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주의 쓴소리]문화재청은 진정한 소통의 ‘말장난’을 해보자
[최창주의 쓴소리]문화재청은 진정한 소통의 ‘말장난’을 해보자
  • 최창주 전 한예종 교수/ 비평가협회 평론가
  • 승인 2018.06.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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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주 전 한예종 교수/ 예술비평가협회 평론가.

지난 5월 중순 국립무형유산원 무형문화재 워크숍 강의 중에 어떤 강사님이 수강자들에게 어느 문화재위원이 ‘말장난’ 이란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있었다고 전해주었다. 이 워크숍은 보유자(인간문화재) 및 각 보존회 대표와 전수조교 등 지도자들을 위한 자리였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의 문제가 되었던 무형문화재의 원형(源形)과 전형(典型) 이라는 용어의 문제점을 두고, 문화재 위원들과 서로 소통이 안 돼 <말장난> 이란 회의석상에서 오가기에는 다소 저급한 단어가 나와, 의견대립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백과사전에 "용어"의 뜻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원형(源形Circular 최초의 유형/그리스어)의 뜻은  ‘본디 모양’이다. 즉 원형보존으로 기본이 되는 형태이다. 전형(典型typical: 일반적인, 평범한)은 사전에 보면, 같은 분류 안에서 가장 일반적인 특성, 예전부터 행하여 온 변경할 수 없는 법, 본질적이고 일반적인 특성을 가장 많이 지닌 사물을 말한다.

그렇다면 결국 이 둘은 똑 같은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형의 ‘원자’는 근원源 자를 쓴다. 전형의 ‘전’자는 법典자를 쓴다. 그렇다면 예술행위를 법으로만 다스리겠다는 것인가?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문득 말장난(제안)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형문화재 보호목적 법률 제1조를 보면 "보전과 진흥을 통하여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문화발전을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대통령들은 이를 책임과 의무로 여기고 취임식에서 선서를 통해 이를 명확히 밝힌다.

그런데 실제로 법률과 규정은 ‘사람의 목숨보다 시설물(유적지)이 더 우위인 법제도’, ‘국가법보다 각 부처법이 더 우선인 나라’,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보다 나은 개선을 해보자고 토론을 제안 한다.

한평생 이 일에 종사했는데 보유자가 131만 여원에 불과한 금액을 지원받고, 전수조교 또한 50여년 이상을 종사했어도 겨우 66만원만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법典자 전형의 뜻인 법대로 따르라는 것인가?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이러한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법대로라면 1962년 문화재 보호법대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온 무형문화유산의 정의를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래전 얘기인데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양주산대 등을 지정하면서 30대를 보유자로 지정해놓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제해 버린 적이 있다. 또한 단체마다 배역별 보유자가 5명 내지 11명을 보유자로 지정해놓고 운영하다가 지금 현재는 단체보유자를 지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각 보존회마다 분란이 일어나고, 전승자들이 서로 싸움질을 일삼아 진흙탕으로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전수교육은 뒷전이고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져 그 피해는 전통예술을 사랑하는 국민에게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과연 지금의 무형문화재 행정이 헌법에 맞는 행정인가? 헌법과 다른 행정운영을 하고 있다면 이는 누구를 위한 용어이고, 누구를 위한 법인가? 무형문화재법은 국민과 전통예술인을 위한 法이어야 한다. 왜? 법대로 못하는가?

더구나 문화재청 예산이 사람(무형문화재) 예산보다 건물유적지(유형문화재)의 예산이 더 많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제도적, 구조적 모순점이 있다고 언제까지 변명만 할 것인가? 예산이 부족하면 담당부서에 찾아가 일반행정과 예술행정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동시에, 한국의 무형현장예술을 함께 설득하고 이해시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국립극장에서 출발한 국립오케스트라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극단 등은 재단이 되었다. 여기가 대한민국인데 서양문화예술 위주 전공자가 취업에는 훨씬 유리한 셈이 된다. 물론 이것은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에서는 무형문화재 관련 일을 국립무형유산원으로 인계 해놓고, 뒷짐지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조직을 만든 만큼 그에 걸맞는 위상과 운영의 묘가 발휘돼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전통문화예술인들의 근본적인 ‘일거리 창출’이어야 한다. 그래야 헌법 정신에 맞는 행정운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립무형유산원의 소속단체로 국립국악단, 국립풍물단(농악단), 국립탈춤단, 국립굿단, 국립예인집단, 국립여성국극단, 국립연희단, 국립공예단(기능) 등을 창단해야 한다. 단원들을 모집해 여타 국립 기관처럼 급여를 주고 원형과 창작(법률1조)을 병행해 전통예술인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1.무형문화재 관련 장르를 더 세분화해 무형유산원 산하단체로 만들 것. 2.지원금의 증액 3.문화재청과 유산원의 개선방향, 제도개선. 3.문화재청의 각 부서, 조직의 정체성과 역할. 4.무형과 유형의 근본적인 가치와 차이점은 무엇인지 명확히 할 것(예산 등). 5.예술인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위원회 등의 기금고갈에 대한 대책. 6.정통성을 지켜가기 위한 학술적 연구 문제. 7.전승자(장인)에 대한 지원 시스템의 정비 등이다.

이상의 문제를 놓고 우리는 이제 현장전승자 및 전문위원, 담당전문가, 국민 등과 객관성을 담보할 대토론회를 열어야 한다. 작금의 시대는 쌍방향 소통이 기본이다. 하물며 청와대조차 국민청원을 받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지 않은가. 문화재청은 대화와 소통을 통한 행정운영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우리 말에 ‘꾼’ ‘쟁이’ 등은 최고의 프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그 꾼과 쟁이 등은 그동안 이론보다는 예술 자체를 몸으로 익히고 갈고 닦아 왔기에 ‘천하다’ ‘무식하다’ 라는 선입견이 고착돼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전통예술인들은 무대를 내려오면 주눅들어 숨죽이고 사느라 큰소리를 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정도라도 대우해 주니 고맙게만 생각하고 여전히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 후대는 어떻게 전통문화예술에 종사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것, 한국적인 것(전통예술)을 해서 생활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니 이런 넌센스가 어디 있는가.

행정담당자와 전문가들이 서로간에 <말장난>만 하고 있으면 전승자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하란 말인가? 그동안 정말 너무나 조용하게 지내왔다. 그러나 이제는 목소리의 볼륨을 올려야겠다.

다시 한번 제안을 한다. 이제 한국전통문화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들이 모여, 터놓고 진정한 "말장난" 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