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문화재계 적폐를 향한 칼날, 이젠 베어낼 수 있을까?
[다시 보는 문화재] 문화재계 적폐를 향한 칼날, 이젠 베어낼 수 있을까?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승인 2018.05.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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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에서는 공공조달 부문 뇌물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공공조달 과정의 뇌물제공업체 제재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였다. 

이는 문화재 수리 등의 전문 공사에서 원청업체가 편법으로 뇌물을 제공할 수 없도록 관계기관에 규정을 마련토록 한 것이다. 또한 발주기관의 계약 및 사업 담당자들이 뇌물제공업체를 적발할 경우 등록기관에 통보해 제재가 지속되도록 하였다. 

그 간 문화재 수리 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비리들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당장의 뇌물이나 비리 등을 척결하는 데에 국민권익위원회의 규정 강화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매년 예산을 들여 문화재를 수리하고 복원해 봐도 문화재의 훼손은 그냥 놔두느니만 못한 문화재도 있을 정도기에 그 심각성이 크다.

문화재 수리공사 입찰과정에서부터 공사 당시 수리보고서, 시방서 등 자료들을 검토하고 분석하며 수리복원을 통해 문화재의 원형을 찾기는 커녕 본래의 모습마저도 잃은 것은 아닌지 우려부터 앞서는 것은 지금의 우리 문화재 수리 현장에서 비정상적 관행에 무뎌져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다양하다. 엉터리 문화재 보수공사로 국고가 새는 것은 물론 부실복원 시비까지 조용할 틈 없었다. 문화재 수리에는 일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한데, 부자격자가 시공을 담당하거나 공사비도 계약보다 크게 늘리는 경우들도 있어왔다. 숙련된 기술자만이 문화재 수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도 없고 기술자나 기능자가 아닌 무자격자가 수리를 하는 경우들도 적발되어왔다.

시공사가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무자격자를 쓰거나 자격증을 대여하기도 하였다. 복원사업 입찰 후 낙찰되면 석연찮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를 크게 늘리는 등의 비리를 곳곳에서 벌어져왔다.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인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금액이 적든 크든 수의계약인 경우에는 설계부터 시공, 감독까지 보수사업 전 과정의 폐쇄적인 운영으로 인해 관행적 비리구조가 지속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민간 보조 사업을 핑계로 수의계약이 남발하지 않도록 계약체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왔고. 공개입찰 방식 도입도 하나의 비리구조를 막아내는 방법으로 제시되어 왔다. 보조금 지급 사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문화재청이 앞장 서 문화재 수리에 대한 관리-감독 활성화에 대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에서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여 문화재 감리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그 동안의 제도상의 미비점도 일부 보완하였다.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문화재감리원은 1명이 최대 5건의 수리 현장을 맡아 감독할 수 있는데, 소규모 문화재 수리 감리는 경영상 이유로 이를 기피하면서 감리 배정이 원활하지 않았던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관리감독의 미비점을 보완 한 것이다.

개정된 법령에는 문화재감리원이 같은 시‧군 내에서 현장을 감독하는 경우에 여러 건의 소규모 현장은 여러 건을 합하여 1개의 현장으로 보도록 하였다. 

또한 문화재의 가치는 크나 문화재 수리 금액이 적은 경우 일반감리를 행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문화재청장만이 고시할 수 있었던 권한이었으나 이제 광역지자체장에게도 그 권한을 부여하기로 하여 지역문화재에 대한 관리감독의 권한을 확대하였다.  

게다가 문화재 수리현장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기로도 했다. 오는 6월부터 일반에게 공개되는 문화재 수리현장은 총 21개소를 늘어났다. 공개와 함께 문화재 현장에서는 문화재수리전문가와 수리기술자, 문화유산해설사 등으로부터 수리과정과 문화재에 대해 안내를 받을 수 있단다. 수리 복원 중인 문화재를 공개함으로서 교육의 장으로 문화재현장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부처의 노력이 문화재 수리현장의 적폐청산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17년 2월 문화재 부실시공과 관련한 비리가 잇따르자 조달청은 문화재 수리공사의 업체 선정 요건을 강화했었다.

정부가 집행하는 문화재 수리공사에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업체를 따로 선정하기 위해 ‘문화재 수리계획 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문화재의 중요도, 수리의 복잡성 등을 고려해 입찰 등급을 구분하기도 했었다. 

같은 시기 문화재청은 문화재수리 품질향상을 위한 신규제도를 시행기준으로 마련하면서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을 지난해에도 일부 개정한 바 있다.

‘책임감리제도’, ‘문화재수리기술자, 기능자 경력관리제도 도입’ ‘하도급 계약 적정성 심사제도’, ‘문화재수리시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제공 금지 규정 마련’ 등 새로 도입한 제도들을 시행하기 위해 세부기준 등을 마련했으나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 보수사업의 비리 앞에서 정부기관들의 과거 청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내보지만 뿌리 깊이 뻗어 내린 문화재 수리공사의 적폐 청산은 국민들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는 사건 사고로 쉽게 잊혀지기 십상이다.

문화재청이 다시 들어 올린 비리를 향한 날카로운 칼자루는 문화재청과 국민들이 함께 들어 올리는 형세이다.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서 국민들이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문화재 보존 현장에서 함께 들어 올린 칼자루의 칼날이 더 이상은 무뎌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