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묻는 ‘역사란 무엇인가’
유시민이 묻는 ‘역사란 무엇인가’
  • 김수련 인턴기자
  • 승인 2018.07.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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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르포르타주 『역사의 역사』
 

‘지식소매상’으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작가 유시민이 돌베개 출판 신간 『역사의 역사』(돌베개)로 찾아왔다. 

지난해 국가의 모습과 시민의 역할을 모색한  『국가란 무엇인가』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유시민 작가는 이번에 공부의 화두를 자신의 오랜 독서와 글쓰기의 원점인 ‘역사’로 옮겨와 동서양의 역사서들을 탐독하며,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과 이어진 촛불혁명을 마주하면서 역사의 현장이 어떻게 기록되고 전해지는지 다시금 관심을 기울인 저자는 2016년 겨울,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그 지적 탐구를 담은  『역사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에 남은 “역사서와 역사가, 그 역사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서술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한 “역사 르포르타주”(‘History of Writing History’)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에 답하기 위해 작가는 무엇보다 역사의 발생사, 즉 ’역사의 역사‘를 깊게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역사의 역사』는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9권을 탐사한다. 역사서들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시대 순으로 9장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각 장은 때로는 한 명의 역사가와 한 권의 책을, 때로는 복수의 역사가와 여러 권을 함께 다룬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25년 쓴 『역사』부터, 사마천 『사기』, 이븐 할둔 『역사서설』, 카를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에드워드 H.카 『역사란 무엇인가』, 아널드 J. 토인비『역사의 연구』 등 역사가와 역사서, 역사 관련 저술을 두루 들여다본다. 

박은식의 『한국통사』, 신채호 『조선상고사』 등 우리나라 역사서와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최근 화제작까지 아우른다. 

작가는 추상적인 역사의 정의나 방향에 집착하지 않는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를 보는 관점과 서술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핀다. 

역사의 서술 대상이나 서술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위대한 역사서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말 걸기를 시도했고, 작가는 그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역사에 가장 정직하게 접근하는 방식이라 여겼다.

이에 작가는 각 역사가들이 ‘왜 역사를 썼는지’, ‘무엇의 역사를 서술했는지’, ‘왜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했는지’에 대해 공명하고자 한다.

작가는 역사 명저들에 대해 수긍하고 때로 반문하며 과연 이 역사가들은 역사를 무엇이라 생각했을지 탐문해 나간다. 

다만 모든 역사(역사가)는 ‘현재’를 쓰고자 하며(현대사, 당대사), 역사는 이야기이자 대화라는 필자의 입장은 수시로 재확인된다.

혼자 읽고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은 역사 고전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요약해내며 독자들의 ‘안내자 역할’까지 맡는다. ‘르포’라는 특성상 역사서들의 원문을 적지 않게 소개하고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면의 한계와 번역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유시민이 직접 발췌 요약과 번역까지 도맡았다.

각 역사서의 주요 내용과 책이 쓰인 당시의 시대적 맥락, 서술 대상과 방식을 두루 살피며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체크해주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고 격려한다. 

『역사의 역사』에는 이 책에서 함께 읽는 책들을 오브제로 삼아 작업한 사진을 해당 장의 첫머리에 수록했다. 대상의 존재감을 평면에 압도적으로 구현해 내는 사진작가 김경태(EH)와 협업한 것이다. 역사 고전이 상기시키는 낡고 진부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각 책이 지닌 ‘현재성’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유시민 작가는 “역사는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전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유시민 신간 『역사의 역사』는 독자들에게 저마다 역사를 읽고 살아가는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을 선물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역사 고전들을 탐독하고 과거와 현재, 당신과 나 사이 역사의 교집합을 탐구하는 첫 발을 떼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