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연극축제 '제 3회 늘푸른 연극제' 성공적인 매듭
거장들의 연극축제 '제 3회 늘푸른 연극제' 성공적인 매듭
  • 김은균 객원기자
  • 승인 2018.09.20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진행하여 관객의 폭을 넓히다

원로 연극인 6명의 인생작을 볼 수 있었던 <3회 늘푸른 연극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전무송 배우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시작으로 전승환 연출가의 연극 ‘늙은 자전거’, 권성덕 배우의 연극 ‘로물루스 대제’, 김영무 극작가의 연극 ‘장씨 일가’ 그리고 지난 16일 강영걸 연출가와 오영수 배우의 연극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끝으로 1달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 권성덕 배우의 '로물로스의 한 장면.(사진=늘푸른연극제)

지난 달 17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번 연극제는 전무송 배우의 명연기를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이상 윌리 로면 역을 맡은 자신의 대표작으로 보여주며 전무송 배우는 이번 공연에서 연출이자 각색을 맡은 김진만 연출가와 함께 그동안 줄곧 가부장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졌던 주인공 윌리 로먼을 보다 원작에 가깝게 해석했다. 방황하는 장남 비프 역을 맡은 실제 아들인 전진우 배우와의 장면에서는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잘 살아나 인상적이었다. .

두번째 공연은 ‘늘푸른 연극제’ 최초로 진행된 지역 원로 선정작으로, 부산의 전승환 연출가가 지난 달  18일부터 24일까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연극 ‘늙은 자전거’를 선보였다. 연극 ‘늙은 자전거’는 ‘부산연극의 지킴이’로 한 평생을 걸어온 전승환 연출가가 자신의 극단인 ‘전위무대’와 함께 선보인 대표작으로 수년 동안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아오다 괴팍한 할아버지 강만과 손주 풍도가 원치 않게 가족이 되어 살아가며 벌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렸다. 만물상 자전거를 함께 타고 다니며 티격태격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 그리고 갈등과 화해를 진솔하게 그린 작품이다. 섬세하고 따뜻한 연출로 감동을 부산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세번째로 공연된 '로물로스 대제'는 권성덕 배우의 대표작으로 지난 달 24일부터 9월 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올려졌다. 이 작품은 권성덕 배우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인생연극으로 30여년 만에 다시 선보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연극 ‘로물루스 대제’는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으로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제국이었던 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로물루스 대제와 몰락하는 로마제국을 역설과 풍자로 재치 있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번 작품을 연기하는 권성덕 배우의 연기는 전성기와 다름이 없었다. 장면마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깊이 있는 대사는 이 작품이 왜 자신의 대표작인지 보여주는 데 충분했다. 로마 제국의 황제를 표현하는 그의 목소리는 대극장을 가득 채웠다. 로마 제국이 망하는 과정에서 각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인물상은 현재 관객들이 공감할 만했고, 30명이 넘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는 감동적이었다.

네번째로 올라간 작품은 김영무 작가의 연극 ‘장씨 일가’였다. 그가 한국적인 상황에서 비극작품을 쓰기위해 몇 년간 고심을 하며 만든 작품으로 늘푸른 연극제를 통해 송훈상 연출과 함께 처음으로 무대화했다. 김영무 극작가는 존속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장춘재 일가의 모습을 그리면서, 주인공의 비극적 초상화를 통해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비극적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극작가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내용적으로 진지하면서도 강렬하고, 파격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며 정욱 배우, 양재성 배우, 박승태 배우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임성언 배우, 김늘메 배우 등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로 높은 작품성을 평가받았다.

늘푸른 연극제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강영걸 연출가와 오영수 배우의 '피고지고 피고지고'라는 작품으로 9월 7일부터 1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25년 만에 초연 배우들이 무대로 돌아와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며 연일 매진을 이어갔다. 이번 작품에서의 두 콤비는 1993년 초연, 1997년 재연에 걸쳐 국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혔던 전성기 그대로였다. 무대 위의 진정한 리얼리스트라 불리며 꾸준히 한국적이면서 문학성이 강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강영걸 연출가는 이번 작품에서 행간의 섬세한 상징을 표현하는 뛰어난 연출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국전의 나이를 훌쩍 넘긴 오영수 배우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며, 인간적인 체취가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어 오랜 시간 ‘피고지고 피고지고’의 국전을 기다렸던 관객들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우리 연극계 원로들의 빛나는 성취와 뜨거운 감동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던 <제3회 늘푸른 연극제>는 원로 배우들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그 시절 보았던 공연에 대한 소중한 향수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한 평생 연극의 길을 걸어온 거장의 인생작을 만날 기회를 선사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