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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한 편의 동화 같은 일생 '고마워요, 니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2018년 07월 05일 (목) 17:49:18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한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삶은 '금수저'의 삶이 아니었다. 7살 때부터 보수적인 수도원 학교를 다녀야했고 아버지는 권위를 내세워 그를 성적으로 학대했다. 학교에서는 반항적 기질로 전학과 자퇴를 반복하고 첫 결혼도 실패했다. 결국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미술'을 접하고 그 미술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한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나나'라는 존재는 처음에는 우울한 모습으로 시작됐지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점점 활기있는 캐릭터로 변해간다.

물론 그 사랑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하지만 그는 평생의 친구를 만나면서 활기를 찾게 되고 작품도 더더욱 활기를 띄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꿈인 '타로공원'이 선보이게 된다. 자신의 즐거움을 대중에게 나누어주겠다는 꿈을 이루면서 그는 행복하게 살았고 행복하게 세상을 떠났다.

   
▲ <샘의 나나-백색의 춤추는 나나>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일생. 이 동화의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의 화가이자 설치작가, 조각가인 니키 드 생팔(1930~2002)이다. 그의 작품 127점을 선보이는, 서울에서 최초로 열리는 니키 드 생팔의 단독 전시회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 전시는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자리이면서 작품을 통해 니키 드 생팔이라는 '인물'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된 작품은 생전에 작가와 직접 교류한, 일본 '니키 박물관'의 전 관장인 요코 마즈다 시즈에의 소장품이다. 시즈에는 일본의 한 화랑에서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본 후 한눈에 반해 그의 작품들을 구입했고 1981년 파리에서 만난 이후 20년간 영혼의 친구로 지냈다.

그래서 이 전시의 제목이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이다. 작품 하나하나에도 물론 손이 가지만 이 전시의 가장 큰 핵심은 작품으로 자신의 일생을 표현한 니키 드 생팔과의 만남이다.

맨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딘가 기괴한(?),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작품들을 만난다. 그가 미술치료를 시작할 무렵,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며 표현한 작품들이다. 무너진 대성당을 표현하고, 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 느낌을 표현한 작품들이 그의 불안감과 슬픔, 두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 <스웨덴 TV 프로그램을 위한 사격회화>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것이 바로 '나나'다. '나나'는 작가가 만든 또 다른 존재다.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고 작가가 바라보는 여성들의 모습, 억압당하고 말 못하며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 등 여러 모습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다.

나나는 임신한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고 뚱뚱하지만 짧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으로도 나온다. 나나들은 점점 당당해진다. 마치 에일리의 노래 '보여줄게'의 가사처럼 '완전히 달라진 나'를 보여주는 나나의 당당함이 작가의 심경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나는 이제 당당함을 넘어 유쾌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장 팅겔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흥겨워하고 사랑에 수줍어하는 나나가 등장한다. 조금 전에 본, 두려움과 절망이 담긴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만든 이가 과연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졌다.

   
▲ <내 마음 속의 장>

물론 장과의 사랑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작가는 절망하지 않고 인간의 관계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 바로 시즈에의 눈에 띈 것이다.

시즈에에게 보내는 작가의 그림 편지는 정말 귀엽고 유쾌하다. 오랜 친구와 이야기한다는 마음에 즐거워하며 글과 그림을 남기는 작가의 즐거운 미소가 절로 생각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일본의 즐거운 기억은 그의 대표작인 <부처>를 만드는 힘이 되었다.

   
▲ 그림편지
   
▲ <부처>

이제 그는 해골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새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만드는, 자신의 기쁨을 대중에게 나눠주고 싶어하는 '즐거운 작가'가 됐다. 그의 기쁨은 마침내 '타로공원'으로 이어진다. 전시를 둘러본 관객들도 즐거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것을 우리는 전시를 통해 봤다. 즐거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쩌면 우리는 전시장을 나오면서 이런 말을 할 지도 모른다. '고마워요, 니키'.

   
▲ <붉은 해골>

이번 전시로 니키 드 생팔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 전시는 일본 박물관이 소장한 소장품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는 이번에 니키 드 생팔을 처음 만났다.

첫 만남. 첫 만남에서 보여진 니키 드 생팔의 첫인상. 그것을 발견한 것으로 이 전시의 목적은 충분히 이루어졌다. 당당하게, 유쾌하게 세상과 다시 만난 작가를 우리는 이제야 처음 만났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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