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조조에게 이런 모습이?
삼국지의 조조에게 이런 모습이?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10.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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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적벽’, 다양한 장르 융합한 새로운 음악극 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삼국지>가 판소리와 아크로바틱, 가곡, 범패, 사물놀이, 정가, 만담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음악극 형태의 ‘창극’으로 재탄생했다.

▲ 창극 '적벽'의 이윤택 연출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영대)이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가장 호방하고 힘찬 남성적 소리로 소리꾼들이 제일 소화하기 어려운 남성 창극의 백미인 ‘적벽’을 선정했다.

이와관련 지난 10월 21일 이윤택 연출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통은 그대로 지키되 판소리의 보편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면서 “기존 3시간 분량의 판소리 적벽가의 text를 그대로 두고 원하는 부분만 나눠 해체시켜서 판소리는 70% 정도로, 판소리뿐 아니라 소리 자체를 구체화하고 풀어 공연양식에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판소리는 1인극이며 창극은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므로 판소리와는 엄연히 구분되야 한다”면서 “이번 작품 ‘적벽’은 창극이라기보다는 놀이가 가미된 음악극으로 한국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의 확대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예술감독은 “우리 소리인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창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사전달력”이라면서 “창극 ‘적벽’에서는 가사 전달력 90% 이상을 목표로 하며, 음악은 배우들의 소리를 감싸주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극 ‘적벽’은 삼국지의 서사적 구성 또한 바꾸지 않고 큰 줄기에서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재구성했으며, 극의 구성상 필요한 요소만 추가했다.

또한 영웅들의 서사를 그린 원작과는 다르게 창극 ‘적벽’에서의 주인공은 유비가 아닌 간신‘조조’와 관우를 중심으로, 이들의 인간관계와 대립구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삼국지의 간신 ‘조조’가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군사들과 도망과는 과정을 통해 다른 인간과 다를 것 없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인간적인 조조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았다.

이에 대해 이윤택 연출은 “조조도 보편적인 인간이지만 전쟁이 또다른 조조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면서 “영웅담을 반 영웅담으로 만들어 비극을 희극화 하고 조조와 함께 군사들에게서 서민적 정서가 부각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창극 ‘적벽’에서 이윤택 연출은 남자로만 하면 지루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소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동안 적벽가에서 소외되던 여성들을 투입, 칼을 사용하지 않는 역할은 모두 여자 배우가 맡게 됐다.

특히 섬세하고 예리한 판단력과 절제되고 귀품있는 제갈공명 역에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박애리와 힘있고 시원한 소리로 국립창극단의 숨은 보석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김연주를 더블 캐스팅했다.

더불어 적벽의 주요 아리아와 새롭게 작곡된 김경숙 명창의 작창, 적벽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1인 소리극에서 발전된 입체적인 드라마 구성과 함께 판소리 뿐만 아니라 정가, 시조, 가곡, 범패 등의 다양한 소리, 그리고 조명, 영상, 무대를 통해 새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무속신앙과 불교음악인 범패가 어우러진 제갈공명의 비나리 장면, 판소리와 국악기 뿐 아니라 팀파니, 더블베이스 등이 만들어내는 비장한 음악, 화려한 무술과 장대한 스케일의 적벽대전 장면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창극 사상 처음으로 경극 안무 18명이 참여하며, 이외의 모든 배우들은 국립창극단의 단원으로, 주요출연진은 왕기석·남상일(조조역), 왕기철·허종렬(관우역), 조영규·김학용(유비역), 윤석안·우지용(장비역), 박애리·이연주(제갈공명역)이다.

국립창극단의 네 번째 창극 ‘적벽(Red Cliff)’은 오는 10월 29일~11월 1일 공연하며, VIP 7만원, R 5만원, S 3만원, A 2만원이다. (평일 저녁 8시, 토요일 오후 3시, 저녁 8시, 일요일 오후 3시 공연)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