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선보이는‘수묵의 독백’
밀라노에서 선보이는‘수묵의 독백’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9.04.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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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의 모티브 빼어나, 4. 9~14. 슈퍼스튜디오서 ‘2019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개최

우리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2019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수묵의 독백(monochrome monologue)>’이 밀라노에서 개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이번 전시를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들로 구성된 또르또나 지역의 슈퍼스튜디오에서 선보인다. 9일부터 14일까지 23명의 작가의 75점 작품을 통해 한국전통공예의 정수를 전한다.

▲ 전시장 전경. (사진=문체부)

흑과 백의 극명한 대조는 이번 전시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정구호 예술감독은 단지 먹 하나로 색의 한계를 넘나들었던 수묵화와 같이 흑백이 이루는 색의 대립을 초월해 한국 전통에 대한 경외심을 전하고자 한 의도를 전했다.

특히 투명한 사방탁자에 한국 전통 민화의 하나인 책가도(冊架圖)를 모티브로 해 20명 작가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연출한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로도 빼어난 설치이지만 칸칸마다 장인들의 작품이 놓여있어, 어느 구석 하나 놓칠 수 없는 디테일이 뛰어나다. 초현실적인 설치작품처럼 보이는 이 책가도(冊架圖)는 마치 우리가 오늘날 경험하는 공예의 실상이 실은 전통 장인들의 각고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결과물임을 반증한다.

▲ 전시장 전경 (책가도) (사진=문체부)

올해 처음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한 법고창신전의 슈퍼스튜디오의 “지젤라 보리올리 디렉터는 이번 한국 전시가 혁신과 전통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전시”라고 극찬하며 “한국의 공예가 옛것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산업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열리던 법고창신 전시를 지켜보며 언제고 슈퍼스튜디오에서 한국 공예를 선보이고 싶었던 열망을 이룬 날이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밀라노 국립대학교 동양역사학 교수인 로셀라쵸는 출중한 재료들이 장인의 손길을 만나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오브제로 탄생했다며 공예와 예술, 디자인의 경계를 이미 넘나든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전시에는 유럽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역의 중요한 문화예술 인사들이 방문했다. 미국 LA카운티 미술관 아시아관 디렉터는 <수묵의 독백>전에 참여한 장인들을 만나기 위해 밀라노를 방문했는데, 그는 한국 예술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전시가 미국에서도 열리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문체부)

작가들의 감회 역시 새롭다. 일평생 다양한 예술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작품으로 승화해온 통도사의 성파스님은 이번 전시에 종교인이 아닌 전통공예를 일평생 일궈온 한 명의 작가로 전시를 참여했으며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여든이라는 나이의 한계를 느낄 새도 없이 새로운 도전을 주는 장소라고 밝혀 후배 작가들의 귀감이 되었다.

책가도 작품 맞은편에 먹의 기운을 담은 명주를 출품한 김천우 장인 역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우리 공예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얻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