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 장선희가 들려주는 주말동화, ‘러브스토리-꽃은 투스텝으로 걷는다’
[이근수의 무용평론] 장선희가 들려주는 주말동화, ‘러브스토리-꽃은 투스텝으로 걷는다’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6.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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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명예교수

사랑은 누구나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고 창작자에겐 영원한 작품의 소재다. 기억은 다시 불러올 수 있기에 누군가의 사랑은 언제나 미완성이다.

2006년 토월극장에서 본 장선희의 ‘사랑에 관한 일곱 가지 변주’엔 ‘그대와 나, 우리들의 음악과 만난 현대발레’란 부제가 붙어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 카르멘, 사랑의 묘약, 아베마리아, 가시나무 등 춤과 노래에서 발견한 사랑의 모습들이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남색 등 일곱 가지 색채로 표현되면서 공감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면서 썼던 리뷰가 있다.

“‘사랑에 관한 일곱 가지 변주’에서 보여주는 그의 그림은 분홍색 화선지 위에 다채롭게 개어진 물감을 뿌려 모자이크 식으로 구성하는 수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친숙한 음악으로 귀를 편하게 하면서 음악은 바로 춤이란 명제를 확인해주고 무대와 무대 사이에 코믹한 동작들을 삽입해서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하고 현대 춤과 발레가 접목된 다양한 시도들을 감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신이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 되어 갈 것인지를 기다려본다.”(이근수, ‘누가 이들을 춤추게 하는가’, 131쪽)

기다림이 길었다. 1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그의 작품 ‘러브스토리’를 다시 만났다. ‘꽃은 투스텝으로 걷는다’란 부제가 붙어 있다. ‘러브스토리’(2018,5,26~27, CJ토월극장)‘는 전 편과 같이 일곱 개 장면으로 구성된다.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은 이번 작품에도 포함되었지만 죽음의 그림자를 거느렸던 전 편과 달리 활동적이고 현대적인 사랑으로 재 단장했고 ‘백조의 호수’, ‘빈사의 백조’, ‘라 바야데르’ 등 정통 클래식이 새롭게 러브스토리의 라인을 구성했다.

무대는 엄마가 어린 딸들에게 읽어주는 동화책에서 시작된다. 낮에는 새, 밤에는 사람이 되는 백조이야기로부터다. 짙은 안개 속에서 호숫가에 엎드려 있던 새들이 머리를 들고 일어나 춤추기 시작한다. 새들이 춤추는 가운데로 밤이 오듯이 몰려오는 검은 정장의 남성들은 변화를  상징한다. 밤이 오면 백조들은 사람으로 변한다. 오데트 공주(안나 톨마체바)와 지그프리트 왕자(이동훈)의 듀엣은 로맨틱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쫓고 쫓기는 남녀 간의 그리움을 발코니장면으로 보여주고 적대적인 두 가문 간 대립을 현대의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적 갈등과 장애로 해석한 것이 새롭다. 젊은이들의 만남과 이별,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은 심각하지만 사랑으로 극복해야할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미하일 포킨이 안무하고 안나 파블로바가 춤춘 클래식 솔로의 명작인 ‘빈사의 백조’는 안나 톨마체바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그녀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을 거쳐 현재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다. 빈사상태에 빠진 발레리나가 남성들의 들림을 받는 장면에서 백조는 죽지 않고 다만 새로운 사랑에 의해 구원을 얻는다는 장선희의 메시지가 읽혀진다.

마지막 두 작품인 라 바야데르와 카르멘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신분적 구별과 구조적 차이를 부각시켜준다. 세종대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원으로 입단한 ‘이하연’이 춤 춘 사원의 무녀 니키아와 거리의 여인 카르멘은 사회적으로는 비천한 신분이다. 신분이 높은 남자를 사랑하지만 결국 배신당한 채 죽음을 맞는 공통적인 운명을 지녔다. 장선희는 이들의 사랑을 요요마의 코믹한 첼로와 비제의 경쾌한 음악으로 당당하게 살려낸다.     

올해는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러브스토리’를 구성하는 일곱 장면 중 ‘백조의 호수’와 ‘라 바야데르’ 두 작품은 원작의 안무자인 프티파에게 바치는 헌정 품으로 기획되었다. 공연의 부제인 ‘투스텝’은 발레의 전설이 되어 있는 고전을 현대의 안무가가 현재의 문법으로 새롭게 해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작과 달리 일곱 가지 색깔이 아닌 붉은색과 검정색만으로 무대미술을 구성한 것도 투스텝의 표현일 것이다. 두 색깔의 대비는 선명하고 상징적이다. 붉은색이 고전적인 우아함과 정통적 가치를 표현한다면 검정색은 어두운 환경에서도 비극적 사랑을 거부하고 경쾌한 사랑을 희구하는 젊은이의 꿈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사랑은 언제나 미완성이란 안무가의 명제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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