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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숙의 문화읽기]국립국악원무용단, 국가의 公的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2018년 09월 18일 (화) 03:37:17 성기숙 무용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sctoday@hanmail.net
   
▲성기숙 무용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지난 9월 13~14일 국립국악원무용단 정기공연 ‘和舞-우리춤 전람회’가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렸다. 최병재 예술감독 직무대행의 지휘 아래 ‘선유락’, ‘춘앵전’, ‘태평무’, ‘동래학춤’, ‘소고춤’, ‘설장고춤’, ‘살풀이춤’, ‘법고·삼고무·오고무’ 등 여덟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궁중정재와 민속춤, 독무와 군무 그리고 지역성까지 아우른 이른바 ‘종합선물세트’ 성격의 무대였다.

동양의 예악정신이 표상된 정재는 조선시대 왕궁문화의 꽃으로 손색이 없다. 무대에 채선을 띄우고 뱃놀이를 형상화한 ‘선유락’은 정조시대 화성 봉수당진찬(1785)에서 연행된 이래 가장 인기있는 궁중정재 레퍼토리로 안착되었다. 협무를 비롯 집사, 동기 등 무용단원 30여명이 출연한 무대는 궁중정재 특유의 장엄함과 화려함으로 시선을 끌었다.

세 명의 여성무용수가 선보인 ‘춘앵전’은 우아한 자태와 품격 넘치는 움직임으로 아정한 미감을 뽐냈다. 이어진 한영숙류 ‘태평무’는 단아하고 정갈한 춤사위와 기교적인 발디딤이 인상적이었다. ‘동래학춤’은 향토성이 돋보였다. 흰 도포자락 휘날리며 너울너울 춤추는 남성무용수들의 몸짓에서 옛 동래 한량들의 풍류정신을 엿본다.

유일하게 홀춤으로 선보인 박성호의 ‘살풀이춤’은 영상의 과도한 남발로 인해 춤사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또 라이브연주가 아닌 녹음음악을 사용한 점도 옥의 티였다. 그럼에도 박성호는 국악원무용단 ‘에이스’다운 춤실력을 당차게 보여줬다.

다양한 가락에 맞춘 경쾌한 몸놀림의 ‘소고춤’도 이채롭다. 이어진 ‘장고춤’은 흥과 신명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군무진 상호간의 내밀한 교감에서 빚어내는 조화미는 덜 발현된 듯 싶다. 공연은 ‘법고·삼고무·오고무’로 대미를 장식했다. 오랜 훈련으로 체화된 무용수들의 몸짓은 지나치게 기계적이었다. 장단과 장단 사이에 흐르는 냉각된 기운들이 완벽한 조화를 방해한 듯 싶다. 왜 그럴까?

이번 국악원무용단 정기공연의 상차림은 화려하고 맛깔스러웠다. 그런데 맛을 참맛으로 느낄 수 없음은 불행한 일이다. 화려함 속에 담지된 ‘깊은 그늘’의 미감도 숨길 수 없었다. 무대를 집어삼킬 듯한 분노의 몸짓도, 자의식에서 비롯된 세찬 기운의 몸짓도, 상념에 젖은 후회의 몸짓도 모두 다 제각각 고통을 품고 있으리라. 고통을 잉태한 아픈 몸짓에서 토해내는 ‘춤’·‘짓’을 마주해야 하는 입장도 유쾌하진 않았다.

깜짝 놀랐다. 국공립무용단 정기공연에서 으레 마주치기 마련인 무용가들이 이번 공연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이다. 공연장의 빈 좌석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무용계도, 일반 국민도 외면한 무대였다. 공연이 열린 예악당 안팎의 풍경은 더없이 황량하고 쓸쓸했다. 정기공연의 타이틀 ‘和舞’에 표상된, ‘서로 뜻이 맞아 화합하는 춤’이라는 콘셉트마저 무색케 했다. 그 냉담함의 기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국악원무용단이 갑질과 인권탄압 논란에 휘말렸다. 무용단 예술감독 대행과 보직단원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피해자를 자처하는 일부 단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해 대응에 나섰다. 상호 간의 대립양상이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국악원과 문체부가 감사 및 조사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는 여타 예술단체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조직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타깝게도 사태가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초기 봉합을 위한 노력이 아쉽게 느껴진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양측이 서로 대화로서 충분히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나 싶다. 나름 이유는 있었겠으나 국악원의 미온적인 일처리는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애초 예술감독 대행체제가 문제였다. 김해숙 전임 국악원장 시절 무용단 예술감독 선임을 몇 차례 추진했으나 최종 낙점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후 무용단은 부득이하게 약 2년 6개월 동안 최 예술감독 대행체제로 운영되었다.

지난 3월 취임한 임재원 신임 국악원장은 공석이던 연주단·무용단 예술감독 선임을 위한 공모절차를 진행했다. 전속예술단체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당연한 결정으로 환영할 일이다. 무용단의 경우 최종 심사결과 최 예술감독 대행이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즈음 이번 사태가 터졌다. 단원들에 대한 인권탄압, 악의적 출연배제 및 외모와 신체에 대한 인격모독이 자행되었다고 주장된다.

최 예술감독 대행의 항변도 잇따랐다. 위계라든가 사적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공립무용단체 단원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소양 및 자기관리 차원의 조언을 막말로 비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예술감독 고유 권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불행하게도 국악원무용단 사태는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됐다. 진실은 가려진 채 프레임 싸움으로 치닫게 될까 우려스럽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부 단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벌인 일’, 혹은 ‘몇몇 선배 단원들이 선생들을 대리한 선동’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만약에 예술감독 대행 및 보직단원이 약자의 위치에 있는 평단원들에게 부당한 일을 자행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마땅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립국악원은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정신적 본산이다. 1951년 6.25 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개원했다. 국악원의 역사는 훨씬 앞선 시대로 소급된다. 신라시대 음성서에서 발원되어 고려시대의 대악서, 조선시대의 장악원과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 그리고 광복 직후 구왕궁아악부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국립국악원 전속단체인 국악원무용단은 한국 전통춤의 보존과 전승을 예술적 이념으로 한다. 이른바 내셔널 컴퍼니(national company)로서 국가이미지 고양과 브랜드 가치 창출의 의무가 주어진다. 특히 공공성·예술성·대중성을 지향하여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악원무용단은 한마디로 국가의 공적(公的) 자산인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단체가 운영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국악원무용단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지켜보는 사람들의 피로감도 쌓여간다. 적폐청산과 갑질문화, 미투와 위계 문제가 보편화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그 파장이 심상치 않다. 나쁜 관행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옳다. 아울러 국공립무용단체 무용수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 및 의무가 망각되어서도 곤란하다. 그 어떤 경우에라도 ‘본분’을 저버린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해법은 무엇인가? 투(two) 트랙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 그리고 무용단의 합리적 운영방안을 위한 제도개선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진통이 국악원무용단 스스로의 체질개선과 예술발전을 위한 생산적 장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무용계의 건전한 풍토 조성에도 기여되길 희망해 본다.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진리다. 이번 국악원무용단 사태는 어떻게 결론이 나든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서울 및 지방의 국립국악원 전속예술단체는 물론이요, 전국의 약 15개에 달하는 국공립무용단체의 운영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단은 어렵지 않다. ‘좋은 선례’가 될 것인가 혹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인가? 국악원과 문체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예술계는 이래저래 엄중한 시간 위를 걷고 있다.

“악은 천지의 조화이며, 예는 천지의 질서이다”(樂者, 天地之和也, 禮者, 天地之序也). 동양의 예악사상이 집약된 『예기』 「악기」의 한 구절이다. 악(樂)을 통해 세상의 조화로움을 꾀하고 예(禮)를 통해 세상의 질서를 구현한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정기공연의 콘셉트 ‘和舞’에 깃든 의미가 국악원무용단 사태해결에 값진 씨앗으로 발현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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