 준비하겠다는 뜻. 광한루와도 비교해 보면, 정유재란때 이곳이 불타 없어졌으니 평화가 사랑을 낳게 한 스토리이다. 전쟁은 광한루도 없애 버렸다.  

▲ 개막공연

88회 역사를 자랑하는 춘향제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남원 광한루 일원에서 진행됐다. 축제제전위원회가 올해 첫 시도한 명품공연 ‘더 광한루’는 오감을 즐겁게 했다. 장미차와 오작교를 넘어오는 시원한 계절의 바람과 연두한 색감은 가히 소리의 고장 남원을 증명하고 있다.   

김일구 명인이 19분간 들려준 ‘아쟁 산조’는 일품이었다. 추임새와 현음을 오가는 아쟁공연의 줄다리기는 관람객과 연주자를 아리게 했다. 짧게 끊어주고 늘어지고 높이고 낮아주면서도 풀어주니 음색이 간결했다. 이어진 춘향가에다 서울남산국악당 한덕택 예술감독의 해설은 이 공연을 더 돋보이게 했다. 

서울에서 남원까지 기차는 2시간 버스는 3시간이 소요된다. 남원이 삼남의 국악 중심지이면서도 수도권과도 교통이 수월하다. 18일은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청회관에서 남도정식 맛을 보고 새로이 단장한 남원예촌은 격식 높은 한옥 호텔이었다.

이어서 공연까지 듣고 개막공연의 화려함까지 더한 춘향제는 가히 국악도시였다. 남원이 낳은 국악인 축제 제전위원장 안숙선 명창. 1957년 강순영에게 가야금 산조를 사사받았고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으며 1986년 판소리 완창, 다섯마당 공연을 이끌었다. 

▲ 김일구 명인이 아쟁산조를 더 광한루 공연에서 들려준후 관람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청만 명장.

제전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공연은 그동안 진행해오던 유명 가수들의 참여를 지양하고 국악연주자들에게 열린 공간을 마련해줬다고 자평하고 있다. 광한루라는 공간 스토리를 텔링으로 이끌었고 공연장 동선을 이어서 공연이 겹치지 않게 배열했다.

15억 예산으로 고급화된 공연과, ‘더 명품공연’의 킬러콘텐츠, 삼남에서 남원으로 향하는 접근성이 용이하며 88년 전통성에 전문 국악인과 기획자들이 결합된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달빛 머금은 오작교 아래 연못을 걸어보는 시간이라면 좋지 않겠는가.

또 하나 행여 남원으로 오시거든 지리산 백무동 계곡에서 시작되는 지리산 산행을 곁들어 보시길 추천한다. 신선의 길이자 옥황상제의 눈으로 바라보는 남도 대지의 환상적인 풍광에 취한다. 광한루 계관이라면 지리산 풍광은 남원의 힘이다. 광한루의 계관과 지리산 촛대봉의 운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