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오랜 추억이 스물 스물 피어나는 임춘희의 ‘나무 그림자’展
[전시리뷰] 오랜 추억이 스물 스물 피어나는 임춘희의 ‘나무 그림자’展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8.11.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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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까지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

임춘희 작가의 ‘나무그림자’전이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그는 성신여자대학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 조형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전업 작가로 96년부터 열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임춘희의 작품에서 앙상한 겨울나무가 연상되고, 아련한 향수가 밀려오는 것은 비단 나만의 감상일까? 

▲ 임춘희_고집과 외면, gouache on paper, 23.7x34.6cm, 2014,2018
▲ 임춘희_눈물, oil on canvas, 45.5x45.5cm, 2018

그는 스스로의 감상을 화판에 옮겨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로 주로 자신의 내면 상을 그림으로 표출하고 있다, 두서없이 흐르는 감정을 마치 일기처럼 화폭에 옮겨놓았는데,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황량한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003 ‘심리적 자화상들’, 2009 ‘풍경 속으로’, 2013 ‘흐르는 생각’, 2014 ‘고백’,전 등 일련의 전시 제목만 보아도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가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득한 추억으로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도 있다. 꾸밈없던 어린 시절을 회억하며 그리움을 일구어내는 그만의 화법에서 작가의 순박한 감성도 엿볼 수 있다. 슬프거나, 포근하거나 황량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그런 것들은 타고 난 자질이 아니라 절실한 진정성이 만들어내는 것 같다. 

▲ 임춘희_무관하지 않은, gouache on paper, 29.7x20.8cm, 2018
▲ 임춘희_산책, gouache on paper, 38x52.5cm, 2014,2018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불투명한 순간을 옮기는 일 일뿐'이라고 말한다.

“길을 잃어 엉클어진 마음처럼 혼돈 속으로 빠져들며 무엇이 옳은 건지도 모를 만큼의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마음속에 차오를 때, 마치 캄캄한 동굴 속에서 희미한 불빛을 잃지 않으려는 것처럼 안간힘을 쓴다”고 말한다. 그냥 어둠속 희미한 빛을 따라 가며 끊임없이 갈구한다는데, 동화된 풍경이나 숲은 어김없이 자기감정과 동일시되었다. 바로 그림 속에서 자신을 찾고 있었다. 확신할 수 없는 미혹의 세계에 흔들리며, 때로는 고독하다고도 고백했다.

작품이 작가의 자화상이라지만, 어쩌면 분열적이고 파편적인 현대인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유독 자기반성적인 경향이 강한 작가들이 있다. 그런 작가들이 자화상을 주로 그린다. 세계에 자기를 이입하고 사물대상에 자기를 투사하는 능력이 특출한 작가들이다. 이때 반드시 자화상일 필요는 없는데, 뭘 그려도 자화상이 된다. 어떻게 그런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그에게 세계는 온통 징후가 되고 증상이 된다. 징후와 증상으로서의 세계가 되고, 스펀지처럼 나를 빨아들이고 내가 흡수되는 세계가 된다. 그래서 뭘 그려도 자기가 된다. 세계가 온통 그리고 이미 자기이므로. 작가에게 숲은, 밤은, 어둠은, 물은 경계와도 같다. 숲을 지나면 평지가 나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어둠이 걷히면 밝음이 오고, 물을 지나면 육지가 나타나리라는 생각은 다만 세상에 떠도는 풍문, 의심스런 소문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경계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경계는 움직이는 경계고 미증유의 경계며 양가적인 경계다. 경계를 지우는 경계다. 그 경계 앞에서 파스칼은 두려움을 느꼈다.”고 미술평론가 고충환씨가 서문에 썼다. 

▲ 임춘희_위로,oil on korean paper, 65.1x53cm, 2018

이 전시는 ‘통인옥션갤러리’(02-733-4867)에서 12월2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