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구색만’ 갖춘 동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
그저 ‘구색만’ 갖춘 동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
  • 박솔빈 인턴기자
  • 승인 2009.09.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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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공간 협소, ‘샘플전시실’ 이름 무색

동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이하 외국인구매안내소)는 서울시에서 설립한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동대문시장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5년 12월에 설치한 기관이다.

수출상담은 물론 구매알선, 운송대행 서비스에서 통역까지, 외국인구매안내소에서 하는 일은 외국인 바이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정작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들은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외국인구매안내소의 좁고 협소한 시설 때문. 현재 외국인구매안내소는 유어스 빌딩 4층에 위치하고 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안내데스크, 상담소, 샘플전시실, 사무실까지 들어 찬 외국인구매안내소는 손님이 한 팀만 들어와도 곧 시장바닥처럼 북적거린다.

상담소는 고작 원형 테이블 하나, 샘플전시실도 벽면에 걸린 옷가지 몇 개와 긴 행거 하나가 전부여서 샘플전시실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일본에서 온 하나자와 씨는 “이런 시설이 있어서 너무 좋지만 휴게시설과 기다릴 공간도 없고 샘플도 빈약하다”며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다.

1층에 위치한 안내부스는 더욱 가관이다.

주차장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부스에는 팸플릿을 전해주는 작은 구멍만 뚫려 있을 뿐 손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장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과연 가로, 세로 20cm 정도의 작은 구멍으로 친절한 안내라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 네티즌 박미란씨는 “외국에서는 팸플릿과 안내소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일일이 손으로 가르쳐 주는데 작은 구멍만으로는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배치되어 있는 부스는 안내소만 알려주고 외국인이 알아서 찾아가라는 느낌”이라며 우려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서울시는 동대문 일대를 ‘동대문관광특구’라고 이름붙이고 1조4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동대문패션축제를 개최하고 외국인 바이어들을 위한 동대문에이전시협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의류 수출의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구매안내소는 홀대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동대문관광특구 송병열 국장은 “동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가 중요한 역할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지난 봄, 서울시에 건의를 했다. 서울시 측에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며 개선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개선된 것은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외국인구매안내소의 모든 인력인 소장 포함 3명의 직원으로는 아시아 각지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외국인 바이어들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다.

“외국인 손님들은 이미 패션업계 사람들로 전문화됐는데 위에서는 외국인이라면 관광 목적뿐이라고 생각, 구색만 갖추려 한다”는 봉제협회 차경남 사장의 말처럼 서울시는 그저 외국인구매상담소를 ‘유지하고만’ 있을 뿐 관심도 없고 지원도 없다.

일례로 동대문패션축제 포스터를 들 수 있다. 동대문패션축제는 외국인 바이어를 유치하고 침체된 동대문상가의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그 중요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포스터에서조차 그런 중요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최가 영어로는 ‘Seoul Metropolitan gover nment(서울특별시청)’, 한글로는 ‘서울시’로 표기돼 있을 정도였다.

서울시가 투자했다는 그 많은 사업자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 돈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기에 세계적인 행사의 포스터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젠 패션축제처럼 일회성 행사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외국인 바이어를 유치할 수 있는 외국인구매상담소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박솔빈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