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센터를 살리자
지역 예술센터를 살리자
  • 최진용 노원문화회관 관장
  • 승인 2009.10.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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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남의 잔치에 누가 박수는 보내겠는가

최근 3-4년간 서울시는 문화서울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 하다.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여러가지 큼직큼직한 프로젝트를 보면 몇 년후에는 서울시가 세계적인 문화도시가 될 것 같은 뿌듯한 기대를 갖게 한다.

디자인 도시 서울, 한강 르네상스의 화려한 청사진,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파크 조성,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한강 예술섬)과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서울 동북구 르네상스, 한남동 대중음악 전용극장, 장충체육관의 문화콘텐츠 복합센터화 등 그야말로 수억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프로젝트요, 화려하고 먹진 르네상스의 개막을 알리는 계획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또 엄청난 예산으로 진행되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연중 시민의 눈을 끌고 있다.

그러나 문화가 거창한 청사진만으로 화려한 축제만으로 세계적인 문화도시가 될 것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1950년대 후반 프랑스의 문화장관 앙드레 말로는 거대한 문화궁전을 짓기 보다는 지역단위의 중간규모 아트센터인 문화의 집을 지역 단위마다 짓자는 제안을 내놓고 이를 추진하였다. 지금 서울의 문화현실은 어떤가?

모든 문화시설은 종로, 중구와 서초, 강남구에 집중되어 있다.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LIG아트센터 같은 공연장 또는 복합문화공간 뿐 아니라 갤러리 등 전시공간도 마찬가지로 위의 4개 구에 집중 포진하고 있다. 나머지 21개 자치구는 말이 서울이지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텅빈 문화의 공백지대 이다.

그나마 노원구의 노원문화예술회관과, 작년에 새로 개관한 구로아트밸리, 마포아트센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정도이며 내년에 개관될 강동 아트센터가 의욕적으로 예술센터의 건립과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20여개구의 예술회관(아트센터, 예술문화회관, 구민회관)사정은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문화강좌나 대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개 구 단위의 아트센터 연간 공연ㆍ전시 예산이 5천만원~1억원이 대부분이고(공연 1~3편 초청 예산에 불과),1-2억 되는 곳이 1-2개 이지만 그것마저 전시용 행사로 쓰여지고 있다.

예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회관이 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되어 있어 문화시설 운영 전문가도 없고 있더라도 직급이 공연장 대표자가 시설관리공단의 팀장급으로 되어 있고 자율권이 전혀 없으며 이익이 남지 않는 공연 전시는 할 수 없는 체제하에 있다.

궁여지책으로 적은 예산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문화강좌나 노래교실, 민방위행사와 구청행사, 어린이 공연물의 대관으로 채우고 있다.

서울특별시 25개 자치구 일년 전체 예산이 성남아트센터나 고양시 문화재단 1년 예산에도 못미치고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문화예술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는 구청장이 계시다는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화려한 문화의 청사진을 발표하는 서울시의 문화정책도 얼마나 공허하고 허황된 것인가? 뿌리도 없이 화려한 꽃을 피우려는 잘못된 전시성 문화정책은 바로 잡아야 한다. 국가의 경쟁력은 도시의 경쟁력에서 나오며 도시의 경쟁력은 자생적인 문화의 텃밭부터 가꾸어야 한다. 문화는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화는 시민의 것이어야 하며 시민의 삶과 함께 해야 한다.

문화정책 또한 시민이 공감할 수 있고 친근하게 다가갈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참다운 문화정책이다. 문화는 일상의 삶에 지친 시민에게, 구민에게 위안이 되어야 하며 기쁨과 보람과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남의 잔치에 누가 박수는 보내겠는가.

지역과 밀착된 주역 주민이 주인되는 문화정책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지역 예술센터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있는 예술회관을 독립된 법인으로 만들고 전문가에게 운영을 맡기고 예산의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최근에 예술센터가 활성화되면서 자치구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노원, 마포, 구로구를 보라. 문화는 자치구에 활력을,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줌으로써 크리에이티브와 지역 커뮤니티의 소통이 활성화되고 도시 이미지가 크게 높아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