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60대 청춘으로 컴백한 ‘오리알 3인의 Oh! Real?’展
[전시리뷰]60대 청춘으로 컴백한 ‘오리알 3인의 Oh! Real?’展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8.06.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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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까지 '나무화랑'에서 박불똥,김영진,김재홍 3인전

예술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으로, 동시대의 문제점을 풍자하거나 신랄하게 비판한다. 현상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허위의식과 기만, 인간성 말살 등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열정이 이들을 학교교육 바깥으로 물러나게 했을까. 제도권 밖으로 뛰쳐나온 박불똥, 김영진, 김재홍 작가가 36년 만에 다시 뭉쳤다. 자기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고자 스스로 ‘낙동강 오리알’ 같은 외길을 택한 세 사람이 지난 20일 인사동 ‘나무화랑’에서‘Oh! Real?’展을 열었다.

이들은 1982년 미대 회화과 복학생으로 만나 개인적 사정과 시대현실에 대한 반항과 비판 등으로 스스로 미술교육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중미술로서 시대적 현실을 비판하는 문제작가로 살아 온 것이다. 불 같았던 청년기의 각오를 되새김질하듯 60대 청춘으로 컴백해 3인전을 마련한 것이다.

▲ 오리알 3인의 Oh! Real?’展 좌로부터)박불똥,김재홍,김영진작가 Ⓒ정영신

‘나무화랑’을 운영하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는 김진하씨가 이 기획전을 제안해 성사되었다고 한다. 김진하씨는 “이 세작가의 공통점은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정치, 문화에 대한 내재적 저항정신으로 그 사회를 비판하는 그림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고 말했다.

박불똥 화가는 개인적 이념이나 가치를 포토몽타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은 날카롭다. 남북문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태극기집회와 성조기가 보이고 남북분단에 관한 불안한 상황을 기반이 약한 비대칭으로 그려놓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남북한의 긴장된 상황을 극대화한다.

2002년 미선과 효선의 죽음으로 촛불을 가장 먼저 든 재종철씨의 얼굴이 중심축을 이루고 그의 뒤통수는 맑은 하늘에 닿아 있다. 또 하나 전두환의 횡포를 까발린 작품 상단에는 이미 고인이 된 시인 적음과 화가 강용대의 모습이 유령처럼 떠 있었다. 마치 빨리 저승으로 보내라는 메시지 같았는데, 예술의 힘으로 다시 그를 응징하겠다는 뜻은 아닐까? 생각된다. 조금은 불편한 박불똥씨의 작품을 읽어 가다 보면 우리의 황폐해진 현실에서 몸부림으로 떠는 구음시나위를 듣는 듯하다.

▲ 박불똥작가의 작품 (이미지제공 : 나무화랑)

그의 포토몽타쥬 작업은 변증법적이다. 드러나는 현상과 보이지 않는 실재사이의 제3의 의미를 은유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시대를 반영한다. 이번전시를 기획한 김진하씨는 “작업으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치열하게 저항하는 작가가 박불똥이다”고 말했다.

김영진, 김재홍작가는 80년대 민중미술선봉에서 페인팅으로 촉망받았던 작가다. 김영진씨의 노래방풍경을 그려놓은 작품은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노래방문화에 대한 소비 풍속도로 보인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광기를 발악하듯 노래방에서 배출하고 있었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개인의 욕망이나 삶 자체를 중요시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 인사동 나무화랑의 대표이자 평론가인 김진하씨 Ⓒ정영신

특히 독일사진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가 촬영한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는 장면과 남쪽에서 북쪽을 바라보는 작품은 사람을 지워가면서 작업했다. 이 작품은 형식과 내용보다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 환경, 기억으로 남북한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언어적 의미로 해석되어, 남북한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김영진씨는 안으로 파고드는 작업을 통해 자기를 만나는 과정에 있다. 작가자신의 내면과 시대현실을 아우르는 그의 회화적 필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카데믹한 재현적 방식이다. 유화라는 질료성의 고전적 적용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는 것. 그 이유는 그가 회화를 통해 추구하는 '화가'로서의 '입장'에 있다.

▲ 김영진작가의 '그것만이 내 세상' 130x162cm. 캔버스에 유채 (이미지제공:나무화랑)

단순히 고발이나 비판의 입장이었다면 다른 여러 모던한 매체들을 사용했을 것이나, 자신의 내면적 심리나 정서를 드러내야 했기에 전래적인 그리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다소 올드해 보이는 화면구성방식이지만, "그가 드러내려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그의 개인적 체험과 감성,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인식을 통일하려는 전형성과 총체성에의 지향이 집요하리만치 과거의 미디어인 유화의 그리기 방식에 집중하게끔 만든 모양이다" 고 김진하평론가는 말했다.

김재홍작가는 온갖 치장된 위선의 거죽 밑에 숨겨진 인간의 본질을 끄집어내는 ‘살’이란 작품을 펼쳐놓아 스스로의 욕망이 노출된 듯 불편하다.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불분명한 소리와 다양한 몸짓과 낯선 냄새가 우리욕망을 구체화시킨다. 그리고 우리 안에 따리 튼 다양한 가치와 감정을 노출시킨다. 차가운 총알이 온 바닥을 메운 공간에 쪼그려 누운 알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한다. 전쟁의 폭력성에 공존하는 인간 실체를 비판한 것이다.

▲ 김재홍작가의 '사라진 사람들' 천위에 아크릴.2018 (이미지제공:나무화랑)

“김재홍씨는 형상을 통하는 현실적인 소재를 취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함을 드러낸다. 식용가축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 자본주의와 전쟁을 달러를 통한 이미지로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담는 기호로 확장시켰다”는 김진하평론가는 모든 사회의 생태 환경적,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인 원동력을 구축하여 우리의 삶과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오리알 3인의 Oh! Real?’展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문의 : 02-722-7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