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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뇌腦창創 칼럼 7] 감각적 정의와 자이가르닉 효과
2018년 12월 04일 (화) 10:07:02 고리들 '두뇌사용설명서'저자 sctoday@hanmail.net
   
▲ 고리들 '두뇌사용설명서'저자

강연장 도착에 30분 여유를 두고 달릴 때에는 주마간산(走馬看山)의 여유가 있다. 1시간 여유가 있을 때에는 넓은 고속도로 위의 구름들이 만든 원근감은 때때로 신선들의 바둑판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루에 2개의 강의가 있는 날이나 늦잠을 자버린 날 고속도로는 지옥이 된다. 느린 트럭이 더 느린 짐차를 추월하는 동안 허들처럼 보이는 트럭이 밉다. 빗길에서는 타이어 마모상태가 걱정이다. 과속위반 카메라는 무시하기로 결정하고 겨우 오후 강의를 마치면 2주 후에는 범칙금 통지서가 집으로 온다.

신선의 바둑을 상상하는 시간적 여유는 최소 30분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바로 그 시간을 빼앗아가는 갑을관계로 돌아간다. 궁극적으로 갑과 을과 병을 나누는 기준은 감각적 시간의 여유에 있다.

건물주들은 월세로 그런 시간을 누리며 자본가들은 이자와 배당금으로 감각적 사유와 여유를 갖는다. 그리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생존에 최소한의 수단을 얻은 후 가난을 즐기면서 최대한 감각적 시간을 확보한다. 나이 50세 전에 돈 벌 생각을 하지 말라던 일랑 이종상 사부의 뜻도 감각적 시간의 확보에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찰리 채플린’이 몽키 2개를 들고 온종일 돌리던 영화와 같은 제목의 책 <모던 타임스>에서 예술과 정치의 시간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정의와 부정의의 기준을 시간성의 분배로 나누었다. 지식과 감각의 시간과 무지와 무감의 시간이 정의를 구분하는 근본 잣대이다. 밥과 몫을 나누던 정의는 낡은 정의가 되고 있다.

현대의 착취구조는 다양한 직업병(occupational disease)을 만든다. 도로를 과속하는 출장강사 덕분에 한국타이어 공장의 인부는 일감이 많아지지만 그들의 감각적 시간과 건강의 시간은 축소된다. 보통 일을 잡(job)이라 하는데 업무 ‘occupation’은 일이 사람의 시공간을 차지하느냐 사람이 시공간을 누리느냐 하는 양극단의 뜻을 갖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휴식이 되지만 자유시간과 노후를 위해 돈 버는 일은 침식이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의 감각적 시간을 돈과 바꾸다보면 영영 그 감각적 감지력과 사유적 여유감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은퇴와 함께 곧 죽어가던 시대에는 감각적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수명이 늘고 AI로봇이 인간 대신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시대에는 엄청난 문제를 만든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시간을 차지하던 업무가 사라진 이후 여유를 누리는 은빛의 감각적 충만 대신 회색빛 공허감이 찾아올 것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이야 낮에 알바를 하고 밤에 병촉야유(秉燭夜遊)를 하며 그 감지력을 유지했지만 2교대 3교대로 일하던 사람들은 낮에도 두꺼운 커튼을 쳤다. 꿈을 위한 잠이 아니라 일을 위한 잠은 결국 일과 삶을 구분하기 힘든 트라우마로 남는다.

감각의 시간을 잃어버린 이들은 마치 첫사랑의 얼굴을 잊어버린 사람들과 같다. 개울에 떨어진 나뭇잎배 위에서 노를 젓던 상상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들의 시간성에서 뭐든 잘 가지고 놀던 아이와 시집간 동네 누나를 그리워하던 감각이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은퇴의 공허를 이길 수 없는 선배 세대들의 외로움을 여전히 우리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직업과 진학과 진로를 염두에 두고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감각적 시간에 대한 정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IQ 1만이 넘는 인공지능이 원격으로 수십억 로봇의 지능과 기능을 조정하는 시대에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나이 50세에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20대 30대의 은퇴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은 첫사랑을 기억하는 힘이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힘, 또는 다음 드라마를 기다리는 안달로 해석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는 결국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들의 심리구조라고 한다. 삶과의 첫사랑을 간직한 과학자와 예술가들은 365일 24시간을 감각적 사유로 지배한다. 삶과 일과 휴식이 구분되지 않으며 은퇴와 죽음도 구분되지 않는다.

필자는 교육청 강의에서 3년 째 외치고 있다. 공교육이 동아리 방식으로 전면적 혁신을 해야 한다고.... 우리 아이들은 공부와 놀이와 취미와 일이 구분되지 말아야 한다. 저 4가지가 구분되는 체험과 교육은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를 견딜 수 없다.

주제와 이슈와 활동에 따른 동아리형 교육혁신은 학교와 가정에서 호기심에 빠진 아이들이 장시간 한 주제로 몰입할 기회를 줄 것이다. 집에서 숙제일(homework)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토론과 프로젝트와 작품을 잊지 못해서 이불 속 병촉야유(秉燭夜遊)를 할 것이다. 어서 잠자라는 엄마 몰래 작은 LED등을 켜고 책을 보거나 휴대폰에서 관련된 콘텐츠를 찾을 것이다.

게임중독의 근본적 치료법은 학교의 커리큘럼 변화에 있다. 학교에 게임동아리도 많아져야 한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미래의 삼성이다. 

한 주제로 장시간 몰입하게 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는 노벨상을 포함하여 뛰어난 창의성의 비결이다. 그리고 창의성은 행복의 비결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1주일 단위의 숙제 형태보다는 1달~3달 정도 오래 걸리는 프로젝트를 주어서 더 하고 싶은 뭔가를 학교와 가정을 옮기더라도 스스로 이어서 활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 13세가 넘으면 논리적 뇌가 발달하므로 활동이 더 길고 복잡해져야 좋다.

아이들에게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하게 하면 과목의 편식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말자. 소수는 수학과 공학을 뛰어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영국과 호주가 국가의 부를 유지할 제 2의 산업혁명은 디자인과 예술이라고 하며 국가적 투자를 결정한 것도 참고해야 한다. 예체능을 통해서 공감과 소통과 협력을 하는 경험은 AI로봇 기술발전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특정 방향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아서 특이한 결과를 포용하는 열린 관점은 학교에서 왕따를 오히려 영웅으로 만들 수도 있는 가능성과 같다.

예술은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한다. 예술체험은 전인적 학생을 키워낼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친구들에 대한 원망이 쌓이지 않게 하는 교육이다. 미국에서 계속 터지는 학교 총기난사를 생각해보면 소외와 왕따가 없는 교육이 필수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교육당국은 어떤 학생도 그런 소외와 절망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노력하고 있다. 학생의 창의성 발달이 초등학교 이후 급격히 낮아지는 이유는 다양성이 인정받아야 할 예술에서까지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인데, 시험 중심의 커리큘럼은 유연성이 없어서 선생님들이 진도에 맞는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스토리와 개성을 잃게 되는데, 개성과 스토리텔링을 억압당하는 선생님은 학생들의 개성과 이야기도 억압하게 되면서 학생과 친구가 되기 어려워지게 되고 이어서 학생중심의 맞춤교육에서 벗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외와 왕따가 생기다가 대다수 아이들이 첫사랑을 기억하는 자이가르닉 인간성까지도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은 더더욱 태어나서 늙어 죽을 때까지 즐기되 평가받지 않는 활동이 늘 보장되어야 한다. 미래의 선진국은 평생학습의 개념을 평생놀이의 개념으로 먼저 전환한 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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