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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적 적자경영에도 성과급 챙기기, 예술의전당 "예산 먹는 하마인가?"
2018년 08월 16일 (목) 00:24:10 이은영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개관 30주년. 예술의전당이 서른 살이 됐다. 예술의전당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문화와 예술로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행운의 열쇠'로 거듭나겠다"면서 30주년 특별 프로그램 'SAC CLASSIC', '2018 SAC CUBE'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평은 '외화내빈'이다. 자체 기획 공연이 아닌 대관 공연으로 이루어지고 정체성이 점점 모호해지는 예술의전당의 모습에서 예술의전당을 '대한민국 대표 예술공간'이라고 자신있게 부르기가 망설여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예술의전당은 '지금 이대로가 어때서?'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0살, 성년을 넘어 이제 중심이 되어야하는 예술의전당에게 쓴소리를 건네본다.

뮤지컬에 100일 이상 자리를 내주는 오페라극장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오페라 전문 공연장으로 오페라, 발레, 클래식 공연을 위해 특화되어 건립됐다. 하지만 최근 오페라극장은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올해 2018년 스케쥴을 보면 뮤지컬 <안나 카레리나>가 1월 10일부터 2월 25일까지 열렸고 이어 <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가 3월 2일부터 4일까지. 국립발레단 <지젤>이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뒤이어 국립오페라단 <마농>(4.5~8), <그랜드 오페라 갈라콘서트>(4.12~13),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4.19~22), 2018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4.27~5.20), 하이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5.22~23), 볼쇼이발레단 <백조의 호수>(5.27~29), 콘서트 오페라 <백년의 약속>(6.1~2), 국립무용단 <향연>(6.6~9), 수지오페라단 <라 보엠>(6.13~15),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리나>(6.22~24)가 열렸다.

그리고 지금 오페라극장에서는 뮤지컬 <웃는 남자>가 8월 26일까지 공연된다. 상반기 기간 중 약 100일간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공연이 열린 것이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바로 옆에 오페라하우스가 있는데도 공연장 잡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우리는 국립이기 때문에 조금 덜하지만 민간 오페라단의 경우 작품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익을 생각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오페라극장의 정체성을 생각해야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왜 오페라극장은 뮤지컬에 자리를 내주는 것일까? 예술의전당이 제시한 이유는 결국 '수익'과 '대중의 수요'였다. 

“스스로 수익 만들어야하는 구조, 관객 수요도 생각해야”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극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져야하는데 오페라만으로는 사실 극장을 계속 가동시키기가 어렵다. 편수도 적고 공연 신청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예술의전당이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야하는만큼 관객의 수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관객들이 오페라보다 뮤지컬을 더 선호하지 않는가. 대중의 요구도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1,2,7,8월을 중심으로 뮤지컬을 편성하고 이후에 오페라와 발레 등을 하는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 오페라하우스 내부

실제 대관료를 살펴보면 오페라극장의 경우 오페라와 발레는 1회 사용료가 475만원인 반면 뮤지컬의 경우 880만원이다. 물론 규모와 시간의 차이를 생각할 수 있지만 예술의전당 입장에서 보면 어떤 공연을 택할 것인지는 긴 생각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페라극장의 정체성과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뮤지컬 공연에 100일이 넘는 기간을 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바로 건물 내에 입주해 있는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등 오페라극장을 사용해야하는 단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협력을 하지 않고 상업 뮤지컬 공연으로 대체하는 것은 오페라극장의 존재감을 스스로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예술의 전당 상주 단체로 있는 국립예술단과의 합의를 통해 오페라극장이 순수예술 전용극장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극장이 없는 예술단들에게는 자리가 마련될 수 있고 예술의전당은 상주 단체를 통해 자체 기획과 제작, 장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관 공연으로 꽉 찼는데  정작 현수막은 자체 제작 공연만?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가진 한 단체는 공연을 앞두고 현수막을 게시하려했다. 그러나 예술의전당 측은 구청의 ‘현수막 금지’를 이유로 현수막 게시를 불허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의전당 앞은 공연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있다.

단체 관계자는 “예술의전당이 1년 중 250일 가량 임대 대관 공연을 하는데 정작 현수막은 자체 제작이나 기획 공연 위주로 게시하고 대관 공연은 게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체 공연 홍보로 성과를 거두려는 모습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 측은 “대관이라고 게시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배격한 적은 없다. 뮤지컬이나 미술 전시 등 대관 공연 전시도 지금 게시가 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넌지시 나왔다. 1년 공연의 대다수가 ‘대관’이라는 사실.

국정감사마다 지적된 ‘대관 위주’, 고쳐진 게 없다

자체 기획 없이 대관 위주로 짜여진 일정, 예술의 전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또 하나의 이유다. 지원금으로 ‘성과급 파티’를 했다는 등의 좋지 않은 소문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지원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순수예술 공간으로 계속 활동해야한다는 의무를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된 사항이기도 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자체수입으로 편성한 예산 413억4000여만원의 58%인 241억원을 대관·임대사업과 부대사업으로 운용됐고 당시 계획되고 있는 공연의 경우 음악당 1121건 중 13건(93회), 오페라하우스 48건 중 13건(174회), 전시의 경우도 서예박물관 23건 중 2건, 한가람미술관 76건 중 7건만이 기획전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3년 뒤인 2016년 국정감사에서는 자체수입으로 편성한 예산 377억4700만원중 절반이 넘는 234억8000만원(62.2%)이 대관, 임대, 부대사업으로 편성됐으며 2013~2016 예술의전당 공연 전시 총 4,981건 중 자체기획 공연 전시는 10%도 채 안되는 465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예술의전당을 ‘대관의전당’이라고 비웃는 이들도 있다. 

예술의전당 측은 정부의 지원이 자체 기획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맞지만 지원금이 많은 것은 아니다. 돈이 나와도 극장 관리나 유지보수로 돈이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객의 안전을 생각해야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 기획이나 제작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술의전당을 찾는 분들이 한해 2~300만명 정도 된다. 그분들의 수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단체의 수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돈 문제도 있지만 예술가들을 무대에 세우고 찾아오는 관객들의 수요를 맞춰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적자에도 성과급 받고, 공연마다 등장해 노래하고...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술의전당이 매년 20~40억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2016년 한 해에만 54억 4900만원의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또한 예술의전당이 매년 손실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구적인 노력을 하기는 커녕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신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도리어 2018년 지원예산안을 보면 예산을 2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이라는 것은 세금에서 나온다는 것이고 세금은 곧 국민에게 나온다는 것이다. 국민의 돈으로 예술의전당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만 하다.

게다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꾸준히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 없는 성과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예술의전당의 방만한 경영이 30년의 역사를 망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예술의전당은 홈페이지에 운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지만 2016년도를 끝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2017년도 운영보고서는 제작 중에 있다”고 하지만 8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2017년도 운영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예술의전당은 우수 예술 콘텐츠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고 즐기는 프로젝트인 'SAC ON SCREEN'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영상물을 통해 공연을 보여준다는 계획은 좋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무엇보다 컨텐츠 제작기능이 거의 전무한 예술의전당이 영상화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은 지나친 성과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예술의전당 주최 음악회 무대에 사장이 올라와 앵콜곡을 부르는 등 사장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사장이 예술가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예술의전당 주최 행사는 그래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 지난 7월 열린 '예술의전당 문화햇살콘서트'에서 고학찬 사장(왼쪽)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방향이 어그러지면 그 사업은 엉망이 된다. 지금 예술의전당의 사업들이 그렇다. 겉만 화려하게 보이려는 사업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어야하는 부분이다.

“법인화의 폐해, 직원들이 놀고 있다?”

예술의전당의 논리를 따라가면 문제가 보인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예술의전당이라지만 결국 자신들이 수익을 챙겨야하는 상황인 것. 이렇게 되면 최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예술의전당 1층의 ‘쇼핑몰화’도 수익을 위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한 매체 기고에서 예술의전당 문제를 ‘법인화 환상이 빚어낸 사례’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법인화 이후 재정 확충을 위해 예술의전당이 주력하고 있는 상업적인 대관사업들이 낳은 결과는 공공성과 예술성의 상실만이 아니다. 예술기관으로서 전문성의 상실과 효율성의 부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예술의전당을 보면 법인화의 문제가 보이는 듯 하다.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일한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돈벌이도 좋지만 대관에만 매달리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언제까지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관련 자료 제출도 미적거리는 것 같다. 심한 말이지만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결같이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예술의전당의 법인화였다.

일각에서는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을 공연하지 말라는 것은 대중예술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응도 있고 ‘수익의 문제 이전에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선택해야한다’ ‘예술의전당이 대중에게 더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 등장하고 있는 푸드트럭에 대해서도 한쪽에서는 ‘예술의전당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예술의전당을 찾은 이들에 대한 배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예술의전당의 정체성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예술의전당, 올해 30세가 된 예술의전당이야말로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찾아봐야할 시점이 왔다. 왜 1988년 예술의전당이 만들어졌는가? 왜 ‘오페라극장’이 따로 만들어지고 왜 많은 이들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기를 기원했고 예술의전당 공연을 보러 가기를 원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익도 정말 중요하다. 대중과의 소통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예술의전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그렇다 하더라도 본질을 잊지 말라’는 충언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립예술단체와 서로 어울리면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거기서부터 자체 프로젝트가 시작할 수 있다. 

당장의 수익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아닌, 예술단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넓은 품을 가진 ‘예술의전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아울러 더 이상 겉치레를 벗어나 진실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속 빈 화려함보다 알찬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가는 예술의전당이 되어야할 것이다.

문체부도 이대로 팔짱만 끼고 있으면 안된다. 엄연히 예술의전당은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곳이 엉망이 되도록 문체부가 수수방관만 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이며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일이다. 현장을 잘 파악하는 문체부로 인식되기 위해서라도 예술의전당의 몰락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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