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이야기] 리옹 빛축제 Fete des Lumieres 단상
[백지혜의 조명이야기] 리옹 빛축제 Fete des Lumieres 단상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12.17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30년전 처음 외국에 나가 파리 샹제리제 거리의 대학생시위를 목격했다. 어린 마음에 '어느나라나 대학생들의 피는 뜨거운가 보다. '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얼굴에 덮어 쓴 헬멧 속으로 파란 눈이 보이는 것도 신기했지만 시위대를 인솔하는 듯한 경찰의 움직임은 더 신기했다. 그 때 당시 우리나라의 시위는 화염병과 최루탄은 필수였으며 매스컴에는 완력으로 대학생을 대하는 장면이 나오곤 했어서 시위대의 옆에 버티고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찰과의 대치는 훈훈해 보이기까지 했다.

매년 이맘 때 조명계는 큰 빛축제로 술렁인다.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에서 열리는 빛축제, Fete des Lumieres로 올해로 20번째라고 하나, 촛불을 창밖에 켜두던 종교적 관습부터 따지면 가장 오랜역사를 가진 빛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시가 내년 2019부터 회장도시로 활동하게 될 국제도시조명연맹 (LUCI)의 본부를 리옹에 둔 것도 이 행사와 무관하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리옹에서의 도시조명과 빛축제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먹거리이며 도시의 가치를 정의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필자가 리옹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져 이미 도시 전역은 화려한 조명들로 물들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축제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차 보였다. 모든 가로등은 붉은 꼬깔을 쓰고 도시를 붉게 물들이고 거리는 교통이 통제되어 중심부에 호텔을 예약한 나는 10분 이상을 가방을 끌고 걸어가야했다.

4일동안 지속되는 축제기간 동안 세미나도 열렸는데 여기에는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빛축제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Fete des Lumieres 조직위원회로부터 노하우를 듣고 또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다.

축제 내내 리옹에 머물면서 관광객으로서 빛축제를 즐기고 도시 야간경관 전문가로서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리옹시의 빛축제는 그 가치가 - 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 매우 높아져 있음을 실감했다.

우선 빛축제를 후원하는 기업의 수가 12개로 직접 참여기업은 해도 5~60개가 넘는다, 이외에도 다수의 교육기관과 미디어 매체에서 파트너쉽을 맺고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기 교통통제되는 지역은 리옹에서 가장 번화가로 시청, 오페라극장, 명품 쇼핑가, 구시가지 상업지역등으로 걸어야하는 수고를 거의 모든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야하는 사용이 빈번한 지역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종로, 광화문, 을지로, 청계천 일대의 통행을 막는 것과 같은 상황인것이다. 어쩌다 마라톤과 같은 행사로 시내가 통행이 어려워져 차를 이용하지 못할 때 쏟아내는 불평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리라 생각된다.

이 기간동안 4시 이후 지하철의 이용 금액을 할인 되며 8일은 무료로 몇번이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참석하게 된 VIP를 위한 디너행사는 시청의 연회장에서 진행되었고 리옹시 시장이 자리하며 환영사 뿐 아니라 자리를 지키며 조직하고 참여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얼마나 이 행사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그리고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짐작컨대' 이 디너 행사는 경제적인 것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관계에 있는 도시, 관련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인 듯 했는데 내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이들의 '꼼수' - 귀엽게 감춘 속뜻- 였다. 리셉션의 여기저기에 전시되었던 알록달록한 실과 실패, 테이블 위에 놓여졌던 실패 모양의 조명오브제는 근대 리옹을 유지하게 했던 실크산업에 대한 메세지였던 것이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요리강국 답게 메인 쉬프의 메뉴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질 때만해도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참 다른나라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 어떠한 격식있는 혹은 캐주얼한 디너행사에서도 쉐프가 단상에 올라와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 - 메뉴를 찬찬히 훓어보며 또 한번 놀랐다.

모든 메뉴가 실크산업과 연관된 단어들의 조합이고 그 생김새도 누에의 모양을 띤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한 사람은 모두 전세계 고급 실크제품은 리옹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돌아갈 수는 없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미 하루전에 도착하여 조명작품 투어를 시작했다는 중국 광저우에서 온 일행은 광저우 빛축제애 대한 홍보를 잊지 않으면서도 중국 조명작가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 포함되었다는 자랑을 했다.  

올해 전시된 영상을 포함한 40여개의 조명예술작품은 이렇게 다양한 나라로부터 신청을 받기도 하고 리옹의 예술학교들과 연계하여 꽤 높은 수준의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 준비는 올해의 축제를 진행하면서 바로 이어지는 듯이 보였다.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그 다음해의 전시에 대한 방향이나 참여방법을 질문했는데 이들의 대답은 'encore -아직'이 아니라 'deja -이미'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점점 빛축제가 조명의 잔치가 아닌 영상의 잔치가 되어가는 데에 대한 조명산업 관계자들의 우려는 뒤로하고 다양한 '꼼수' 속에서 리옹의 빛축제는 그 어느 축제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